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0년 전이었다.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의 평양시가지 전투 세트장이 만들어졌고 영화의 흥행은 사람들에게 촬영장을 찾게 만들었다. 나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2006년 1월, 방학을 맞은 조카와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 세트장을 찾았다. 바로 그곳이 현재의 경남 합천군 영상테마파크다. 2004년 4월 7만5,000㎡에 이르는 면적을 가지고 문을 열었다.
2006년 1월에 찾은 영상테마파크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영화 세트장 답게 그때는 전투장면에 사용된 전차며 인민군복을 한 마네킹 등과 평양시가지가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아이들도 영화에 등장한 전차에 올라 태극기를 휘날렸다. 불과 몇 년전의 기억인데도 마치 먼 길을 다녀온 듯 빛나랜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마도 초등학교 입학을 1년 앞둔 큰 아이가 이제는 어엿한 중학생이 되었다는 시간의 무게 때문인지 모르겠다.
둘째도 어린이집에서 졸업여행(?)을 다녀온 곳이기도 했다. 물론 한창 아빠 품에 안겨 재롱떨었던 막내도 어린이집 친구들과 함께 다녀왔기에 우리 가족들의 추억이 이곳에서는 해방전후의 우리나라로 타임머신을 타고 다녀온 듯 생생하게 멈추어 있다. 그후로 장모님 생신을 맞아 처가식구들과도 다녀오고 어머니 모시고도 다녀왔다.
추억여행을 떠나기 위해 주말 우리 가족은 디시 영사테마파크로 출발하는 가호역 입구에서 표를 끊었다. 예전에는 그저 입구라는 입간판이 커다랗게 놓여 있었는데 이제는 마을 이름을 딴 가호역이 세워져 있어 운치를 더한다.
매표소 입구에는 이곳에서 촬영한 각종 영화와 드라마가 훈장처럼 적혀 있다.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 <각시탈>도 이곳에서 촬영되었기에 드라마 속 주인공 이강토의 흔적을 찾아보는 즐거움은 덤이었다.
조선총독부 건물이며 경성역,반도호텔,경교장,이화장 등 일제강점기의 경성 시가지는 물론이고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서울 거리가 재현되어 둘러보는 재미는 더 솔차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가호역에서 표를 끊고 나오니 마차가 먼저 반긴다. 우리 가족 모두 단돈 만원에 모시겠다니 반갑기는 한데 아쉽게도 우리 내외 현금을 준비하지 못했다. 마차 호객을 등지고 본격적으로 테마파크에 들어서면 전차가 눈에 띈다. 지금의 지하철과 달리 느릿느릿 다닐 것 같은 전차에 앉아보면 당시를 실감하지는 못하지만 왠지 내가 외계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의 서울 강남처럼 세련되고 부티나는 거리가 당시에는 서울 종로였겠지. 서양인 얼굴을 한 입간판의 주인공이 시간을 거슬러 오늘날 내게 낯설지 않은 것은 모두가 서양인처럼 양복을 한복보다 더 자연스럽게 입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우리가 저 풍경 속에는 낯선 이방인이다. 과거로 훌쩍 여행을 떠나온 우리를 비롯해 관람객들은 이국적인 과거의 풍경을 카메라 담기 바빴다. 아이들은 그저 읽기 불편한 한자 입간판이 많은지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드라마 <각시탈>에서 지금의 상류층처럼 호사스럽게 분위기 내며 마시던 술집 앞으로 관광객을 태운 마차가 지나간다. 마차를 피해 어서 나도 엔젤클럽에 들어가 <비루> 한잔 청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다. 날이 더워서가 아니라 흔하게 마시는 맥주가 당시에는 이른바 돈 없는 서민들에게는 먼나먼 나라의 달나라 같은 이야기처럼 보여졌을거다. 덕분에 돌아온 저녁, 집에서 마시는 맥주의 거품은 목을 부드럽게 감싸 돌았다.
추억으로 떠난 여행의 한가운데에 지금의 서울역, 경성역이 떠하니 서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영화 속 역사 풍경 등이 정리되어 영화 속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다. 커메디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영화도 떠올리게 한 까닭에 그저 웃었다.
종로경찰서에 내걸린 <내선일체> 등의 현수막이 오늘날 일본 일부 정치인들의 망언을 떠올리게해 씁쓰레했다. 아이들에게 내선일체가 뭔지 황도정신이 뭔지 설명할라니 벌써 저만치 가버린다. 아이들은 그저 색다른 건물일 뿐이었다.
더넓은 곳을 휘젓고 다니니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마르다. 다행히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원두 커피향이 좋은 까페에서 팥빙수 등을 시켰다. 그렇게 앉아 먹노라니 우리가 <모던보이>요, <모던 걸>이다.
경성역을 경계로 일제강점기의 풍경이 사라지면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우리의 서울 소공동 거리가 나온다.
"달동네가 뭐예요?"
"달을 제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동네지. 그래서 산 높은 곳에 자리 잡은 가난한 동네이기도 하고..."
중학생 큰 애의 질문에 아빠인 나는 신이 나서 답을 하지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버린다.
빛바랜 서울 풍경 속으로 들어가 우리 가족들. 지금의 LED텔레비전을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고 우아하게 텔레비전이라 부르지 않았다. <테레비>가 더 정겹게 불리었다. 나도 이제는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간다.
서울 우체국 문을 열고 들어가니 큰 우체통이 눈길을 끌고 전자우편이 아닌 손글씨로 꾹꾹 눌러 쓴 종이 편지가 영화 속에 어떻게 도구로 활용되었는지 소개하는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아이야 너는 모르겠지만 나도 네 엄마에게 영화 속 주인공처럼 말로 하지 못한 부끄러운 표현도 편지로 담았구나. 근데 지금은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가 전부네.
아이들은 어떻게 시간 여행을 했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우리 가족 즐겁게 타임머신을 타고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로 시간여행을 하고 다닌 추억을 여기 세트장에 남겨두었다.
이 글은 아름다운 바다속처럼 여자와 남자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여성부블로그 <여행상자>와 함께 합니다.http://blog.daum.net/moge-family/6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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