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김 서방, 또 거기 가는가?”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3. 2. 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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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은 아이들과 조카를 거느리고 잠시 다녀오겠다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되묻는다. 그렇다. 장모님 말씀처럼 설을 맞아 처가에 들른 나는 또 거기를 아이들을 이끌고 다녀왔다.

 

 

내 처가는 경남 함양. 함양에 가면 나는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천년 숲의 전설이 깃든 상림공원이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20여 년 전 결혼도 하기 전 대학 사진동아리 회원들과 이곳에서 사진촬영을 겸해서 놀러 왔었다. 푸른 숲의 물결에 카메라는 안중에도 없이 거닐고 거닐었다. 그냥 좋았다. 그때의 좋은 인연 덕분인지 나는 함양에서 태어난 처녀를 아내로 맞아 이제는 처가를 핑계로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더 자주 찾는다.

 

    

 

상림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머루터널 등을 지나면 '다볕당'이다. 푸른 숲 가운데에 너른 잔디밭이 나와 마냥 뛰어도 즐겁다. 다볕당 옆에는 '함화루'가 있다. 함화루는 옛 함양읍성의 남문이었는데 일제가 강제로 철거하려고 하자 뜻있는 지역민들이 여기 이곳에 옮겨 현재에 이른다.  그 옆으로는 그네가 있다.

 

 

 

 

이몽룡이 성춘향의 그네타는 모습 보고 반했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그저 그네 타는 즐거움에 그네에 반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상림은 함양읍 서쪽 위천(渭川)에 자리 잡은 인공림으로 천 년이 넘는다. 통일신라 말기 함양 태수를 지낸 고운 최치원(857~?)이 조성한 것으로 전해져 온다. 당시 최치원은 함양 읍내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위천이 자주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둑을 쌓아 물길을 돌린 뒤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했다고 한다. 이후 대홍수로 둑의 중간이 잘려나가 숲은 상림과 하림으로 나누어졌다. 하지만 도심의 팽창 등으로 하림은 없어지고 오늘날 길이 1.6Km, 80~200m, 면적 208000(63000)의 상림만 남았다. 최근 함양군에서 하림을 복원하기 위해 하림공원을 만들었다. 비록 상림에 비해 나무의 수령이 적어 어설프지만 내 아이가 내 나이쯤이면 상림에 못지않을 거라 믿는다.

 

 

상림에는 흔히 우리가 도토리나무라고 부르는 갈참떡갈굴참나무, 쭉동백나무, 나도밤나무, 당단풍, 느티나무, 고로쇠나무, 회화나무, 노린재나무, 고추나무, 작살나무 등이 1202만여 그루가 있다. 활엽수가 빼곡하지만 30%는 개서어나무다. 그리고 나무 밑에는 복분자 딸기, 머루, 인동과 같은 덩굴 식물들이 얽혀 살고 있다.

 

 

 

이런 나무들의 군락 속에 사랑이 꽃피는 나무들이 있다. 이른바 연리목이 그것이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의 몸통이 합쳐져 하나가 된 것을 연리목이라고 하는데 이 연리목은 수종이 다른 개서어나무(사진왼쪽)와 느티나무의 몸통 전체가 결합하여 더욱 상서로운 나무로 알려졌다. 이 나무 앞에서 서로 손을 꼭 잡고 기도하면 부부간의 애정이 더욱 두터워지고 남녀 간의 사랑이 이루어지며 소원성취한다고 전해진다. 이 나무 앞에서 지금의 아내와 데이트를 하며 사랑을 속삭였던 기억이 있으니 빈말은 아닌듯하다.

 

또한 청딱따구리, 직박구리, 오목눈이, 멧새, 참새 등 17종의 텃새와 다람쥐가 서식하고 있다. 다람쥐는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다람쥐를 쳐다보느라 목이 빠질 듯이 아플지 모른다.

 

 

 

상림은 비단 나무와 야생동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멋진 바위도 있다. 바위 이름은 <마당바위>. 마치 회의 석상을 보는 듯한 데 실제 앉은 돌들이 12. 너른 바위에 가져온 간단한 먹을거리를 내놓고 먹어도 색다른 운치를 더할 듯하다. 나는 이 바위에만 오면 2009년도 그때가 떠오른다. 아이들이 무대인 양 바위 위에 올라가 노래하고 춤을 추었던 우리 아이들의 재롱을 잊지 못한다.

    

 

상림 옆에는 69,878의 연꽃단지가 조성되어 여름철이면 은은한 연꽃 향을 찾아 벌이 꽃을 찾듯 관광객들로 붐빈다. 연꽃단지는 열대수련을 비롯한 다양한 수생식물 등 350품종을 관찰할 수 있는 연꽃 모양 탐방로 350m가 잘 놓여 있다.

 

인공림이지만 어떤 천연 숲보다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는데 아름드리 활엽수들이 울창한 숲 속 한복판에는 흙냄새 가득한 오솔길과 실개천에서 맑은 물이 쉼 없이 흘러 언제 찾아도 상쾌한 기분을 가지게 한다.

 

30만 그루의 꽃무릇(석산)이 일제히 만개해 숲 바닥을 온통 붉은 비단결로 만드는 9월 하순과 오색단풍 터널과 수복한 낙엽이 운치를 더하는 10월 중순에서 11월 중순 사이는 더욱 아름답다.

 

 

   

(사진 왼쪽부터 상림을 조성한 고운 최치운 선생, 점필재 김종직 선생, 일두 정여창 선생의 흉상)

 

이 밖에도 한가운데에는 함양과 인연이 있는 역사적 인물들을 살펴볼 수 있는 역사인물공원도 있다. 이 숲을 조성한 고운 최치원을 비롯하여 일두 정여창 선생, 연암 박지원 선생 등을 만날 수 있는데 이분들이 함양과 어떤 인연들이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상림은 꽃피는 봄이나 푸른 초록을 자랑하는 여름이나 낙엽 짙은 가을도,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사색의 공간 겨울까지 언제 찾아도 넉넉히 안아주는 우리 마음의 숲이다.

 

찾아 가는 길

서울 : 서울 - 대전통영고속도로 - 함양IC

부산 : 부산 - 남해고속도로 - 대전통영고속도로 - 진주 - 함양IC

대구 : 대구 - 88고속도로 - 함양IC

광주 : 광주 - 88고속도로 - 함양IC

함양 IC -> 본백 삼거리(우회전)-> 동문 사거리(농협중앙회 앞)->

함양군청-> 함양3교 사거리 (우회전)-> 상림공원 주차장

 

맛집: 읍내에 50년 전통의 국밥집인 대성식당(055-963-2089)이 있는데 하루 100그릇만 팔고 문을 닫는다. 상림부근에는 나무 채밭에 찰밥, 조밥, 수수밥, 메밥 등의 오곡밥과 각종 산나물이 나오는 늘봄가든(055-963-7722)이 맛깔스러운 집이다.

 

 

윗글은 경상남도 인터넷신문 경남이야기와 함께 합니다.

http://news.gsnd.net/news2011/asp/news.asp?code=0100&key=20130218.9900114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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