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 오신 날이 가까워지면 마음이 먼저 조용한 곳을 찾습니다. 꼭 불자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연등이 바람에 흔들리고, 산사 마당에 햇살이 내려앉는 풍경만으로도 마음 한쪽이 조금 낮아집니다. 사천에는 그런 걸음을 맡기기 좋은 절집들이 있습니다. 오래된 역사를 품은 다솔사, 와룡산 자락의 백천사, 산길의 고요가 남아 있는 갑룡사입니다. 세 곳 모두 화려한 관광지라기보다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걷기 좋은 사천의 산사입니다.
민족정신과 차밭의 고요가 깃든 다솔사

먼저 떠올릴 곳은 사천 곤명면 봉명산 자락의 다솔사입니다. 다솔사는 503년, 신라 지증왕 때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사천의 오래된 고찰입니다. 오랜 절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깊지만, 다솔사는 근현대사의 숨결까지 함께 품고 있습니다. 만해 한용운의 독립운동 근거지로 알려져 있으며, 소설가 김동리가 《등신불》을 집필한 공간으로도 회자됩니다.

다솔사는 오래된 사찰이자 문화·역사적 이야기를 간직한 곳입니다. 단순한 산사 나들이를 넘어 민족정신의 숨결을 함께 만나는 장소처럼 다가옵니다.

다솔사의 경내로 향하는 길은 숲이 먼저 맞아 줍니다. 명품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부처님 오신 날의 들뜬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적멸보궁 뒤편으로는 야생 차밭, 죽로차 군락지가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차밭의 초록과 산사의 고요가 어우러지면 발걸음도 저절로 느려집니다. 대양루 앞마당에 잠시 서면 오래된 나무 기둥과 처마가 세월을 조용히 받치고 있는 듯합니다. 다솔사는 사진 한 장으로 끝내기보다, 천천히 걸으며 마음을 비우기에 좋은 절집입니다.
와룡산 자락에서 만나는 백천사와 갑룡사

두 번째는 백천사입니다. 백천사는 사천시 백천길, 와룡산 자락에 자리한 사찰입니다.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도량으로 전해지며, 임진왜란 당시 승병 주둔지였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합니다. 현대에 들어 대규모 중창을 거치며 지금은 비교적 웅장한 산사의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상은 약사와불입니다. 통소나무로 조성된 대형 약사와불은 백천사를 대표하는 상징처럼 알려져 있습니다. 몸속 법당이라는 독특한 구조도 백천사를 찾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백천사에는 목탁 소리를 냈다고 전해지는 ‘우보살’ 이야기도 있습니다. 다만 현재 실제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방문 목적을 우보살 하나에 두기보다는 와룡산 자락의 산사 분위기와 약사와불을 함께 만나는 코스로 잡는 편이 좋겠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무렵 연등이 더해지면 백천사의 경내는 한층 환해집니다. 웅장함 속에서도 마음의 평안을 빌기 좋은 곳입니다.

세 번째는 갑룡사입니다. 갑룡사는 사천의 명산 와룡산 기슭에 자리한 호젓한 도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돌탑이 많은 절집으로 기억됩니다. 평생 돌을 다듬고 쌓아 올린 수행자의 집념과 공덕이 깃든 공간으로 소개되며, 계곡과 산세가 어우러진 경내에는 정교하게 조형된 돌탑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사실은 갑룡사가 와룡산 산행길과 함께 언급되는 사찰이라는 점입니다. 해석은 그 돌탑들이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한 사람의 기도와 시간이 쌓인 풍경처럼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갑룡사는 널리 알려진 관광지보다 아는 이들이 조용히 찾는 숨은 기도처에 가깝습니다. 남양저수지 상부 산행 기점과 이어지는 와룡산 들머리로도 언급됩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 찾는다면, 큰 행사보다 조용한 참배와 산길 산책에 마음을 두면 좋겠습니다.

사천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보내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솔사에서는 오래된 숲과 차밭 사이에서 시간을 낮추고, 백천사에서는 와룡산 품 안에서 평안을 빌고, 갑룡사에서는 돌탑과 산길 사이에서 마음의 숨을 고르면 됩니다. 연등은 높이 걸리지만, 그 아래 사람의 마음은 낮아집니다. 사천의 산사 세 곳을 천천히 걷다 보면, 봄의 끝자락에서 잠시 마음 둘 자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사천 여행기도 곁들입니다. 다솔사의 숲길이 조금 더 궁금하다면 예전에 걸었던 다솔사 숲 이야기를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사천을 하루 코스로 둘러보고 싶다면 사천 달빛시티투어 글도 함께 볼 만합니다. 글 안에는 백천사를 다녀온 이야기도 담겨 있어 이번 사천 사찰 여행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나를 격려하는 엄지척 바위가 있는 사천 다솔사 숲
https://blog.naver.com/haechansol/222953229114
사천 당일치기 여행 - 사천 달빛시티투어
https://blog.naver.com/haechansol/222428637465
▣ 다솔사, 백천사, 갑룡사 주요 정보
① 다솔사: 경남 사천시 곤명면 다솔사길 417, 관람료 무료, 주차요금 무료. 적멸보궁, 대양루, 야생 차밭, 소나무 숲길, 만해 한용운·김동리 관련 이야기
② 백천사: 경남 사천시 백천길 326-2, 관람료 무료, 주차요금 무료.약사와불, 와룡산 자락 산사, 돌탑 풍경, 조용한 참배와 산책
③ 갑룡사: 사천시 임내길 일원, 와룡산 남양저수지 상부 산행 기점 인근.약사와불, 와룡산 자락 산사, 돌탑 풍경, 조용한 참배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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