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삼일절 진주, 교육지원청 앞 평화 기림상을 기억하다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6. 3. 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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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이면, 3월이 오면 진주에서 어디를 걸어야 할지 잠시 생각합니다. 이름난 명소도 좋습니다. 봄꽃이 먼저 피는 길도 좋습니다. 그래도 어떤 날에는 풍경보다 기억이 앞서는 자리가 있습니다.

저는 진주교육지원청 뜨락의 평화 기림상을 먼저 떠올립니다.

진주 평화 기림상은 201731일 제막됐습니다. 시민 4200여 명이 7800여만 원을 모아 세운 자리입니다.

평화 기림상 앞에 서면 마음이 조금 낮아집니다. 소리를 높이게 되는 자리가 아닙니다. 오래 바라보게 되는 자리입니다. 삼일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장소가 꼭 거대한 기념관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도 여기서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일상 가까이에 있는 기억의 자리가 오히려 더 오래 남을 때가 있습니다.

진주의 평화 기림상은 흔히 알려진 앉은 소녀상과 다릅니다. 서 있는 여성상입니다. 단발머리입니다. 얼굴은 살짝 비껴가 있습니다. 한 손에는 새가 놓여 있습니다. 다른 한 손은 굳게 쥐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19세에서 25세 사이 여성을 형상화한 조형으로 소개했습니다. 살짝 돌린 얼굴은 원치 않았던 삶과 강제로 끌려간 현실을 뜻하고, 꼭 쥔 주먹은 사죄를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손 위의 새는 평화를 뜻한다고 합니다.

 

서 있는 여성상, 조용하지만 단단한 표정

기림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슬픔만 먼저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버틴 시간도 함께 느껴집니다. 견딘 사람의 얼굴이 있고, 끝내 잊지 않겠다는 마음도 보입니다. 아픈 역사를 말하는 조형물인데도 무너지지 않는 자세가 청동 너머로 보입니다.

발에 신겨진 털신이 처음에는 없었습니다. 시민들이 계절마다 마음을 보태 털모자와 목도리를 기림상에 두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마음이 맨발의 기림상에 씌워졌습니다. 시민의 기억이 계속 얹혀 있습니다.

 

오래 서 있는 곳이 오래 남습니다

진주 평화 기림상은 제막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기림일을 전후한 추모와 헌화도 이어져 왔습니다. 시민사회가 지금도 말을 걸고 있는 오늘의 장소입니다.

삼일절은 만세의 함성만 기억하는 날이 아닙니다. 사람의 존엄이 짓밟힌 시간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런 뜻에서 진주교육지원청 앞 평화 기림상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배움의 자리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들러도 좋겠습니다.

진주에서 삼일절을 생각한다면, 저는 이 앞에서 한 번쯤 걸음을 늦춰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진주 평화기림상

- 장소: 경남 진주시 비봉로23번길 8(중앙동) 진주교육지원청 내

- 주차 : 카드 전용 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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