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은 포항 동해면 바다를 마주한 자리입니다. 4월의 포항은 빛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산청 성심원 봄소풍 답사길에 잠시 머문 곳이었지만 바다만 보고 지나가기에는 아쉬운 장소였습니다.

동해의 푸른 물빛과 연오랑세오녀 설화, 귀비고 전시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발길을 붙들었습니다. 경남 진주에서 떠올리는 남해 바다는 조금 더 부드럽고 해안선은 사람 곁으로 한 번 더 감겨 드는 편입니다. 포항에서 만난 동해는 달랐습니다. 바다는 더 곧게 열려 있었고 시야를 한 번에 밀어 올렸습니다. 그 앞에 서니 연오랑세오녀 이야기도 책 속 설화보다 먼저 파도와 바람 위에 얹힌 오래된 기억처럼 다가왔습니다.
영일만이 먼저 열리고 일월대가 시선을 붙드는 길

주차장에서 안으로 들어서면 잔디 언덕 너머로 영일만이 넓게 펼쳐집니다. 물빛은 깊고 푸르렀습니다. 햇빛을 받은 수면은 눈이 부실 만큼 밝았습니다.

멀리 포스코 설비가 낮게 걸려 있었습니다. 자연의 수평선과 산업도시의 풍경이 한 화면에 함께 놓였습니다. 포항다운 장면이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연오랑과 세오녀 이야기를 풀어낸 장식과 조형 요소가 이어집니다. 해와 달이 빛을 잃고 세오녀의 비단으로 다시 빛을 되찾았다는 이야기가 길 위에서 조금씩 형태를 얻습니다.

바닷가 가까이에 자리한 일월대는 오래 머물게 되는 자리였습니다. 팔작지붕의 선은 단정했고 단청은 바다빛과 잘 어울렸습니다. 기둥 사이로 보이는 영일만은 그대로 한 폭의 풍경이었습니다.

바람은 쉬지 않고 지나갔고 시선은 그 바람을 따라 더 멀리 나아갔습니다. 주변의 소나무는 해풍을 오래 견딘 듯 한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 나무들까지 보고 있으면 이곳은 잘 꾸민 공원이라기보다 바다 가까이에 오래 놓여 있던 자리처럼 느껴졌습니다. 벤치에 앉으면 눈앞보다 마음속의 속도가 먼저 느려졌습니다.
삼국유사 설화와 귀비고 전시가 함께 머무는 공원

일월대 아래로 내려오면 신라마을 구역이 이어집니다. 돌담과 초가, 장독대가 놓인 마당은 옛 생활의 분위기를 조용히 불러냅니다. 담장 너머로 푸른 물빛이 스치고 낮은 지붕이 그 앞에 놓여 있습니다. 바다 곁에서 이런 풍경을 만나는 일은 조금 낯설고도 좋았습니다.

연오랑세오녀 조형물과 쌍거북바위도 먼저 설명하기보다 한 번 바라보게 하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삼국유사에 실린 연오랑세오녀 이야기는 해와 달의 내력을 품은 설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라 제8대 아달라왕 4년, 동해 바닷가에 살던 연오와 세오 부부가 일본으로 가게 되면서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고, 일본에서 보내온 세오의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자 다시 빛을 되찾았다는 내용입니다. 공원 안에서 이 설화는 안내문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바다와 언덕, 전시관과 조형물이 겹치며 지금의 풍경 안으로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귀비고 전시관은 공원의 분위기를 또 한 번 바꿉니다.


바깥의 바람과 햇빛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공기가 조금 가라앉습니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전시관 귀비고는 포항 지역의 특화된 스토리텔링 문화공간을 지향한다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전시실과 영상관, 교육과 체험을 위한 라운지 공간이 조성되어 있고 애니메이션, VR, 미디어 체험 등으로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길은 보도블록에서 흙길로, 다시 데크로 이어집니다. 발밑의 감각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난간 아래로는 파도 소리가 들리고 벤치에 앉은 사람들은 저마다 바다를 오래 바라봅니다. 걷기 난이도는 높지 않은 편입니다.

짧게 둘러보는 일정도 가능하지만 전시관과 바다를 함께 보려면 조금 천천히 머무는 편이 잘 어울립니다. 서둘러 지나가면 바다만 보고 나오기 쉽습니다.

일월대와 귀비고를 함께 묶어 보아야 이 장소의 결이 또렷해집니다. 동해의 푸른 빛은 빨리 닫히지 않았습니다. 한참 뒤에도 눈 안쪽에 남아 있었습니다.
▣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호미로 3012
- 주차: 전용 주차장 이용(무료)/ 대형버스는 아래편 버스전용주차장 이용
- 전시관 관람: 화~일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 공원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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