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여행) 연분홍 치마로 꽃단장한 생초조각공원-경호강 변에 위치한 경남 산청 생초조각공원에서 평안을 얻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5. 4.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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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처럼 설레는 단어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여행은 항상 멀리 화려한 명승지가 전부인 듯 착각한다. 오히려 여행지를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는가에 따라 즐기는 방식은 다양하다. 우리에게 내 안의 평안과 위안을 주는 소박한 여행지가 있다. 다소곳한 여행지이면서 마음의 평화를 안겨주는 곳으로 411일 길을 나섰다.

    

오는 51일부터 10일까지 산청한방약초축제가 펼쳐질 산청 나들목 입구 축제광장 뒤로 필봉산과 왕산이 보인다.

 

아주 특별한 동네 경남 산청 특리동의보감촌에서 밝은 기운을 얻어 나왔다. 오는 51일부터 10일까지 산청한방약초축제가 펼쳐질 산청 나들목 입구 축제광장을 찾았다. 산청은 예부터 지리산 청정 골에서 나는 약초들로 유명한 고장이다. 약초 상설 시장인 산청약초시장 뒤로 필봉산과 왕산이 보인다. 848m의 산봉우리가 붓끝을 닮은 필봉산은 산청 금서면 화계리에 있다. 필봉산 주변 마을에서 문인들을 많이 배출했다고 한다. 산 정상은 가파른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모양새가 여인의 젖가슴을 닮아 유두봉이라고도 부른단다. 923m의 왕산은 북쪽 산기슭에 가락국 마지막 왕의 무덤으로 전()해오는 구형왕릉이 있다.

 

산청공설운동장 근처 산청한방약초연구소가 있는 주위로 약초시장, 약용곤충체험관, 농특산물판매장터가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축제 메인 주제관인 동의보감관은 산청체육센터 내 약 2,700규모에 약초생태관, 항노화 전시체험관, 혜민서, 한방역사관, 어린이 한방체험관 운영을 위해 한방의 5가지 주제로 꾸려진다고 한다. 체육관에는 축제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그런데 이번 약초축제는 입장료 5,000원을 내야 한다. 입장료 5,000원은 지역 농산물과 약초 등으로 바꿀 수 있는 상품권으로 변한다. 그냥 즐기는 축제가 지역 내 농민들과 함께하는 상생의 길을 찾은 셈이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일행에게 얼굴 찡끄림 없이 차를 우려내 주는 팔보산청 임채영 대표의 마음씀씀이가 고맙다.

 

햇살이 곱다. 그렇지만 넓디넓은 동의보감촌과 축제 준비로 바쁜 현장을 구경한다고 다리가 아프다. 목이 말랐다. 약초시장 내 발효식품으로 유명한 팔보식품 판매장을 찾았다. 필명 미루로 더 바쁘게 온라인을 넘나드는 임채영 대표에게 차 한잔을 청했다. 함께한 일행도 우르르 끌고 가 연잎차며 녹차 등을 마셨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일행에게 얼굴 찡끄림 없이 차를 우려내 주는 마음에 고맙다.

 

입안 가득 차향과 고마운 마음을 가슴에 담고 다시 길을 나섰다. 경남 진주에서 거창으로 오고 가는 국도 3호선으로 차는 내달렸다. 함양으로 가는 길목인 생초면에 이르렀다. 국제조각공원이 있는 곳이다. 야트막한 구릉 지역에 꽃잔디로 분홍빛으로 꽃단장했다. 조각공원으로 가는 길 오른편에 목아 박찬수 목공예 전수관이 있다. 이곳에는 박찬수 선생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목공예를 구경할 수 있는 목공예를 구경할 수 있다.

    

경남 진주에서 거창으로 오고 가는 국도 3호선이 지나는 생초면 소재지에는 국제조각공원이 있다.

 

목공예보다는 온통 선분홍빛 꽃잔디가 양탄자처럼 깔린 공원으로 먼저 발길을 돌렸다. 아름답다는 말 말고는 어떤 말이 필요한지 떠오르지 않았다. 이갑열의 작품 <인간의 길>은 높다란 대 위에 두 팔을 옆으로 벌려있다. 마치 꽃밭을 박차고 푸른 하늘 위로 향한 자유로운 새의 모습이다. 나 역시 팔을 옆으로 벌려 한껏 코로 들이마셨다. 싱그러운 봄기운과 평안을. “깍깍까치 하나가 날아와 두 팔 벌린 조각 머리 위에 앉았다. 그리고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자유롭다.

