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여보, 오늘 3탕 잘 뛰고 오세요!”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1. 3.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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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오늘 3탕 잘 뛰고 오세요!”

출근 하는 아내를 직장에 바래다주는데 차에서 내리면서 아내가 건넨 말이다. 지난 3월 2일 막내 해솔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식에 참석 이후 두 번째 초등학교 방문이다. 이번에는 5학년인 큰 애와 4학년인 둘째에 이어 1학년인 막내까지 열심히 담임 선생님을 뵐 예정이라 바쁜 오전이 될거라 걱정인 모양이다.

 

 

3월19일, 경남 진주시 하대동 선학초등학교에서 교육과정 설명회가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내의 근무를 대신해 아빠인 내가 참석했다. 큰 애가 5학년이니 이번이 5회째인가 싶다. 나역시 개근상을 받을 수 있으려나.

교육설명회가 열리는 강당으로 올라가기 전에 학년 참석 체크란에 아이 이름 적고 학부모란에 내 이름 석자 적고 사인했다.

 

 

지난해에는 강당 한켠에 기표대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없다. 지난해 부활한 학부모회 임원진 선거를 위한 기표대가 없다면 어떻게 선출할까 궁금했지만 아마도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이가 전교어린이회장이면 부모도 덩달아 학부모회장이다. 마치 군인 남편의 계급에 따라 배우자 계급도 정해지듯.

지난해에는 현장에서 추전을 받은 어머니 한분으로 무투표 당선이었는데 올해는 1안 따로 날 잡아 선출하는 방법과 2안 오늘 참석자들의 추천을 받아 선출하는 방안, 3안 어린이회장단의 부모를 학부모 회장단으로 선출하는 방법이 거론되었다. 참석한 학부모들의 거수는 3번 안에 다수가 손을 들었다.

결국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교어린이회장단의 어머니들이 학부모회장단으로 선출되었다. 이런 모습에서부모의 역할과 책임은 끝이 없는 없다는 것을 새삼 다시금 느낀다.

 

본격적인 교육과정 설명회에 앞서 학부모회 임원선출을 마쳤다. 국민의례, 국기에 대한 맹세가 예전 초등학교 다닐 때와 다르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2007년부터 바뀌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가권위적이라는 비판에 위와 같이 바뀌었다.

 

 

엄마를 따라 교육과정 설명회에 참석한 꼬마아이. 이 아이가 자라 형누나 처럼 초등학생이 될때는 어떻게 또 바뀌어 있을지 궁금하다. 

 

단상에 오른 선생님들. 1~3학년 담임선생님들이 먼저 오르고 4~6학년 담임선생님들과 체육·음악 전담 선생님들과 행정일을 보는 선생님들이 올랐다. 아무래도 자기 아이의 담임선생님들에 대한 애정을 담은 휘파람도 나오고 큰 박수도 나왔다.

 

단상에 오른 선생님들의 성별 구성은 먼저 평교사 1대 24, 부장교사 4대2, 교장·교감선생님은 전부 남성. 평교사는 절대적으로 여성이 많은데 관리직으로 갈수록 여성보다는 남성이 많다. 여성 교사가 많은데 반해 관리직은 적은 까닭은 혹여 교직사회를 비롯해 사회전반에 남아 있는 유리천장 때문일지 모른다. 아무튼 5학년을 맞은 내 아이가 아직 담임선생님으로 남자선생님을 만난 적이 없다. 체육전담 선생님을 제외한다면 수업 중에 만날 경우는 없다.

 

 

 

나를 비롯해 참석한 학부모들이 귀 쫑긋하고 볼펜 들어 메모했다. 공부도, 인성도 중요하지만 가장 제일은 <건강>이라고 말문은 여신 교장선생님의 학교 경영철학은 아래와 같다.

첫째. 건강하고

둘째, 소질과 적성을 찾아 계발하고

셋째, 학년과 능력에 맞는 학력을 갖추며

넷째,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살 수 있는 마인드와 능력을 구비하고

다섯째, 예술을 향유하고,

여섯째, 다른 사람과 어울려 서로 도와가며 살아갈 수 있는 덕성을 함양하여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

 

아무쪼록 교장선생님의 학교 운영 교육철학처럼 선학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학부모들, 교직원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맨 마지막의 부탁 말씀은 선생님께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라면 전근 갈 때나 학년이 끝나는 2월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라는 당부였다. 꼭 대접할 경우가 생기더라도 금전적인 선물 등이 없는 마음의 전달을 부탁했다. 아무쪼록 촌지라는 이름으로 학부모나 선생님들이 난처한 일들이 올해도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 역시 가진다.

 

 

강당에서 설명회가 끝나자 다들 자녀들의 교실로 순간이동. 마지막 수업이 끝나지 않은 교실 창너머로 까치발로 막내 해솔이를 먼저 찾았다.

 

 

어쩔 수 없이 막내와 더불어 나 역시 이 학교 1학년이 된 모양이다. 해솔이 찾기는 너무 쉽다. 비록 입학식때 와보기도 했지만 우리 아이 셋 모두가 키가 큰 탓에 맨 뒤 줄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교실 뒤편에 붙은 아이들의 교과 활동 과제물들을 꼼꼼하게 바라보았다. 나만 그렇게 뚤어져라 본 것은 아닐듯하다.

 

 

교실 뒤면에 붙은 많은 아이들의 학습 결과물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내아이 해솔의 작품. 거울에 비친 해솔의 모습을 아이는 이렇게 표현을 했네. 방긋 웃는 <살인미소>가 인상적인 해솔의 특징이 묻어난다.

 

 

 

1학년은 상대적으로 다른 학년에 비해 학부모들의 참여가 높다. 하지만 역시나 아빠는 나를 포함해 2명이다. 근데 지난해와 지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개별 면담이 없이 담임선생님의 학급운영안내와 학부모들의 질의응답으로 끝나 급히 4학년 둘째 찬솔교실로 향했다.

 

 

살며시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 앉은 자리가 마침 찬솔의 자리였다. 소인국에 온 걸리버처럼 작은 아이들의 의자에 책상을 끌어 당겨 앉아 보지만 작은 의자에 결국 쩍벌남이 되었다.

 

 

중간에 살며시 나와서는 마지막으로 5학년 해찬의 교실로 향했다. 다행히 끝나지 않아

아이의 비만, 학습태도 등을 상의했다.

 

 

해찬이가 속한 모둠에서 만든 석기시대의 일상을 표현한 과제물. 인류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다만 부모의 마음은 변함이 없지 않았을거다. 어머니께 전화드려야겟다. 보일러는 놓지 못해도 안부전화는 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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