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이 흩날려 봄눈이 내리는 듯한 4월 3일이었습니다. 그날은 구내식당이 아니라 산청읍 교육지원청 인근 솟대하늘에서 점심을 함께했습니다.

벚꽃이 화려하게 필 무렵 팀 내 파트 이동이 있었습니다. 같은 파트에서 1년 넘게 함께한 동료도 있었고, 입사한 뒤 내내 같은 파트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도 있었습니다. 서로 고생했다는 말을 건네기에는 바깥 점심이 더 어울리는 날이었습니다.

솟대하늘은 바깥에서 보면 먼저 모양이 눈에 남습니다. 둥글게 부푼 지붕과 황토빛 벽이 어우러져 마치 버섯 같은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낮고 넓은 처마도 정겹습니다. 두꺼운 나무문이 열려 있고 장독이 입구 곁에 놓여 있습니다. 오래 손을 탄 살림집 같은 분위기입니다. 예전에는 사람들로 더 붐비던 때도 있었습니다. 저녁 무렵이면 2층 다락 같은 자리에서 밥을 먹고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한 집의 식당이면서 한 시절의 모임 장소이기도 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실내도 그 인상을 이어갑니다. 둥근 전구 아래 흙벽과 나무가 어우러집니다. 식탁 곁의 창 너머로 읍내가 고요하게 풍경처럼 보입니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 느슨해집니다. 천천히 밥을 먹게 되는 집입니다.
반찬이 조금씩 달라지는 솟대하늘 한 상

상차림은 반찬부터 좋았습니다. 이 집은 반찬이 늘 조금씩 달라지기도 합니다. 한 번 왔다고 같은 상을 다시 만나는 집은 아닙니다. 계절과 손맛이 그날그날 조금씩 달라지는 집에 가깝습니다. 그날 상에는 초록 나물과 샐러드, 붉은빛 반찬, 쑥 튀김, 소시지가 올랐습니다. 반찬이 요란하지 않았습니다. 한 상은 넉넉했습니다.

쑥 튀김이 먼저 눈에 남았습니다. 연둣빛 기운이 살아 있었습니다. 바삭한 표면 아래로 봄 향이 들어 있었습니다. 쑥을 튀겨 놓으니 덩달아 봄기운이 쑥쑥 솟구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샐러드는 한 상의 숨을 가볍게 고르게 해주었습니다.

비엔나소시지도 반가웠습니다. 저는 예전 이곳에서 먹었던 분홍색 소시지를 아직 기억합니다. 지금의 비엔나소시지도 잘 먹었습니다. 그래도 제게는 예전 분홍색 소시지가 더 그립습니다. 도시락 반찬처럼 익숙했습니다. 그래서 더 따뜻한 기억을 데려왔습니다.
부대찌개도 맛있게 먹었던 집입니다. 대구뽈찜도 잘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날은 다 같이 차돌순두부로 점심을 맞췄습니다.
후후 불어 먹은 차돌순두부와 4월의 격려

그날 점심 메뉴는 모두 차돌순두부였습니다. 뚝배기 안 붉은 국물은 자글자글 끓으며 김을 올렸습니다. 다들 후후 불어가며 한 숟갈씩 떠먹었습니다. 차돌에서 나온 고소한 기운이 국물에 배어 있었습니다. 순두부는 부드럽게 풀렸습니다. 국물은 진했습니다. 맵기만 한 맛이 아니었습니다. 뜨겁고 고소했습니다. 속을 천천히 풀어주는 맛이었습니다. 긴장이 조금씩 내려앉는 점심이었습니다.

함께한 동료 가운데 한 명은 이날 처음 이곳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첫 식사 자리였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여러 기억이 겹친 자리였습니다. 같은 상 앞에 앉아도 담아가는 장면은 조금씩 다릅니다. 처음 찾은 동료에게는 새로운 점심이었을 것입니다. 제게는 예전 저녁의 기억과 지금의 점심 풍경이 함께 포개지는 자리였습니다.

그날의 점심은 단순한 외식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파트에서 함께 버틴 시간을 돌아보는 자리였습니다. 서로 고생했다고 말하는 자리였습니다. 잘 버텼다고 말하는 자리였습니다. 새 자리에서도 잘해보자고 격려하는 자리였습니다. 성대한 송별은 아니었습니다. 긴 인사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더 오래 남을 듯했습니다. 벚꽃이 흩날리던 4월 3일, 산청 솟대하늘의 차돌순두부는 한 끼 식사보다 진한 시간으로 남았습니다.
산청에서 이어 먹은 점심들
산청 매촌모퉁이 식당에서는 동료와 식구처럼 둘러앉아 코다리찜 점심을 먹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echansol/224229779898
산청 차이나웍에서는 배달과 포장보다 홀에서 먹는 맛이 더 또렷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echansol/224225149181
산청엔흑돼지에서는 1만 원 두루치기 점심의 든든함을 오래 기억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echansol/224208558123
산청 솟대하늘의 차돌순두부 점심도 그렇게 제 산청 점심 기록 한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아래 글들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 솟대하늘
- 주소: 경남 산청군 산청읍 덕계로 49-6
- 영업: 11:30~21:00, 브레이크타임 14:30~17:00, 라스트오더 20:00
- 휴무: 매주 토요일·일요일, 토요일 단체예약 가능(20명 이상)
- 메뉴: 차돌순두부 9,000원, 바지락순두부 9,000원, 부대찌개 12,000원, 대구뽈찜(중) 40,000원·(대) 50,000원
주차 : 전용 주차장 없음. 앞쪽 이면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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