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8일, 천주교 마산교구청 봉헌식의 여운을 안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저녁 무렵 국도변에서 차를 멈췄습니다.

어르신께서 수녀님과 일행 열 분의 식사를 챙기며 산청 신안면 정통손짜장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식당 바깥에는 “직접 손으로 뽑은 시원한 콩국수”라고 적힌 노란 현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봄날 저녁의 허기를 먼저 알아본 듯한 문구였습니다. 저도 진주와 산청을 오가며 어르신을 모시고 몇 차례 들렀던 곳이라 낯설지 않았습니다.
기계를 덜고 손맛을 남긴 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먼저 벽면의 안내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기계를 쓰지 않고 수타로만 면을 뽑는다고 적혀 있습니다. 국내산 생등심을 사용한 탕수육, 인공첨가물 없는 반죽, 매일 새 식용유를 쓴다는 내용도 함께 보였습니다. 화려한 설명보다 이런 문구가 오히려 이 집의 성격을 또렷하게 보여줍니다.

실내는 꾸밈보다 생활의 온기가 먼저 느껴졌습니다. 벽에는 다녀간 이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고, 셀프바에는 김치와 단무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테이블마다 놓인 키오스크는 손으로 면을 뽑는 방식과 요즘의 편의가 한자리에 놓인 풍경처럼 보였습니다.
수타면이 남기는 식감의 차이

먼저 나온 것은 탕수육이었습니다. 하얗게 올라온 튀김옷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한 점 집어 들었을 때 바삭한 감각이 손끝으로 전해졌습니다. 씹으면 안쪽의 고기가 두툼했습니다.

소스에는 채소와 목이버섯이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새콤달콤한 맛이 지나치게 앞서지 않아 고기의 식감이 먼저 살아났습니다.

손짜장은 이 집의 성격을 더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수타면은 면발의 굵기가 조금씩 달랐습니다. 그래서 씹는 맛이 단조롭지 않았습니다. 기계면처럼 반듯하게 떨어지는 느낌과는 달랐습니다.

짜장 소스 위에는 완두콩과 옥수수알이 올려져 있었고, 전체 맛은 지나치게 달기보다 춘장의 고소함 쪽에 가까웠습니다. 끝까지 무리 없이 들어가는 짜장이었습니다.

옆에서 드시던 콩국수도 눈에 남았습니다. 뽀얀 콩물 위에 채 썬 오이와 삶은 달걀 반쪽이 단정하게 올라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먹은 것은 아니라 맛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보기만 해도 여름 문턱에 어울리는 한 그릇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저도 콩국수를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수타면을 내는 중국집을 예전보다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한 그릇을 받아도 먼저 면부터 보게 됩니다. 손으로 직접 뽑은 면이 주는 질감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식사 중에는 홀 쪽 분위기가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손님 쪽을 오래 바라보는 시선이 순간적으로 부담스럽게 닿을 때가 있었습니다. 음식의 인상과는 별개로, 그 장면은 조금 조심스러웠습니다.
함께 먹는 저녁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이날 식사는 음식만으로 기억되지 않았습니다. 봉헌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수녀님과 어르신, 일행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면을 나누던 풍경이 오래 남았습니다. 한 그릇씩 앞에 놓이고, 서로 앞접시를 챙기고, 맛있게 드시라는 말이 오가는 저녁이었습니다. 그런 자리는 음식의 값보다 마음의 온도가 먼저 기억됩니다.
산청 신안면 정통손짜장은 화려하게 꾸민 집은 아닙니다. 대신 손으로 면을 뽑는 수고와 한 끼를 제대로 내겠다는 태도가 남아 있는 곳이었습니다. 우리가 먹은 것은 짜장면과 탕수육, 콩국수였지만, 그 밥상 위에는 어르신의 넉넉한 배려도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의 허기를 채운 저녁이었고, 그날 식탁에는 면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이 놓여 있었습니다.

▣ 정통손짜장
- 화~일 10:30~20:00, 마지막 주문 19:55
- 매주 월요일 휴무
- 손짜장 7,000원 · 콩국수 9,000원 · 탕수육 소 18,000원
- 가게 앞 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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