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선비 고장이 산청하고도 단성인 까닭, 여기에서 만나다-구현동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8. 5. 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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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18년 1월 20일 다녀온 내용입니다.


대전-통영고속도로로 진입하는 단성 나들목 옆쪽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구현동(九賢洞)’이라는 비가 나온다.




구현동비는 원당에서 동시대를 살면서 평생 분수에 맞는 삶을 산 산청 선비, 안분당(安分堂) 권규, 청향당 이원, 원당 권문임, 송당 이광곤, 죽각 이광우, 동곡 이조, 일신당 이천경, 원당 권제, 오월당 이유함 아홉 현인의 높은 뜻을 기리고자 후대에 세운 비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개설공사 도중, 구현비가 파손되자 새로운 비 건립을 하면서 문중 대표들이 모여 조상의 은덕으로 서로 교류하며 유대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해 매년 배향하기로 했다. 모임을 “구현송죽회”이라 했다. 배향일을 단오절로 하다가 현재는 매년 5월 5일 스승의 날에 안동 권씨, 합천 이씨, 성주 이씨 후손들이 모여 친목과 우의를 다진다고 한다.




비를 지나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야트막한 언덕, 소나무 사이로 시래기가 꾸덕꾸덕 익어간다. 햇살이 양념이 되어 익어가는 모습이 평화롭다. 외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에서 봄냄새가 난다.




마을 안쪽에는 안분당 선생을 모신 쌍괴정사(雙傀亭祠)가 나온다. 선생의 자는 자유(子由)고 1496년(연산 2) 단계에서 출생해 21세 때에 포은 정몽주 선생 현손인 정완의 딸과 결혼해 32세 때 처가가 있는 단성현 원당동으로 이주했다. 현재 자손들이 무리를 지어 산다.




선생은 38세 때 가을 향시에 합격하고 이듬해 서울에서 치러진 복시에서 낙방하자 “인간의 본분과 사업은 날마다 생활하는 도덕 중에 있는데 어찌 명성과 이익에만 마음을 쏟을 수 있겠는가?” 탄식하며 과거를 포기했다. 이후 원당에 정사를 지어 <안분(安分)>이란 편액을 달고 안분지족(安分知足)하며 살았다.




정사 옆에는 선생의 유허비(遺墟碑)가 서 있다. 선비의 고장, 산청하고도 단성인 까닭을 여기에서 만났다.




선현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서로 교분과 인연을 쌓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더불어 사는 모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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