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파란하늘을 향한 횃불을 닮은 석탑, 내 안을 달군다-경남 진주 효자리 묘엄사지 3층석탑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8. 2. 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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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 수곡면 효자리에 있는 고려 시대 묘엄사지 3층 석탑

 

바람이 차다 못해 살을 엔다. 잠바 뒤편에 있는 모자로 머리를 푹 덮어도 차가운 바람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 그런 추위에는 25, 경남 진주시 수곡면으로 떠났다. 가는 동안 만난 진양호 덕분에 마음은 차분해졌다. 지나온 일상들을 가는 동안 곱게 접어두었다.

 


경남 진주시 수곡면 효산 마을 경로당에는 어르신들이 의지하면 함께 온 보행기들이 기다리며 나란히 서 있다.

 

수곡면사무소 가기 전 요산마을이 나온다. ‘진주 묘엄사지 삼층석탑(晋州妙嚴寺址三層石塔)’ 이정표를 보고 차를 세웠다. 마을 경로당 앞에는 어르신들이 의지하면 함께 온 보행기들이 기다리며 나란히 서 있다.

 


경남 진주시 수곡면 효산마을 주택 사이로 우뚝 솟은 묘엄사지 3층 석탑

 

300m를 들어가면 10여 채의 주택 사이로 우뚝 솟은 탑이 보인다. 탑 앞에는 주택 처마에 메주가 햇살에 익어간다. 석탑 주위는 깔끔하게 정비가 잘 되어 차를 세우기 좋다. 보물 제379호인 석탑은 고려 시대 화강암으로 만든 높이 4.6m의 삼층 석탑이다. 탑 주위에는 흩어져 있던 주춧돌과 석주, 부도의 덮개돌로 추정된 팔각형의 석재가 시간의 흔적을 품은 채 말이 없다.

 


경남 진주시 수곡면 효자리에 있는 고려 시대 묘엄사지 3층 석탑

 

안내판에는 ‘~상층 기단 중석은 모두 4매의 판석으로 되어 있고 우주와 탱주(우주와 우주 사이의 기둥撑柱)가 조각되어 있다. 탑신부는 몸돌과 지붕돌이 각각 다른 돌로, 몸돌에는 층마다 우주가 모각되어 있으며 초층의 몸돌에는 방광문내에 창살이 있는 두 짝의 문비(門扉)와 고리가 양각되어 있다. 지붕돌은 덮개돌이 두꺼운 편이며 처마 선은 위아래가 모두 수평을 이루나 네 귀에서 완만하게 솟아 있으며, 낙수면은 급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현재 탑의 상륜부는 남아 있지 않다.’라고 적혀 있다.

 


진주 묘엄사지 3층 석탑’ 1층에는 빛바랜 염주가 놓여 있다. 고려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이 시간을 뛰넘어 우리에게 전해지는 기분이다.

 

안내판을 읽고 난 뒤 찬찬히 탑을 바라본다. 1층에는 빛바랜 염주가 놓여 있다. 고려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이 시간을 뛰넘어 우리에게 전해지는 기분이다. 나도 모르게 슬며시 두 손을 모으고 합장한다.

 


진주 묘엄사지 3층 석탑 주위에 있는 주춧돌과 석주, 부도의 덮개돌로 추정된 팔각형의 석재.

 

대체로 3층 이상의 다층이 많아진다. 지붕돌은 얇아지고 낙수면의 경사는 완만해지고, 지붕돌의 모서리끝이 날카롭게 치켜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고려 시대 석탑 특징을 떠올려 요모조모 살핀다.

 


경남 진주시 수곡면 효자리에 있는 고려 시대 묘엄사지 3층 석탑탑신부

 

석탑의 중석 모서리 기둥(隅柱우주)에는 괴임이 있고 지붕(옥개석) 위에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경사진 면(낙수면)을 요리조리 살핀다. 기단(基壇) 맨 밑바닥은 파묻혀 정확한 모습을 알 수 없다.

 


경남 진주시 수곡면 효자리에 있는 고려 시대 묘엄사지 3층 석탑에 새겨진 문비(門扉)

 

2基壇(기단) 위에 세워진 삼층석탑 중 1층 서쪽에는 두 짝의 문비와 고리가 돋을새김(陽刻양각)되어 있다. 문비(門扉)는 끼워서 여닫게 된 문짝을 가리키는데 석탑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탑 속에 사리장치를 봉안하고 있다는 표시로 실제 문짝 대신 상징적으로 몸돌에 문비 장식을 새기게 된 것이라 한다. 돋을새김 된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경남 진주시 수곡면 효자리에 있는 고려 시대 묘엄사지 3층 석탑은 하늘을 향해 날아갈 로켓처럼 당당하다.

 

올해는 고려 건국 1100년이 되는 해다. 지나간 시간이 색다른 풍경으로 고였던 마음을 흐르게 한다. 묵묵히 잘 견뎌온 석탑 위로 햇살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석탑 앞에선 내게 깊은 시간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경남 진주시 수곡면 효자리에 있는 고려 시대 묘엄사지 3층 석탑을 아래에서 바라보면 파란 하늘을 향한 횃불을 닮았다. 추위를 몰아간다. 내 안을 뜨겁게 달군다.

 

하늘을 향해 날아갈 로켓처럼 당당하다. 아래에서 바라보는 석탑은 파란 하늘을 향한 횃불을 닮았다. 추위를 몰아간다. 내 안을 뜨겁게 달군다. 덩달아 내 안의 무언가도 꿈틀댄다. 머물다 떠나는 구름이 탑 위에 걸쳤다. 쉬었다 움직이는 길손처럼 한참을 그대로 멈췄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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