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여행)진시황이 황릉 지하궁전을 박차고 나올 아주 특별한 동네-경남 산청 동의보감촌에서 기운을 얻고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5. 4. 1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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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특별하다는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곳이 딱 두 곳이다. 수도인 서울특별시와 경남 산청 동의보감촌이 있는 특리’. 하늘과 땅, 사람의 좋은 기운이 모여 있는 특별한 마을에서 특별한 기운을 얻을 수 있다는 아주 특별한 동네를 찾았다.(4월 11일)

 

경남 산청군 단성면 목화 시배지를 둘러보고 떠난 곳은 동의보감촌. 단성면을 지나 신안면으로 다리 하나를 건너 자 적벽산과 백마산의 풍경이 맑은 경호강과 어울려 정겹다. 중국 삼국지에 나오는 유명한 적벽대전처럼 멋진 적벽. 중국에 가본 적 없지만, 산청의 적벽처럼 아름다운 풍경이리라 믿는다. 적벽을 지나 백마산을 둘러 경호강이 함께했다. 동의보감촌 주차장에 차를 세운 일행은 식당으로 향했다. 주차장 화단에는 마가목이 심어져 있다. 산청지역 맛집으로 소문난 약초와 버섯골에서는 마가목으로 식전 약주로 나왔다.

    

경남 산청 동의보감촌 앞에 있는 약초와 버섯골은 각종 약초 등으로 정갑하게 차린 맛집으로 유명하다.

 

식당에서는 두릅 장아찌와 삼채, 방풍나물 등 갖은 몸에 좋은 약초 나물들이 정갈하게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식전에는 마가목으로 담근 약주도 한잔 곁들였다. 씁쓰레한 맛이다. 맥주 애호가라 아쉽게도 한 잔만 마셨다. 육수에 담긴 약초로 이루어진 채소가 들어가고 이어서 고기가 뒤따랐다. 향긋한 약초 내음이 입안에 맴돌고 얇게 쓴 고기는 입 안에서 녹아내린다. 맨 마지막에 샤부샤부에 육수에 밥을 함께 졸여 죽을 내어왔지만 이미 약초와 고기에 배가 불러 죽은 먹지 않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남 산청 동의보감촌 전경.

 

식당을 나와 동의보감촌 불로문을 지나 주제관 앞으로 나갔다. 오는 51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2015년 산청한방약초축제를 앞두고 여기저기 손님 맞이가 한창이다. 옛 의녀와 의원을 형상한 조형물 앞에는 오늘 내가 먹은 방풍나물을 비롯한 약초 등이 화분에 담겨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주제관 앞 분수대에는 한낮의 열기를 식혀주는 물줄기가 솟아올랐다. 분수대 한쪽에는 아이스크림콘으로 잠시 여유를 가지는 가족이 보였다.

    

동의보감촌 주제관에서 아이스맨 외찌를 만나면 전통의학의 역사를 살필 수 있다.

 

주제관 입구 바로 옆에는 행복 나무로 불리는 해피트리가 입장하는 이에게 행복을 나눠주는 듯 서 있었다. 이름만큼 행복한 날이다. 주제관 앞에서 오늘 길라잡이 백지은 문화관광사를 만나 입장했다. 일행은 문화관광사의 말 하나라도 허투루 듣지 않으려는 듯 모두가 볼펜과 메모지를 꺼내 열심히 적는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주제를 암시하는 영상물을 관람했다. 주제관 내부에도 축제를 앞두고 공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였지만 관람에 불편은 없었다. ‘아이스맨 외찌를 만난 뒤 세계 각 나라의 전통 의학을 2층에서 살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 중 한 분인 세종대왕은 육식을 즐기면서도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각종 근무 등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비만의 세종대왕은 당뇨를 앓았다. 세종에게 내린 처방은 갈증 해소를 위해 좋은 닭과 꿩, 양고기를 먹도록 권했다고 한다. 육류를 즐기는 세종에게 저지방 육류를 처방한 모양이다. 문득 배 나온 나 역시 참고할 내용이라 유심히 살폈다. 조선 왕실에서는 어린 왕자들의 영양식을 위해 고려한 간식이 이란다. 국화죽, 죽순죽 등의 죽으로 학습효과를 극대화하고 뇌 활동을 원활하게 하게 효능의 재료를 이용했단다. 머릿속에 밑줄 쫙 치고 나왔다.

    

동의보감촌 내 부와 건강을 상징하는 황금빛 초대형 거북이 조형물.

