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가남정 풍경 속에서 흔들려도 좋다, 가을이니까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7. 9. 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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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흔들려도 좋다. 가을이니까. 합천 해인사 가는 길에 만난 풍경


가을은 흔들려도 좋다. 9월 6일, 이리저리 그냥 길을 나섰다. 뚜렷한 목적지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가을이니까. 차창으로 들어오는 가을빛이 분부 시다. 맑은 바람 소리에 속도를 줄여 하늘, 산, 들을 안고 달렸다. 아직 물들지 않은 나무들이 줄을 서서 나를 반긴다.



합천 가남정


에벤에셀 요양원과 장수촌이 나오는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꺽었다. 마을 들어가는 입구에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에 둘러싸인 팔작지붕 기와집이 보인다.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정인기(鄭仁耆)·인함(仁涵)·인휘(仁徽)·인지(仁止) 4형제의 의병활동을 기려 문중에서 1919년에 세운 가남정(伽南亭)이다. 4형제는 영조 14년에 세덕사에 시조와 함께 배향되었다가 서원 철폐령으로 승격한 운계서원이 폐지되자 다시 세운 것이다.



합천 가남정 앞에 있는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


열부 의성 김씨 비가 갈림길에서 우뚝 서 있다. 오른편으로 돌아 정자 앞으로 갔다. 경남문화재돌봄재단에서 보수 공사 중이라 문이 열렸다.



느티나무 아래 드러누워 낮잠 한숨 자고 싶은 욕구는 커피 한 모금에 달랬다. 절로 노천카페가 따로 없다.


정자 앞 수령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가야산 홍류동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야천(倻川)의 맑은 물이 흐른다. 그림 속 풍경에 내가 들어온 기분이다. 드러누워 낮잠 한숨 자고 싶은 욕구는 커피 한 모금에 달랬다. 절로 노천카페가 따로 없다.



가야산 홍류동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야천(倻川)의 맑은 물이 가남정 앞을 지난다.


물 흐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한 점 바람이 수줍게 덩달아 앉는다. 정자를 에워싼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솔향에 몸을 맡기자 내 안의 티끌이 물 따라 흘러간다.

정자 돌담은 정자 바로 앞으로 흐르는 개울에서 가져다 하나하나 쌓은 위에 암키와를 얹었다.



가남정 돌담을 따라 걸으며 풀벌레와 인사하고 들꽃과 눈길 마주쳤다.


돌담을 따라 걸으며 풀벌레와 인사하고 들꽃과 눈길 마주쳤다. 일명 사우정(四友亭)이라고도 하는 가남정으로 들어갔다. 정면 4칸, 측면 2칸의 정자를 손을 보느라 어수선하지만 비틀어진 나무 생긴 그대로 기둥으로 쓴 자연스러움이 좋다.



정면 4칸, 측면 2칸인 가남정은 비틀어진 나무 생긴 그대로 기둥으로 쓴 자연스러움이 좋다.


지붕의 기와에는 소나무를 닮은 와송이 끈질기게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곶곶하게 서 있다. 정자 뒤편에는 의병장들의 넋을 기리는 듯 무궁화가 붉게 피었다.



가남정 지붕의 기와에는 소나무를 닮은 와송이 끈질기게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곶곶하게 서 있다.


의병장 내암 정인홍(1535-1623)의 5촌 동생들인 4형제는 정인홍의 휘하에서 의병활동에 참여했던 이들의 넋을 잠시 기리며 나왔다.



가남정 문틈으로 바라본 풍경


가남정 옆으로 휘돌아가는 개울이 느티나무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든다. 가을의 문턱에서 올 초부터 열심히 내달려온 내 마음을 추스르고 정리하고 싶다면 일부러 시간을 내고 속도를 줄여 합천 가남정을 찾아가 볼 일이다.



가을의 문턱에서 올 초부터 열심히 내달려온 내 마음을 추스르고 정리하고 싶다면 일부러 시간을 내고 속도를 줄여 합천 가남정을 찾아가 볼 일이다.


느릿느릿 여유로운 구름처럼 내 안에 여유가 움튼다. 자신을 비우고 채우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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