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지친 마음에 쉼표 하나 그리다 - 하동 이병주문학관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8. 8. 1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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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과 하늘빛을 가장 닮아가는 계절, 여름이 농익어 간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나는 여름이 오히려 책 읽기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그늘에서 책 읽으면 여름나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책과 함께 계절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문학관을 찾았다. 지친 마음에 쉼표를 그리기 위해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을 찾았다.

 

하동 북천면



이병주문학관

작가 나림 이병주의 창작저작물과 유품을 상설 전시하는 문학기념관이다. 2,992의 대지에 504.24의 전체면적 규모로 세워진 2층 건물로, 전시실과 강당, 창작실을 갖추고 있다.

개관시간: 3~10: 오전 9~오후 6/ 11~2: 오전 9~오후 5

휴관일 : 매주 월요일(공휴일 또는 연휴에는 다음날)

문의 : 전화 : 055 - 882 2354 / http://www.narim.or.kr/

 

하동이병주문학관에 있는 이병주 흉상


농익은 여름의 결실을 볼 무렵이면 북천은 코스모스 축제로 온통 들썩이겠지만 지금은 절정을 앞두고 조용하다. 북천면 코스모스 축제장에서 사천시 곤명면으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면 이명마을이 나온다. 길가에 세워진 나림정 맞은편으로 가면 문학관이 나온다.

 

하동 이병주문학관 뜨락에 있는 책 읽는 이병주 선생 조형물


문학관 입구 왼쪽에는 이병주 선생의 흉상이 반긴다. 하동 북천 출생인 나림(那林) 이병주(1921~1992) 선생은 진주공립농업학교를 졸업하고진주농림중학교 교사와 진주농과대학(경상대학교 전신) 교수 등을 역임했다. 흉상 건너편에는 햇볕에도 굴하지 않고 책을 읽는 선생의 조형물이 보인다.

 

하동 이병주문학관 입구에는 하늘을 찌를 듯 펜촉 두 개가 서 있다.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라는 선생의 어록들이 문학관 앞 돌들에 세워져 있다. 그 뒤로 하늘을 찌를 듯 펜촉 두 개가 서 있다.

 

하동 이병주문학관에 들어서면 만나는 커다란 만년필이 종이 조형물 사이를 뚫고 내려온다.


문학관에 들어서자 커다란 만년필이 종이 조형물 사이를 뚫고 내려온다. 괜시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 들자 <겨울밤>, <삐에로와 국화>, <관부연락선>, <지리산>, <행복어 사전> 등에서 다시금 생각해볼 기억 속의 명문장들이 걸음을 세운다.

 

하동 이병주문학관은 선생의 일대기 순서를 따라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전시실은 선생의 일대기 순서를 따라가며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도록 원형으로 꾸며져 있다.

 

하동 이병주문학관에 있는 이병주 선생이 쓴 책. 타계할 때까지 27년 동안 한 달 평균 1천여 매를 써냈다.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라던 선생은 한국의 사마천이라는 평을 받는 언론인이다. 국제신보에 재직 중일 때 5·16쿠데타 일어나고 닷새 뒤에 조국은 없고 산하만 있다라는 논설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군부에 연행되어 27개월을 복역하다 나오기도 했다.

 

마흔네 살의 늦깎이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후 타계할 때까지 27년 동안 한 달 평균 1천여 매를 써냈다.

 

하동 이병주문학관에 전시된 이병주 선생의 대표작 <지리산>을 형상화한 디오라마


“~눈 덮인 1500고지에 겨울 달이 교교하게 밝았다. 음력 스무날께의 달이었다. 처절한 달빛을 대포의 포성이 갈기갈기 찢었다.~(<지리산> 중에서)” 원형 가운데에는 선생의 대표작인 <지리산>의 한 장면을 모형으로 만든 디오라마가 소설을 읽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전시실 끝자락에는 살아생전의 원고를 집필하고 있는 모습을 재현한 조형물이 나온다. 문학의 향기를 풍겨온다.

 

하동 이병주문학관에 있는 생전의 집필모습을 재현한 조형물


문학관을 나와 문학공원을 거닐었다. 선생의 일대기가 문학 산책로를 따라 꾸며져 있다. 아직 내 머리 위로 태양은 뜨겁게 내리쬔다.

 

하동 이병주문학관 앞에 있는 문학산책로


문학관 정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져간 캔커피와 함께 책을 읽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책이 내게 말은 건넨다. 지친 마음에 쉼표를 그린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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