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4일, 경남 산청성심원 어르신 스물일곱 분을 포함한 마흔 명이 경북 포항으로 봄소풍을 갑니다. 평균 연령은 70대 이상입니다. 크고 작은 장애를 지닌 어르신들과 함께 움직이는 일정입니다. 지난 4월 2일, 동료 직원과 함께 먼저 길을 다녀왔습니다. 사전답사였습니다. 하루를 통째로 길 위에 두고 나니 작은 봄여행을 먼저 다녀온 기분도 들었습니다.

이번 봄소풍은 오전 8시에 출발합니다. 아침 미사와 공동 식사를 마친 뒤 길을 나설 수 있도록 잡은 시각입니다. 예전에는 관광버스 여러 대가 별을 보며 떠났다가 별이 들 무렵 돌아오던 날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시절과 같지 않지만, 함께 길을 나서는 마음은 여전히 따뜻합니다.

중간에 들른 영천휴게소는 뜻밖에 여행의 기분을 먼저 열어 주었습니다. 화장실을 비롯한 곳곳이 별 관측 테마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잠시 쉬는 자리인데도 별들 사이로 떠나는 길 같았습니다.
죽도시장 물회와 동해 해안도로, 포항 봄소풍의 첫인상

포항에 들어서 가장 먼저 죽도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습니다. 사람들 움직임도 컸습니다.

생선과 건어물이 쌓인 골목에는 바다 냄새가 진하게 감돌았습니다. 상인들 목소리가 오가고 수레바퀴 소리도 뒤섞였습니다. 익숙한 장터와는 또 다른 활기가 있었습니다.

점심은 물회를 먹었습니다. 시원했습니다. 비릿한 맛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과일을 갈아 넣은 육수 덕분인지 국물은 더 부드럽게 들어왔습니다.

한 숟갈 들이킬 때마다 내 안에 푸른 동해 바다를 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짧은 점심 한 끼였지만 포항의 첫맛은 맑고 시원했습니다.

죽도시장에서는 소풍에 함께하지 못하는 성심원 식구들을 생각하며 건어물도 둘러보았습니다. 은빛 멸치 상자를 드는 순간 무게가 유난히 크게 전해졌습니다. 함께 나눌 사람들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점심 뒤에는 호미곶 쪽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둥글게 돌출된 해안을 따라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굽은 도로 옆으로 푸른 바다가 줄곧 따라왔습니다. 차창 밖 풍경만으로도 속이 조금씩 풀렸습니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쪽에 접어들 때는 가슴이 탁 트였습니다. 남해 바다는 섬들이 알알이 박혀 있어 때로는 시야를 끊습니다. 동해는 또 달랐습니다. 앞이 훨씬 크게 열려 있었습니다. 푸른 바다가 막힘 없이 밀려와 시선을 오래 붙들었습니다. 다만 화장실과 이동 동선을 생각하면 실제 소풍에서는 이 구간을 오래 머무르지 않고 지나가는 길로 두는 편이 낫겠다고 보았습니다.
호미곶 상생의 손과 구룡포 골목, 먼저 다녀온 봄소풍의 얼굴

호미곶광장에 도착해서는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바다는 시원했습니다. 바람은 생각보다 힘이 있었습니다.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끝에 짠내가 묻어 있었습니다.

갈매기들은 사람들이 던져 주는 새우깡을 향해 하얀 빛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날갯짓 소리와 사람들 웃음소리가 한데 섞였습니다. 그 장면이 오래 눈에 남았습니다.

유채꽃축제는 4월 4일부터 5일까지 열린다고 들었습니다. 우리가 다시 찾을 4월 14일에도 황금빛 유채꽃을 볼 수 있을지 문득 궁금했습니다. 바다 곁에 노란빛이 남아 있다면 이번 봄소풍의 풍경은 한결 환해질 듯했습니다.

이어서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에 들렀습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더 많이 알려진 곳입니다. 낮은 집들이 이어진 골목은 생각보다 조용했습니다. 낡은 창틀과 오래된 벽면이 천천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색다른 풍경이 잠시 시간을 비껴 서게 했습니다.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 과메기문화관까지 다녀왔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구룡포 바다는 차분했습니다. 항구와 지붕들이 한데 모여 있었습니다. 그 아래로 바다가 잔잔하게 받치고 있었습니다. 오래 걷지 않아도 충분히 인상이 남는 곳이었습니다.

구룡포를 끝으로 다시 산청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습니다. 하루 종일 바다를 보고 달린 뒤라 몸은 조금 피곤했습니다. 마음은 이상하게 가벼웠습니다. 귀원길에는 고령군 대가야읍에 들러 한우전골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점심에 회를 먹어 배가 부를 줄 알았습니다.

저녁도 또 들어가 스스로도 조금 놀랐습니다. 보글보글 끓는 국물에서 김이 오르자 하루의 피로도 조금씩 풀렸습니다.

포항 답사는 장소만 살피고 돌아온 일정이 아니었습니다. 산청성심원 어르신들과 함께 오게 될 봄날을 먼저 만나고 돌아온 길이었습니다. 죽도시장의 활기, 동해의 푸른 물빛, 호미곶의 바람, 구룡포의 조용한 골목이 하루 안에 차례로 들어왔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그 길을 어르신들과 함께 다시 천천히 걷는 일입니다.
▣ 주요 답사 정보
- 답사일: 2026년 4월 2일
- 소풍 예정일: 2026년 4월 14일 / 총 40명 이동
- 주요 코스
① 죽도시장(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길 13)
② 호미곶광장(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해맞이로150번길 20)
③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과메기문화관(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길 117번길 일대)
- 식사: 점심 죽도시장 일대, 저녁 고령 대가야읍 녹원가 한우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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