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여행-‘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픈 요즘 나를 돌아보는 길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6. 11. 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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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살았다는 경남 산청 지리산 멩세이골 자연생태로

 

 


지리산 자락에 들어서자 불붙듯 활활 타오르고 있다. (사진은 산청 둔철산)

 

가을이 농익었다. 지리산 자락에 들어서자 불붙듯 활활 타오르고 있다. 1110. 경남 산청 대원사 계곡 가는 길에 만나는 황금빛 나뭇잎들의 인사가 정겹다. 농염하게 익어가는 은행에 마음 뺏겨 삼장초교에 차를 세웠다. 지난여름 가족 피서지로 다녀온 송정 숲은 그때보다 더 맑고 고운 물이 조용히 흐른다. 불타듯 뜨거웠던 여름의 추억을 산과 물은 푸른 하늘과 붉고 노란 단풍잎들로 뒤덮었다. 명상삼거리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돌리자 대원사 가는 길이다.

 


 지리산 대원사 계곡물이 흐르는 산청 송정숲.

 

대원사 계곡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0여 분 걷다가 아주 먼 옛날 호랑이가 살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맹수사는 골짜기라 맹세이골이 불렸던 <맹세이골 자연관찰로>를 따라 옆으로 빠졌다. 파란 물감을 뚝뚝 떨구는 하늘과 경쟁하듯 새빨간 빛으로, 샛노란 빛으로 물감을 칠한 나무들이 반긴다. 일렁이는 바람에 숲은 활활 타오르듯 붉게 물들인다.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생활양식을 살펴보고 국립공원이 자연생태계를 체험하기 위해 만들어진 <맹세이골 자연생태로>는 거리로 1.8km로 탐방소요시간이 1시간 정도다.

 


아주 먼 옛날 호랑이가 살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맹수사는 골짜기라 맹세이골이 불렸던 <맹세이골 자연생태로>

 

길은 편안하다. 여유롭다. 적당한 간격으로 세워진 나무 이야기가 적힌 표지판이 걸음을 가볍게 한다. 첫 번째 오르막에서 나무 이야기를 적은 표지판에서 땀을 훔쳤다. ‘때죽나무는 열매를 찧어 냇물에 풀어 놓으면 물고기가 기절한 모습으로 떠올라 떼죽음시킨다는 뜻에서 때죽나무라 하고 껍질과 꽃 모양이 비슷하게 생긴 형제지간 나무인 쪽동백나무는 열매로 기름을 짜 머리에 바르고 등잔불을 켜는 연료로 사용하는 등 동백나무와 쓰임새가 비슷해 쪽동백나무라 불렸다는 나무 이야기에 다시금 두 나무를 찬찬히 살폈다.

 


지리산 <맹세이골 자연생태로>길은 편안하다. 여유롭다. 적당한 간격으로 세워진 나무 이야기가 적힌 표지판이 걸음을 가볍게 한다.

 

깊어가는 가을, 곧 다가올 겨울을 앞두고 지리산의 봄소식 누가 알려주나요?’ 묻는데 걸음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급할 것 없는 걸음으로 천천히 표지판을 읽었다. 옆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정겹고 이름 모를 새들의 낯선 이를 경계하는 소리도 즐겁다.

 

그네에 앉아 무거운 몸을 움직이자 근처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와 새들이 조잘조잘 응원한다. 시원하다. 그네에서 내려오자 근처 옛 뒷간이 나온다. 자연 속에 시원하게 볼일 보았을 그때를 떠올리며 잠시 자세를 잡았다.

 


2, 부엌 1칸의 조릿대로 엮어 지붕을 만든 산골 집에 어른 2명이 누우면 딱 맞은 공간에 13명이 함께 살았다니 놀랍다.

 

뒷간을 나와 숯 굽는 재현 장을 지나자 생태로 끝이다. 생태로 반환점은 내리막이다. 2, 부엌 1칸의 조릿대로 엮어 지붕을 만든 산골 집이 나왔다. 어른 2명이 누우면 딱 맞은 공간에 13명이 함께 살았다니 놀랍다.

 


<맹세이골 자연생태로>에서 고개 들어 잠시 하늘을 보자 빽빽한 나무 사이로 햇살이 나뭇가지를 헤집고 들어와 불을 붙이고 간다.

 

고개 들어 잠시 하늘을 보자 빽빽한 나무 사이로 햇살이 나뭇가지를 헤집고 들어와 불을 붙이고 간다. 그 아래는 바스락바스락낙엽 밟는 소리가 장단을 맞추듯 따라온다.

 


<맹세이골 자연생태로> ‘바스락바스락낙엽 밟는 소리가 장단을 맞추듯 따라온다. (사진은 산청 적벽산 낙엽 자료사진)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 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 낙엽은 날갯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레미 드 구르몽의 시 <낙엽>)’

 

시인이 된 양 시몬 너는 좋으냐를 읊조리며 걸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무성했던 지난 과거들이 넘친다.

 


지리산 <맹세이골 자연생태로>한 번쯤 생각을 정리해 다시, 처음으로돌아가고픈 요즘 나를 돌아보는 즐거운 사색의 공간이다.

 

낙엽 밟는 소리에 취해 근처 긴의자에 앉아 가져간 캔커피 뚜껑을 따자 소리에 놀랐는지 낙엽 한 장 발아래로 떨어진다. 고요한 골짜기에서 마시는 달곰한 커피는 나를 은자로 만든다. 한 번쯤 생각을 정리해 다시, 처음으로돌아가고픈 요즘 나를 돌아보는 즐거운 사색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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