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마산교구 60주년 경축 미사와 교구청 봉헌식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6. 4. 1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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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천주교 마산교구청에서 마산교구 60주년 경축 미사와 교구청 봉헌식이 열렸습니다. 산청 성심원에서는 유의배 알로이시오 신부님과 오 말가리다 어르신, 김 로사리오 수녀님 등 10여 명이 차 두 대에 나눠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저도 이날 스타렉스 운전지원을 맡아 동행했습니다.

그제는 봄비가 제법 내렸습니다. 어제는 비가 그치고 해맑은 햇살이 내려왔습니다. 산청에서 창원으로 가는 길에는 연두빛 산하가 차창을 가득 채웠습니다. 진주를 지나 사봉면에 이르렀을 때는 복자 정찬문 안토니오의 묘가 차창 너머로 스쳐 갔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날의 길은 조금 더 깊게 다가왔습니다. 복자 정찬문은 1867년 1월 진주에서 순교한 한국 천주교 순교 복자 가운데 한 분입니다.
 

마산교구 60주년, 새 교구청에서 맞은 봄날

교구청에 도착하니 교구 설정 60주년 경축 미사를 알리는 걸개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치 환영 인사처럼 느껴졌습니다.

정문 걸개 뒤편으로는 붉은 벽돌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곳은 옛 국군통합병원이 있던 자리라고 합니다. 숲과 나란히 선 건물은 단과대학 캠퍼스를 닮은 듯 아담하고 단아했습니다.

두 팔을 벌린 흰 그리스도상은 사람들을 맞았습니다. 넓은 마당에는 의자가 빼곡했습니다. 하늘은 맑았습니다. 나무 그림자는 길게 드리웠습니다. 흰 제의를 입은 주교단은 길게 행렬을 이루며 들어왔습니다. 숲의 초록, 제의의 흰빛, 벽돌의 붉은빛이 한 장면 안에서 또렷하게 만났습니다.

마산교구는 1966년 2월 15일 부산교구에서 갈라져 새로 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완월동 성지여고에 교구청을 두었습니다. 1974년에는 오동동 가톨릭문화원이 세워졌고, 교구청도 그해 그곳으로 옮겼습니다. 가톨릭문화원은 50년 동안 교구청으로 쓰였습니다. 새 교구청은 2022년 말 완공됐고, 마산교구는 2023년 3월 지금의 진전면으로 옮겨왔습니다.

다만 교구청 봉헌식은 2022년 8월부터 교구장이 공석이어서 미뤄졌습니다. 지난해 2월 제6대 이성효 리노 주교가 부임했고, 올해 교구 설정 60주년을 맞아 비로소 봉헌식까지 함께 열었습니다. 가톨릭 교구는 한 명의 주교가 일정 지역의 본당과 신자 공동체를 돌보는 천주교의 지역 교회입니다. 익숙한 행정구역처럼 일정한 지역을 맡아 돌본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초대 교구장은 훗날 추기경이 된 김수환 주교였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성심원을 세 차례 찾은 인연도 있습니다.
 

경축 미사와 봉헌식, 함께 기도한 시간

이날 행사에는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와 한국, 일본의 주교 30여 명, 신자 약 3000명이 함께했다고 합니다. 숫자는 컸지만 현장에서는 사람들의 표정이 먼저 보였습니다.

미사가 시작되자 넓은 마당은 곧 기도의 자리로 바뀌었습니다. 사제단과 수도자들은 제대 곁에 섰습니다.

신자들은 의자에 앉거나 서서 미사에 함께했습니다. 흰 미사보를 쓴 이들도 보였습니다. 양산으로 햇볕을 가린 이들도 있었습니다.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제대를 바라봤습니다. 멀리서 보면 큰 모임이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각자의 기도가 모인 자리였습니다.

이성효 주교님은 강론에서 새 교구청이 신자들의 정성과 기도로 쌓인 결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난한 이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만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와 청소년, 청장년과 노인, 이주민, 생태환경까지 함께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이들과 함께 걸어가는 희망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또 “교구 설정 60주년 은총의 해는 우리를 그런 실천적 사랑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산교구가 앞으로 붙들어야 할 방향을 새삼 다시금 느낍니다.

축하식에서는 유흥식 교황청 장관의 영상 메시지와 박완수 경남도지사 등의 축하 인삿말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은 이성효 주교님의 사투리 섞인 인사말이었습니다. “멀리서 오신 분들, 참말로 감사드립니다. 주일학교 친구들도 욕봤데이. 마산교구라는 배를 함께 저어오신 모든 분들께 고맙습니다.” 짧은 말이었지만 웃음과 따뜻함이 함께 묻어났습니다.

성심원 식구들에게 이날이 더 가깝게 다가온 데에는 이런 인연도 있습니다. 지난해 성심원 어울림축제에서는 유의배 신부님의 팔순을 맞아 마산교구장 이성효 주교님이 색소폰을 연주하며 축하를 전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교구 60주년 경축 미사와 교구청 봉헌식도 낯선 큰 행사가 아니라, 오래 이어진 마음이 다시 만나는 자리처럼 느껴졌습니다. 관련 이야기는 ‘성심어울림축제 마지막날, 평생 함께하겠습니다’ 글에서도 더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echansol/223891786843

비가톨릭 신자인 저에게도 이날은 오래 남을 듯합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오 말가리다 어르신이 한턱을 내셔서 원지에서 짜장을 먹었습니다. 이삿날이나 특별한 날 먹던 오래된 기억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비가 그친 뒤의 햇살, 붉은 벽돌 교구청, 기도하는 사람들의 손, 원지에서 먹은 짜장 한 그릇까지. 4월 18일은 여러 결이 겹친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마산교구청
- 장소 :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죽헌로 72
- 주차 : 무료
외부 공간은 개방형으로 시골 마을을 곁에 두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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