 

한의학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에서 커다란 황금빛 거북이가 두 눈 가득 들어왔다.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 박물관 1층에는 우리의 소중한 기록문화인 동의보감’ 25권이 전시되었다. “소갈증에 걸린 환자의 소변 맛은 달다.”라는 동의보감 기록에서 알 수 있듯 동의보감을 쓴 허준 선생은 소변도 맛을 보았다. 그런 노력의 결실 덕분에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을 겪은 조선 시대 민중들은 병의 고통에서 한걸음 물러날 수 있었지 싶다. 옛 조선 시대 한의원 재현한 곳을 지났다. 한약초의 향긋한 내음이 나는 듯 기분마저 상쾌했다. 재현한 곳을 지나 2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이 퀴즈로 알아보는 한방체험 문제 풀기에 열중이었다.

 

 

세계기록문화유산인 동의보감 25.

 

박물관을 나왔다. 왼편으로 노랗고 빨간 튤립이 한가득한 약초테마공원을 지났다. “에버랜드 갈 필요 없네라는 일행의 말에 나도 공감했다. 튤립 사이사이에 나무 표지판에 적힌 바람개비와 굴렁쇠’, ‘오줌싸개’, ‘말뚝박기글자에 어릴 적이 떠올라 절로 입가에 웃음이 묻어났다. 화려한 튤립 사이 나무길 아래에는 냉이꽃이며 별꽃이 하얗게 무리 지어 피었다. 튤립으로 유명한 네덜란드를 떠올리는 풍차가 튤립 너머로 나온다. 전망대에 이르러 숨을 골랐다.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황매산이 왼쪽에 들어오고 구인산, 시루봉, 부암산, 삼천포 와룡산까지 한눈에 다 들어온다. ‘마음이 불안하세요?’라고 묻는 표지석이 나왔다. ‘신문혈을 눌러주세요라고 물음 아래에 답을 적었다. 신문혈은 손바닥 밑의 새끼손가락의 바깥 측()인데 그림처럼 눌러보았다.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눌러보리라 생각했다.

    

동의보감촌 약초테마공원 내 노랗고 빨간 튤립 한가득이다.

 

동의보감촌의 본가, ‘동의본가’. 좋은 기()를 받을 수는 바위가 무려 세 개나 있다. 동의본가 대문인 천기문을 지나 오른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첫 번째 기 바위 복석정’. 설명을 듣고 나니 오줌이 마렵다. 화장실을 찾았다. ‘해우소라 적힌 글씨체가 모든 근심을 덜어줄 듯 해맑다. 해우소를 나와 동의전 뒤편 귀감석으로 옮겼다. 127톤의 거북이처럼 생겼다는 귀감석에는 하늘 아래 좋은 일이 모두 적혀 있다고 한다.

 

 

동의보감촌 3개의 기 바위 중 하나인 귀감석.

 

독일에서 귀화한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이곳에서 기 체험한 뒤 청와대에서 임명 전화를 받았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귀감석에서 다시 위로 걸음을 옮겨 석경으로 가려는데 십이지신을 형상화한 돌조각이 눈에 띄었다. 복스러운 돼지 모양이 정겹다. 동의전 옆의 원숭이 십이지상은 또 어떤가. 툭 튀어나올듯한 눈망울을 가진 원숭이 모습에 웃었다.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 석경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다 고개를 돌려 동의전 처마를 보았다. 황금빛 봉황이 용마루를 대신해 앉아 있다. 봉황의 날갯짓에 내 기운도 얻었다. 석경 아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마를 댔는지 반질반질하다. 석경은 천도교의 천도교의 경전인 천부경 81자가 새겨져 있다.

   

기체험장 정문 양옆에 서 있는 두꺼비 조각상은 좋은 기운을 가득 담았을 듯한 보따리를 어깨에 메고 있다.

 

 

기체험장을 나왔다. 들어갈 때는 보지 못한 두꺼비 조각상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천기문 양옆에 서 있는 두꺼비 조각상은 좋은 기운을 가득 담았을 듯한 보따리를 어깨에 메고 있다. 동의본가를 나와 허준 순례길을 걸었다. 숲이 주는 평안함을 얻었다. 해부동굴과 지압길을 지나자 어느덧 순례길 끝이다. 순례길 끝에는 한방 침 조형물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다. 약탕기를 공손하게 받쳐 든 조명등이 귀엽다. 곰돌이 처럼 앙증스러운 곰 수돗가는 또 어떻고. 십이지신상 분수대의 원숭이는 개구쟁이처럼 꼬리에 두루마기를 꽉 잡고 있다. ‘어흥하는 호랑이는 형상이 귀엽다 못해 우습다.

    

동의보감촌 내 허준 순례길.

 

동의보감촌 장생문을 지나 주차장으로 향했다. 들어오고 나가면서 불로장생을 얻고 가는 기분이다. 아마도 중국의 진시황이 이곳을 알았다면 황릉 지하궁전을 박차고 나와 여기를 찾았을 것이다. 하늘이 만든 고즈넉한 풍경 아래 생동하는 기운을 얻었다. 생동하는 봄 여행을 깊고 따스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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