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이 쌓이는 시간의 풍경, 진주 논개제를 찾아
내딛는 걸음마다 초록이 묻어나는 요즘입니다. 어디를 가도 좋을 때이지만 아스라이 쌓이는 시간의 풍경을 찾아 진주성으로 향했습니다. ‘제24회 진주 논개제’가 오는 5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진주성과 진주대첩 역사공원 일원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논개제는 1593년(선조 26) 6월 29일 동아시아 국제전쟁(임진왜란) 진주성 2차 전투에서 진주성이 함락되자 남강에 투신한 의기(義妓) 논개를 기념하기 위해 일종의 논개 추모제인 <의암별제>를 계승한 축제입니다. 19세기 중엽부터 해마다 이 무렵이면 진주 인근 300명의 기녀가 촉석루 일대에 모여 악가무(樂歌舞)가 어우러진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때인 1930년대 말 사라졌다가 1992년 복원을 거쳐 진주 논개제의 하나로 부활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임진왜란 중 순절한 의기 논개의 넋을 기리기 위한 제사인 의암별제는 전 근대 사회에서 여성들만의 첫 유교식 제례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찾은 날은 4일. 진주성의 정문인 공북문에 들어서자 반기는 시민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니라 곧 있으면 진행될 수문장 교대 의식을 구경하려는 시민들이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우리가 찾은 시각이 수문장 교대 의식이 열리기 직전이라 편하게 관람했습니다.
진주성 수문장은 단순히 문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진주성 내 경상우도 병마사의 안전과 우병영 군사를 비롯한 경상우도 지역민들의 안위와 연결되는 막중한 퍼포먼스이기도 합니다.
공북문과 문 사이로 지난 역사가 밀려오는 듯합니다. 수문장 교대 의식 중간에 창술 시범도 곁들여 보는 이의 눈길을 더욱 집중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교대 의식을 마치고 김시민 장군으로 분장한 배우와 기념사진을 찍는 시민들의 표정이 밝고 환합니다. 몰려던 사람들이 흩어집니다. 흩어진 무리는 진주성을 물고기처럼 헤엄치듯 다닙니다.
교방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에는 각종 전통 악기를 다뤄보고 있습니다. 체험하지 않아도 그저 지켜만 봐도 즐겁습니다.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시원한 강바람이 남에서 불어옵니다. 걸음은 남으로 향합니다. 푸른 하늘을 품은 푸른 남강이 우리를 반깁니다.
어린 왕자 형상의 조형물 곁으로 평상이 있습니다. 남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하며 쉬기 좋습니다.
성곽을 따라 걷습니다. 촉석루에 올라가자, 각종 서화 체험이 한창입니다. 촉석루에 서서 남으로 바로 서자 바람이 사방에서 시원하게 밀려와 뺨을 어루만지고 지납니다.
누각을 내려와 곁에 있는 의기사로 향했습니다. 첩이 되라는 을사오적 이지용의 요청을 거부하고 꾸짖었다는 진주 기생 산홍(山紅)의 시 <의기사 감음(義妓祠感吟>이 걸려 있습니다.
“千秋汾晉義(천추분진의 · 역사에 길이 남을 진주의 의로움 / 雙廟又高樓(쌍묘우고루 · 두 사당(의기사와 쌍충각)과 또 높은 누각(촉석루)이 있네, /羞生無事日(수생무사일 · 일 없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 부끄러워서) / 笳鼓汗漫遊(가고한만유 · 피리 불고 북 치며 한가로이 놀고만 있네)//”
1910년 국권피탈 때 음독자살로 순국한 매천 황현『매천야록(梅泉野錄)』과 달리 산홍이 나중에는 변절해 친일파와 어울렸다는 황성신문 1908년 2월 15일 자 기사도 있어 관련 연구가 더 필요하기도 합니다. 의암까지 내려가 주위를 둘러보고 다시금 올라왔습니다.
동문인 촉석문을 지나 진주대첩 역사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관광안내소 앞에서는 진주 논개제 옛 사진전이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먼저 붙잡습니다. 찬찬히 지난 시간 속으로, 논개제로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관광안내소로 들어가자, AI로 만나는 진주 논개제가 우리를 반깁니다. 진주 목사를 지냈던 정현석이 기록한『교방가요』을 인공지능이 재해석해 진주 지도 병풍에서 표현하게 색다릅니다.
귀여운 하모가 한가득 우리를 유혹하는 ‘하모스토어’를 지나 공원 뜨락을 걸었습니다. 바람에 펄럭이는 논개제 관련 글귀들이 오가는 이들의 걸음을 붙잡습니다.
역사공원을 기분 좋게 걸고 다시금 진주성으로 향했습니다. 햇살이 더욱 곱게 흩뿌려지고 바람은 더욱 시원하게 우리를 맞이합니다.
성곽을 따라 이팝나무들이 시원한 빙수처럼 피었습니다. 이팝나무 곁을 지나 국립진주박물관 쪽으로 향하자 다양한 체험 부스들이 즐비합니다.
체험을 위해 줄 선 부모 곁에서 손을 잡은 아이들의 표정들이 진지하고 맑습니다. 체험 부스 따라 시간을 거슬러 즐거운 기쁨들이 넘칩니다.
박물관 앞 야외 공연장에는 논개 옛 장터가 열렸습니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걸음걸음 눈과 발을 붙잡습니다. 시선 닿는 곳마다 귀엽고 맛난 먹거리와 장식 거리가 따라옵니다.
야외 공연장에서는 마술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상큼하고 발랄한 옷차림으로 사람들의 시선 앞에선 마술사 ‘용 아저씨’가 펼치는 마술에 모두 박수를 잃고 멍때리듯 탄성을 즐겁게 지릅니다.
보고 또 본 덕분에 점심 시각을 넘겼습니다. 진주성 근처에는 맛집들이 많습니다. 한 장의 열기가 뜨겁다는 사실에 밀면을 먹기로 했습니다. 물냉면을 시원하게 먹었습니다. 속을 채우니 더욱 든든한 마음으로 진주성으로 향했습니다.
충무공 김시민 장군 동상 앞에 차려진 특설무대에서 전통 교방 문화 제전이 펼쳐집니다.
무속 음악에 뿌리를 둔 즉흥 기악 협주곡 양식의 시나위를 비롯해 박병천류 진도북춤, 국가 무형유산 서도소리, 부산광역시 무형유산 동래고무, 국가 무형유산 학연화대합설무, 남도민요, 광주광역시 무형유산 호남검무, 국가무형유산 승무,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부산 무형무산 동래한량춤과 끝으로 진주검무를 새롭게 해석해 구성한 퓨전 진주검무가 자리한 이들을 맞이합니다.
옛것과 새것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진주성에는 시간이 머물고 이야기가 숨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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