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창녕 영산 마늘밭 수확, 산청 성심원 직원들이 허리 굽혀 받은 고마운 한 끼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6. 5. 3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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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 아침 8시 요양원 매점 앞에 모인 직원들은 산청 성심원에서 창녕 영산면까지 1시간 30분을 달렸습니다. 차창 밖 산자락은 연하게 물러나고, 들판은 점점 넓어졌습니다.

도착한 곳은 300평 남짓한 마늘밭이었습니다. 물댄 논은 하늘을 받아 반짝였고, 멀리 산은 푸른 그림자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밭에는 누렇게 마른 마늘 줄기들이 촘촘히 서 있었습니다. 한때 푸르게 자랐을 잎은 햇살 아래 바짝 말라 있었고, 흙 아래에는 성심원 밥상으로 갈 알맹이가 조용히 몸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이날의 걸음은 단순한 농사 체험이 아니었습니다. 성심원 김장과 여러 식재료에 쓰일 마늘을 후원해 주신 분의 마음을 받으러 간 길이었습니다. 원장님을 포함한 성심원 직원 13명이 함께했습니다. 마늘보다 먼저 고마움을 수확하고 왔습니다.

 

300평 마늘밭에서 쏟아진 땀과 웃음

 

사람들은 모자와 장갑을 챙기고 밭으로 들어섰습니다. 누군가는 목에 수건을 두르고, 누군가는 팔토시를 단단히 올렸습니다. 밭고랑 사이로 들어서자 모두 자연스럽게 허리를 굽혔습니다. 마른 줄기를 잡고, 흙을 살짝 헤치고, 마늘을 뽑았습니다. 쉽게 올라오는 마늘도 있었고, 땅속에서 오래 버티는 마늘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손은 조금 더 깊이 들어갔습니다. 허리는 조금 더 낮아졌습니다.

밭을 누비는 동안 이런저런 말들이 햇살 아래 쏟아졌습니다. 어릴 적 마늘 뽑기가 싫어 도망 다녔다는 곽 스텔라의 사연이 먼저 나왔습니다. 고된 노동에 그만 웃었습니다. 누군가는 그때 어머니 말씀 듣고 열심히 했으면 용돈이라도 받았을 텐데하고 말했습니다. 아쉬운 눈물 대신 땀이 흘렀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귀찮기만 했던 일이 어른이 되어 다시 손끝에 닿자, 그때의 어머니 마음이 조금 늦게 올라온 듯했습니다.

 

또 다른 직원은 마늘을 한 움큼 들어 보며 말했습니다. “이제 고기 구워 먹을 때 마늘 남기면 못 버리겠네.” 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 하루의 배움이 다 들어 있었습니다. 밥상 위에서는 작아 보이던 마늘 한 쪽이 밭에서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심고, 키우고, 기다리고, 뽑고, 털고, 말려야 비로소 한쪽이 됩니다. 마늘은 양념이기 전에 누군가의 계절이었습니다.

마늘 밭 수확하는 동료 직원들의 얼굴은 모자 챙 아래에 숨어 있습니다. 대신 등이 보입니다. 굽은 등이 보입니다. 밭을 향해 낮아진 자세가 보입니다. 검은 비닐 위로 마른 잎들이 쓰러져 있고, 그 사이사이 초록 풀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마른 것과 자라는 것이 한 밭에 함께 있었습니다. 사람도 그랬습니다. 몸은 고단했지만, 말은 웃음으로 올라왔습니다. 손에는 흙이 묻었지만, 마음에는 고마움이 묻었습니다.

누군가는 캐고, 누군가는 털고, 누군가는 모았습니다. 큰일은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갔습니다. 한꺼번에 해내는 일이 아니라, 한 줌씩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한 줄을 맡고, 또 한 사람이 옆줄을 맡았습니다.

두 시간여 공동 작업 끝에 마늘밭의 한 줄 한 줄이 조금씩 비워졌습니다. 허리를 펴면 산이 보였고, 다시 숙이면 흙이 보였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면 마른 잎들이 낮게 흔들렸습니다. 흙 긁는 소리, 비닐 밟는 소리, 서로를 부르는 짧은 말들이 들녘에 섞였습니다. 그 소리들이 모여 하루의 배경음악이 되었습니다.

 

이날 뽑은 마늘들은 햇살에 샤워하듯 밭 위에 눕혔습니다. 흙을 털어낸 뒤 다시 말려지고, 곱게 다져지고, 때로는 찧어져 우리 어르신들 음식에 버무려질 예정입니다. 작디작은 마늘 한 쪽에도 들녘의 햇빛과 사람의 손길이 함께 스며드는 셈입니다.

 

마늘 한 쪽을 다시 보게 한 순대전골 한 끼

일을 마치고 인근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메뉴는 순대전골이었습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국물 앞에 앉자 그제야 몸의 고단함이 천천히 올라왔습니다. 땀 흘린 뒤 먹는 뜨끈한 전골은 늘 조금 더 진합니다. 순대 한 점, 국물 한 숟가락에도 오전의 밭고랑이 따라왔습니다. 누군가는 웃으며 다시 마늘 이야기를 꺼냈고, 누군가는 말없이 국물을 들이켰습니다. 고단함이 있었고, 감사함이 있었습니다. 둘은 따로 오지 않았습니다.

성심원의 김장에는 배추와 양념만 들어가지 않습니다. 창녕 영산까지 달려간 길이 들어갑니다. 300평 남짓한 밭에서 허리 굽힌 13명의 등이 들어갑니다. 후원자의 마음이 들어갑니다. 어머니를 떠올린 말, 마늘 한 쪽을 다시 보게 된 마음, 땀 흘린 뒤 나눈 순대전골 한 그릇이 함께 들어갑니다.

 

돌아오는 길, 쉽게 버릴 수 없는 한 끼의 무게가 남았습니다. 마늘은 작았습니다. 그러나 그날 우리가 받은 마음은 작지 않았습니다. 햇살에 누웠던 마늘이 언젠가 어르신들 밥상 위에서 조용히 맛을 낼 것입니다. 흙을 털어도 고마움은 오래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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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밭에서 두 시간여 허리를 굽힌 뒤, 저희가 찾은 점심 한 끼 이야기입니다. 땀 흘린 뒤 만난 뜨끈한 순대전골이라 그런지, 국물 한 숟가락에도 오전의 밭고랑이 따라왔습니다.

 

창녕 도천진짜순대, 마늘밭 노동 뒤 만난 순대전골 맛집

https://blog.naver.com/haechansol/224301397598

 

마늘 한 쪽의 무게를 몸으로 배운 뒤라 그랬을까요.

그날 순대전골 앞에서도 음식 하나 허투루 볼 수 없었습니다.

 

사진 제공 : 정다희 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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