해찬솔일기

“당신은 해고야~”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5. 11. 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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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해고야~”

병실에서 내게 언제 집에 가느냐고 묻는 아들 말에 글쎄~”라는 말을 끝내자, 막내아들이 내뱉은 말이다.

 

 

 

 

친정 나들이를 하고 돌아온 아내는 급하게 막내아들은 일요일 저녁 응급실을 통해 입원시켰다. 맹장염도 걱정하면서 토하고 열이 나는 아이는 장염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검사를 위해 금식을 했다. 다행히 맹장염은 아니었다.

 

이른 시각에 출근하는 나를 염려하며 아내가 소파에서 잠을 자며 병간호를 했다. 다행히 그 다음 날은 휴일을 맞은 내가 아내를 대신했다.

    

서울과 마산 다녀오고 늦은 시각까지 당직근무도 서고···. 한 주가 무척이나 피곤했다. 그래서 아내를 대신해 저녁에 병간호할 때는 소파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이때 코를 심하게 골았는지 아빠, 코 고는 소리 때문에 내가 잠도 못 잤어.”라며 해고 사유를 들먹였다. 요즘 피곤한지 코 고는 횟수가 늘고 있다. 피곤하기도 하지만 비만도 한 요인이라는 아내의 친절한 말은 내 뱃살을 가리킨다.

    

심심하다는 아이는 학습지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집에서 씻고 나오며 가져다주었다. 근데 분량이 너무 많다며 짜증이다. “(태블릿피시로) 너무 많이 웹툰과 (유튜브) 동영상 보는 것 아냐!” 아이는 아쉬운 표정으로 태블릿피시를 덮는다. 아주 골이 난 표정으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결국, 해고 사유는 학습지 공부 강요와 코골이, 게임 등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한 여러 이유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어젯밤도 녀석 옆에서 잤다. 점심때 미음에 이은 죽은 먹는 아이는 입맛이 없다고 투덜거렸다. ‘밥이 보약이라며 강요했더니 반찬은 거의 손대지 않고 죽만 조금 남기고 다 먹었다. 점심시간을 맞아 병실은 찾은 아내가 아이의 머리도 감겨주고 환자복도 갈아입혀 줬다. 덕분에 병간호가 수월했다. 더구나 아내와 근처 식당에서 오붓하게 점심을 같이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오후에 병실 화장실에 들어간 녀석이 다급하게 나를 찾았다. 소변보면서 힘을 주는데 설사가 나왔단다. 환자복을 갈아입히고 엉덩이 등을 씻겼다.

아빠가 억지로 다 먹으라고 다그치니까 그렇지~”

 

결국 나의 강요가 아이에게 설사를 유발했다. 그렇지만 설사 덕분에 간병인에서 해고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나를 대신해 엄마에게 저녁에 있어달라고 했지만, 아내는 피곤하다며 단번에 거절했다. "당신은 왜 아이에게 인기가 없어"라는 아내의 핀잔과 함께 결국 내가 다시 녀석의 곁에서 자기로 했다.

 

그럼 제발, (오후) 10시에 들어와요. 나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녀석의 바람에 집에서 저녁을 챙겨 먹고 쉬다가 오후 9시 넘어 병실로 돌아왔다. 아이는 피곤했는지 10시 무렵 만화영화를 보고난 뒤 잔다. 아이를 재우고 노트북을 긁적이다.

    

자정 넘겨 소파에 누워 잠을 잤다. 그리고 다시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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