    

깍깍까치 하나가 날아와 두 팔 벌린 조각 머리 위에 앉았다. 그리고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자유롭다.

 

언덕 위에서 돌 굴러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산청03-천지인 STACCICL MAURO(이탈리아) >은 멀리서 볼 때는 통신사 위성전파 안테나로 보이기도 한다. ‘돌 굴러가야~’하는 기분으로 큼지막한 동전 같은 조각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각들이 꽃잔디에 둘러쌓여 들고간 사진기로 하나하나 찍지 않으면 안될 강한 유혹을 이끌었다. 입구에서 조각공원을 한 바퀴 도는 데는 빠른 걸음이면 30분이면 돌 수 있다. 그러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밝은 분홍빛과 보랏빛 꽃잔디의 유혹에 걸음은 시나브로 된다. 연분홍 치마 휘날리며 봄이 와있는 공원은 사진기를 연신 들이대게 한다. 빠른 걸음이 아니라 아주 천천히 평안을 얻고 가라고 한다.

    

일행 중 스무 살의 아들과 함께 산책하는 아버지 모습이 부럽다.

 

 

 

저만치 일행 중 스무 살의 아들과 함께 산책하는 아버지 모습이 부럽다. 꽃잔디와 조각 사이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무슨 이야기꽃을 피우는지 궁금했다. “제가 아들 갈구는 이야기를 하죠. 아이는 제 말을 무시하고~” 아버지가 아들을 곁눈질하더니 하하하~”웃으며 부자의 대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공원 안에는 가야시대 고분군 2기와 현대 조각품 20여 점이 어우러져 있다.

 

 

 

공원 안에는 가야시대 고분군 2기와 현대 조각품 20여 점이 어우러져 있다. 봉분이 큰 옛 무덤이 능선을 따라 많이 있었다고 한다. 경작지 개간과 고령토 채취 등으로 많이 파괴되었다. 조각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조각품들은 1999, 2003, 2005년 산청국제현대조각심포지엄에 참여한 세계적인 조각가들이 만든 작품이다.

 

조각공원 위쪽 왼편으로는 어외산성이 자리 잡고 있다.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 때 홍의장군 곽재우 장군이 의병을 이끌고 이곳을 거점으로 삼아 북진하는 왜병을 방어했다고 한다. 조각공원은 200~240m 지점의 구릉지에 있다. 가로막히는 산이 없어 경호강을 남으로 시원하게 경호강 물줄기를 따라 펼쳐진 풍경을 구경하기 좋다. 공원을 나오면 피리찜, 쏘가리탕, 어탕국수 등 민물고기 요리로 잘 알려진 식당들이 많아 여행의 기억을 더 해준다.

    

공원에서는 생초면 면 소재지와 고읍뜰, 경호강을 한눈에 들어온다.

 

 

 

공원에서는 생초면 면 소재지와 고읍뜰, 경호강을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시원하다. 기분이 좋다. 내가 걷는 걸음마다 꽃이 피었다. 조각이 말을 건네고 지나는 바람이 속삭인다. 공원을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해바라기 하는 올해 여든다섯이라는 강외상 할아버지 옆에 앉았다. 함께 해바라기 하며 경치를 구경했다. 어르신은 사람들이 조각만 휙 하니 둘러보고 가는 게 아쉬워 가끔 (목공예전수관) 저쪽으로 구경하러 가라고 권하기도 해. 여기만 그런 게 아니라 산청은 구경할 게 너무나 많아. 찬찬히 둘러봐~”라며 당부했다.

 

어제도 분명 지났던 길이다. 왜 오늘에서야 찾았을까. 소박하지만 정겨운 풍경에 갓 지은 밥처럼 고슬고슬한 햇볕과 봄 내음 한 움큼을 얻었다. 경쟁 속의 숨 막히는 일상에 움츠려 있던 우리 몸과 마음을 기지개 켜고 내 안의 평안을 찾아 나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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