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차라리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어라~”-<한 글자 중국-중국의 확장>을 읽고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8. 12. 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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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어라~”

휴머니스트에서 나온 <한 글자 중국- 중국의 확장>을 소개한 포스트를 읽은 내 한 마디다. 중국을 어떻게 한 글자로 소개한다는 것인지 의아했다. 김구라처럼 어떻게 구라를 치는지 궁금했다. 책을 손에 넣고 단숨에 읽은 까닭이기도 했다.

 

구라치기에 나름 진지한 저자 김용한은 연세대 물리학을, KAST에서 Techno-MBA를 전공했고 ()하이닉스반도체와 국방기술품질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등 나름 인생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삶이 너무 재미없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이 재미없다니 배부른 투정이야 하고 단정하기에 저자는 직장 일 때문에도 자주 갔던 중국에 인연이 생기고 그 인연을 토대로 더 자주 가서 중국의 34개 행정구역 중 티베트를 제외하고 33개를 밟았단다.

 

<한 글자 중국>2권으로 이뤄져 있는데 1중국의 탄생은 황허 중류의 작은 마을이 어떻게 큰 나라로 성장해 중원이 되었는지 살펴보는 순서라고 서문에 적혀있다. 내가 읽은 2권인 중국의 확장편은 중국의 외연이 크게 확장되는 과정에 있었던 지역을 살펴볼 것이다.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가는 우리 동포가 많이 사는 길림성을 비롯한 동북 3성과 내몽골, 신장 등이 등장한다.

 

중국 자동차 번호판에 있는 지역을 상징하는 한 글자를 따라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읽기 쉽다. 즐겨 있었던 소설 <삼국지>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어디 출신이라는 이야기는 더욱더 솔깃했다. 천하무적 여포의 고향이 오늘날 네이멍구 바오터우시(포두시) 주위안구(구원구). 이런 식으로 친근하게 말을 건넨 저자 덕분에 책은 간단하게 중국 이야기를 역사와 문화까지 속속들이 훔쳐보는 기분이다.

 

객가인들은 불안했다. 전쟁의 공포는 아직도 생생한데, 생경한 땅에 와서 모든 것이 낯설었다. 게다가 주위에는 거친 오랑캐들이 득시글거렸다. 산은 임자가 없는 대신에 거칠고 험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약자에게는 단결만이 살길이었다.

그래서 객가인들은 함께 피란온 사람들끼리 뭉쳤다. 거대한 원형의 흙집인 토루(土樓)를 짓고 온 마을 주민들이 두세 채의 토루에서 함께 살았다. 산속의 요새를 방불케하는 토루는 마을 주민들의 공동 숙소이며 병영이었다. (42)’

 

1950년대 미군이 핵 군사시설로 착각할 정도로 큰 거대한 원형의 흙집인 토루(土樓)가 객가인들의 살기 위한 요새요 공동숙소고 병영이었다고 들려준다.

 

역시 먀오족이 은 장신구를 주렁주렁 매다는 이유도 역시 생존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이었다.

 

오족이 왜 오지에 사는가? 살기 좋은 땅을 한족에게 빼앗기고 숨어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왜 은 장신구를 주렁주렁 매다는가? 한족이 침략할 때 쉽게 피난하기 위해서다. 먀오족은 한족에게 밀려 계속 피난을 가야 했다. 피난 때마다 짐을 챙기기 힘들기에, 먀오족은 전 재산을 은장신구로 만들어 항상 걸치고 다녔다. 언제 피난 가더라도, 극단적으로 아무 짐도 못 챙기더라도 제 한 몸만 건사하면 중요 재산을 보전하는 셈이니(93)’

 

한때 우리가 자유중국이라 불렀던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스물세 번째 성인 타이완성도 아니고 쑨원의 적통을 이어받은 중화민국도 아니었다.

 

타이완의 약칭은 땅이름 대()’자다. 다양한 원주민이 살던 타이완에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가 찾아왔다. 시라야족(서랍아족) 원주민은 희한하게 생긴 네덜란드인을 타이오안(외국인)’이라 불렀고, 네덜란드인은 이를 땅 이름이라 여겼다. 사람은 가도 이름은 남았다. 훗날 네덜란드인을 몰아낸 중국인은 이 이름을 음차하여 중국식 명칭 타이완(臺灣)’을 만들었다.(189)‘

 

대만이라는 이름 속에 깃든 역사를 통해 오늘날 중국과 대만 관계를 살피는 기회였다.

 

복잡한 미로를 빠져나올 길라잡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은 나는 중국을 안다고 알은체를 해도 좋을 듯하다.

 

물론 이 책은 마냥 좋기만 한 게 아니다. 남북한을 합쳐도 중국 하나의 광역구역보다 작은 데 달랑 2쪽 분량의 작은 지도에 중국을 어깃장으로 꾸겨 넣었다. 읽고 있는 내가 지금 어디쯤인지 살펴볼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진하게 남는다.

 

그럼에도 이 책은 중국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의 힘을 안겨준다. 우리가 놓쳤던 중국을 새롭게 보는 기회다. 벌써 읽지 못한 1<한 글자 중국-중국의 탄생>을 읽기 위해 서점으로 달려갈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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