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 퇴근하고 진주시 평거동 ‘꽃각시’에 이르렀다. 지난 모임에서는 이주민에 관해 좀 더 생각을 나누기 위해 경남이주민센터를 찾아가 이주민 또는 활동가를 만나 보기로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대신 이주민센터에서 추천한 책에 있던 추천 동영상을 보는 것을 대체했다.
꽃같이 아름다운 글씨체와 간판이 반겨주는 ‘꽃각시’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인권동영상 보며 수다로 푸는 모임이다. 비록 <진주인권교육센터>라는 큰 타이틀이 뭇사람들을 주눅이 들거나 어렵게 생각하게 할지 모르지만, 올해는 인권 관련 동영상을 보며 수다로 풀고 공부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센터장 권춘현 샘의 말처럼 ‘숙제’와 ‘준비’가 없는 편안한 시간이다.
저녁 7시. 식사하고 오는 회원 두 명을 제외하고 4명은 충무김밥과 수제비로 저녁을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나온 이야기는 드라마 같은 결혼 예단과 관련한 갈등이었다. 아들 셋을 두었지만, 아직 아이들이 중학생이고 초등학생이라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식사를 마치고 물 건너 홍콩에서 가져온 차를 마셨다. 5,000원이 주는 행복감에 젖어들 무렵 엄마를 따라온 ‘제시’가 과자 꿈틀이를 들이민다. 지렁이를 닮은 과자를 마치 어른들을 놀랠 킬 요량인지 손으로 꼼지락거리는 재롱도 잠시 나중에는 우리에게 먹어보라 권한다.
제시가 옆방으로 자리를 옮기고 우리는 컴퓨터를 켰다. EBS 지식채널e에서 방영했던 ‘17년 8개월’을 먼저 시청했다. 동영상 제목처럼 우리나라에 17년 8개월 살다가 추방당한 네팔에서 온 미누 이야기였다. 5분 정도의 동영상 한 편을 보고 난 뒤 생각을 나눴다. 동영상은 5분이었지만 생각나누기는 50분 정도였다. 결국, 예상했던 동영상 5편 중 2편은 보고 생각 나누기를 했고 나머지는 영상만 보았다. 네팔로 추방된 미누의 “한국이 걱정된다”는 말에 마음이 심란했다. 단일민족이라는 허울 아래 우리는 피부와 말이 다르다고 차별하고 억압했다. “독일은 노동력을 원했지만, 사람들이 왔다”고 한 맨 마지막에 본 동영상 ‘사람들이 왔다’의 자막이 미누의 처지를 대변하는 말 같다.
영화 <국제시장> 속 주인공처럼 독일에 광부로, 간호사로 간 이들과 같이 네팔에서, 인도네시아에서, 필리핀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나라로 온 이주노동자에게 우리는 지금 일하는 기계 이상의 대우를 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한다.
생각 나누기 중에서 나온 말 중에서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고 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 고려대학교 출판부에서 펴낸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에서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와 대학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무조건적인 시민의 법규 준수 의무를 옹호하고 기존의 법질서에 대한 합리적인 의문과 비판을 차단하는 데 소크라테스를 이용했다.’고 했다.
우리가 본 동영상은 ‘17년 8개월, 신분증을 제시해주십시오, 피부색, 히잡, 사람들이 왔다’
이날 모임은 저녁 10시에 끝났다. 다음 달 3월은 10일쯤 모여 생각을 나눌 예정이다. 경남이주민센터에서 추천한 책 <우리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과 오마이뉴스 대표인 오건호가 복지 선진국 덴마크를 취재해서 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중에서 한 권을 선정해 읽고 이야기 나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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