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여행)소박한 시골 밥상 같은 장미축제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5. 5. 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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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부부가 펼치는 경남 산청 장미축제

 

텁텁했다. 하늘은 옅은 구름 속에 푸른 빛을 감추었다. 523, 한줄기 비라도 내리면 마음이 시원해질까 싶었다. 비 내릴 구름은 아니다. 구름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시원한 바람 한 점을 찾으러 떠났다.

 

 

소박한 장미축제가 열리는 경남 산청 부리 마을에 들어서자 보리가 익어 바람에 고개 숙여 흔들거렸다.

 

경남 진주에서 산청 가는 국도 3호선에서 산청소방서 지나 산청읍 입구, 쌀고개 넘기 전에 부리마을 이정표를 따라 오른편으로 들어갔다. 보리가 익어 바람에 고개 숙여 흔들거렸다. 까칠한 보리에 괜스레 시원한 맥주가 떠올랐다. 모심기 위해 물 가득 담은 논도 보인다. 벼 모종도 보였다. 1km쯤 안으로 들어갔다. 시골 마을에 좁다란 길에 차들이 올망졸망 서 있다. 차들 옆으로 붉고 노랗고 하얀 장미가 눈부시게 피었다. 코는 입구에서부터 벌렁벌렁 맑아진다.

 

 

붉고 노랗고 하얀 장미가 눈부시게 피었다.

 

장미축제다. 20일부터 내달 5일까지 열리는 장미축제는 규모가 작다. 느린 걸음으로 아래위 다 둘러도 10분이 채 되지 않는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소박한 시골 밥상을 닮았다. 장미축제는 2011년 가을 귀촌한 안대성(67)·김문희(66) 씨 부부가 소박하지만 화려하게 가꾼 장미농원에서 펼쳐진다.

 

 

화려한 장미 빛깔에 눈부시고 향내는 들숨 가득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화려한 장미 빛깔에 눈부시고 향내는 들숨 가득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마치 밤늦게 술 마시고 아침 해장국을 마신 듯 개운하다. 장미꽃향기에 잠시 일상의 지친 심신을 위안받는다.

 

 

여기저기 장미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바쁘다.

 

여기저기 장미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바쁘다. 아빠에게 카메라를 달라고 한 꼬마는 자신이 직접 찍어드리겠다며 장미 앞에 부모를 세운다.

 

 

장미 향에 취해 벌도 한껏 꿀을 따기 바빴다.

 

사람처럼 벌들도 장미 향에 취해 한껏 꿀을 따고 있다. 벌은 내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자기 일에 바빴다. 나는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장미만 핀 게 아니라 선 분홍빛 끈끈이대나물이 옹기종기 모여 자태를 뽐낸다.

 

장미만 핀 게 아니다. 2 전시장으로 가는 입구에는 선 분홍빛 끈끈이대나물이 옹기종기 모여 자태를 뽐낸다. 장미과에 속하는 찔레꽃도 하얗게 피었다. 산가막살나무의 좁쌀 같은 하얀 꽃들이 덩굴장미 사이에 얼굴을 드러낸다.

 

안대성 부부는 서울근교에서 40여 년을 장미꽃 장사를 하다 장미농원을 갖고 싶어 귀농했다고 한다. 2012년 가을, 1,69840여 종의 장미를 심어 오늘의 전시장을 만들었다. 이후 규모는 좀 더 커져 현재는 약 5,000부지에 200여 종의 장미를 가꿔 향기로운 꽃향기를 지역주민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산청 장미축제장 한쪽에서는 안대성 씨가 취미생활로 만든 목공예품을 구경할 수 있다.

 

축제장 한쪽에서는 안 씨가 취미생활로 만든 목공예품을 구경할 수 있다. 흔들 그네에 앉아 잠시 어릴 적으로 떠났다. 준비한 캔커피 한 잔 마시며 찬찬히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돌아가는 물레방아 앞에서 한참을 들여다보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에서 옛 추억이 묻어난다.

 

축제라는 게 크든 작든일 손이 제법 간다. 귀찮고 짜증 나지는 않았을까. 댕기 머리를 멋진 스카프로 감싼 안대성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2013년에도 바람 쐬기 위해 찾았을 때 제가 좋아서 즐기는 일이죠! ···.”라고 한 그 마음 그대로다.

 

 

 

소박한 장미축제에서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이 떠올랐다.

 

문득 김소운이 쓴 가난한 날의 행복이 떠올랐다. 실직한 가장을 대신해 아내가 근처 회사에 일 나갔다. 가난한 집안 살림에 출근하는 아내에게 아침을 굶겨 보낸 남편이 점심때 어렵게 구한 쌀로 점심상을 차렸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가 전부인 점심상.

 

아내는 수저를 들려고 하다가 문득 상위에 놓은 쪽지를 보았다.

왕후(王后)의 밥, 걸인(乞人)의 찬······. 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혀 두오.”

낯익은 남편의 글씨였다. 순간, 아내는 눈물이 핑 돌았다. 왕후가 된 것보다도 행복했다. 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감에 가슴이 부풀었다.

 

장미축제 규모와 편의 시설은 보잘것없는 걸인의 찬이었다. 하지만 왕후의 밥처럼 마음조차 평안해지는 장미 향과 눈부신 아름다움에 짧지만 긴 여운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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