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통영 가볼만한 곳 - 백석 시인과 통영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3. 11.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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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가고픈 백석 시인이 사랑한 통영

 

여러분에게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가고픈 곳이 있습니까? 시인들의 시인으로 불리는 백석 시인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가고픈 곳이 통영이라고 합니다.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 ~난이라는 이는 명정골에 산다던데 / 명정골은 산을 넘어 동백나무 푸르는 감로 같은 물이 소슨 명정샘이 있는 마을인데 /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 불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1936123일 조선일보에 발표한 시 <통영2>입니다. 백석 시인이 첫사랑을 찾아 통영으로 갔듯 덩달아 따라쟁이처럼 행적을 좇았습니다.

시인은 서호시장 근처 연안여객선 터미널 쪽에서 충렬사로 향했을 겁니다.

충렬사에 가까울 무렵, 100m 앞두고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아 합장하는 듯 반기는 형상이 눈길과 발길을 머물게 합니다.

 

옆으로 서피랑으로 가는 골목이 나옵니다. ‘서피랑 이야기가 다시금 우리를 주위 숨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걸음을 옮길 적마다 벽면에 붙은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린 그림과 글들이 걸음을 더욱 가볍게 합니다.

 

충렬사 앞에 이르렀습니다. 작은 쉼터가 있습니다.

푸른 바닷빛을 품은 물고기 등에 올라탄 조형물 <파랑 물고기(류충렬 작)>가 먼저 눈길을 끕니다. 해원을 향하는 소년의 꿈을 노래하는 듯합니다.

 

한쪽에는 백석 시비가 서 있습니다. <統營2>가 새겨져 있습니다.

구마산(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 갓 나는 고당은 갓갓기도 하다 // 바람 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 전북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 밤새껏 바다에서 뿡뿡 배가 울고 //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 황화장사 령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 한다는 곳 // 산 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이라는 이 같고 / 내가 들은 마산 객줏집의 어린 딸은 난이라는 이 같고 / 난이라는 이는 명정 골에 산다던데 / 명정 골은 산을 넘어 동백나무 푸르른 감로 같은 물이 솟는 명정 샘이 있는 마을인데 /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 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은 평안도서 오신 듯한데 동백꽃이 피는 철이 그 언제요 // 녯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아서 나는 이 저녁 울듯 울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가며 /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백석이 난()을 처음 만난 건 절친한 친구 허준의 결혼식 모임에서였다고 합니다. 당시 스물넷의 백석은 열여덟 이화여고 학생이었던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백석 시인은 이라고 부르기로 하면서 본명이 박경련인 그녀는 이라 불렸습니다. 박경련은 통영 명절골 출신입니다. 시인은 난이 그리워 세 번이나 통영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박경련은 백석의 절친한 친구 신현중과 결혼합니다. “~너와 내 친구는 어느새 다정한 연인이 돼 있었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난 울었어. 내 사랑과 우정을 모두 버려야 했기에. 또 다른 내 친구는 내 어깰 두드리며. 잊어버리라 했지만 잊지 못할 것 같아~” 대중가요 <잘못된 만남>처럼 이들의 사랑은 어긋났습니다.

 

보통 여기까지가 백석 시인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근데 백석과 아련한 사랑 란 사이에 사악한 친구로 등장하는 신현중은 백석의 조선일보 직장 동료이기도 합니다. 경성제국대학 법학도였던 그는 피압박민족의 전선 통일, 민족자치, 계급타파의 실현 등을 내세운 반제동맹 주모자로 체포되어 일제 강점기 3년간 옥살이를 했습니다. 해방 이후 지역 중학교 교장을 역임하며 수필집 <두멧집>도 출간 작가이기도 합니다.

 

차영한 시인이 통영 <한산신문>에 기고한 글(2016429일 자) <백석 시인과 통영 신현중 선생님과의 관계>에 따르면 우리가 알던 사실과 다른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기고문 중 백석이 사랑했던 으로 알려진 박경련 사모님과 대화를 발췌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것은 위랑 선생님께서 기자 생활하시면서 친하니까 통영에 대한 시를 쓸 때는 러브스토리를 넣어보라고 권고한 것으로 듣고 있다.”

백석 시인은 전혀 만나보지 못했다. 얼굴도 모른다. 다만, 위랑 선생님 편으로 들은 것뿐이다.“

아무리 사랑이 중하지만, 언어도 틀리고 풍습도 틀리고, 이곳 남쪽에서 그 먼 북쪽 어딘지를 모르면서 교제한다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얘기다.”

 

우리가 알던 기존 백석의 시에 등장하는 러브스토리가 허구란 말일까요?

 

의아심과 의구심을 가지고 홍살문을 지나 충렬사 계단으로 향했습니다.

입구 양쪽에 구골목서가 날카로운 나뭇잎으로 우리를 맞이합니다. 백석과 란, 이 궁금한 물음에 가려운 우리 등을 가려주는 듯합니다.

 

계단에 앉아 백석의 첫사랑(?) 란을 떠올립니다. 백석 시를 읊조립니다. 괜스레 가슴이 뜁니다. 차들이 마치 물고기인 양 오갑니다. 차들이 물결처럼 일렁이는 너머로 명정이 보입니다.

 

정당골에 있는 샘물이라 정당샘, 정당 새미라고 불린 명정은 해()와 달()을 닮은 우물()이 있다는 '명정(明井)'입니다. 충렬사 맞은편 주택가에 있습니다.

명정골은 박경리 선생의 생가가 있는 마을이기도 합니다.

 

명정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선생의 육필 원고 <김약국의 딸들> 중 일부를 새긴 표지석이 있습니다.

 

명정골 우물 / 충렬사에 이르는 길 양변에는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줄을 지어 서 있고 아지랑이가 감도는 봄날 핏빛 같은 꽃을 피운다. 그 길 연변에 명정골 우물이 부부처럼 두개가 나란히 있었다. 음력 이월 풍선제를 올릴 무렵이면 고을 안의 젊은 각시, 처녀들이 정화수를 길어내느라고 밤이 지새도록 지분 내음을 풍기며 득실거린다.”

 

덕분에 지분 냄새가 코 사이로 들어와 가슴에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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