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야기

포항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봄 산책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6. 4. 1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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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씨 어서 오세요.”

 

기념품 가게 안에서 들은 한마디에 웃음이 먼저 났습니다.


경북 포항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초입이었습니다. 42일 오후였습니다. 봄빛은 환했고 하늘은 깊고 맑았습니다. 나무 문틀 아래로 난 길은 곧장 돌계단 쪽으로 이어졌습니다.

안내판 앞에 잠시 서니 골목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길은 짧아 보여도 표정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오래된 거리답게 한 걸음마다 빛과 결이 달랐습니다. 구룡포라는 이름도 그냥 붙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1914년 여러 마을을 합하며 일대 지형이 아홉 마리 용처럼 생겼다 하여 붙은 이름으로 전합니다. 이곳에는 앞바다에서 아홉 마리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도 함께 남아 있습니다.

 

적산가옥 골목에 남은 봄빛과 생활의 결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갈색 목조 외벽과 흰 벽면, 낮은 처마와 격자 창이 차례로 눈에 들어옵니다. 볕을 받은 나무는 더 짙어 보였고 그늘 아래에서는 오래된 결이 더 또렷했습니다.

드라마 빵집 간판이 붙은 벽에는 인물 사진과 붉은 장식이 나란히 걸려 있었습니다. 익숙한 장면을 찾는 사람들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골목은 조용하다기보다 낮게 살아 움직이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동백씨! 동백이 마을로 와봐유!”라는 표지판은 이 거리의 공기를 조금 풀어 주었습니다. 오래된 건물 사이에 드라마의 온기가 스며든 모습이었습니다.

한쪽 골목에서는 동백꽃이 붉게 피어 있었습니다. 회색 벽과 검은 전선, 좁은 길 사이에서 꽃빛만 유난히 또렷했습니다. 화사하다기보다 골목의 마른 표정을 잠시 눌러 주는 색에 가까웠습니다.


기념품 가게 안은 바깥과 또 다른 결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나무 바닥과 진열장, 작은 소품들이 빼곡했지만 답답하지 않았습니다. 어두운 실내에 창 쪽 빛이 길게 들어와 물건들 위에 얇게 내려앉았습니다. 오래된 거리와 관광지의 지금이 가장 자연스럽게 만나는 장면이 이런 실내에 있었습니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는 1883년 조선과 일본이 체결한 조일통상장정 이후 일본인이 조선으로 와 살던 곳으로 전합니다. 일본이 구룡포항을 만들고 동해권역을 관할하던 시기, 많은 일본인 어부들이 정착하며 조선인들의 어업권을 수탈했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현재 이 마을에는 일본식 목조 건물 47개가 남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구룡포 돌계단과 포구 전망이 남기는 마무리

돌계단은 골목의 끝이라기보다 시선을 한 번 더 들어 올리는 자리였습니다. 계단은 생각보다 넓고 길었습니다. 사람들은 중간중간 숨을 고르며 올랐습니다.


위로 갈수록 노란 봄꽃과 푸른 하늘이 먼저 열렸고 뒤돌아보면 구룡포항이 천천히 펼쳐졌습니다. 붉은 지붕과 낮은 집들, 바다와 배, 먼 산 능선이 한 화면 안에 겹쳤습니다. 높은 곳에 서니 바람이 먼저 얼굴에 닿았습니다. 항구의 짠 기운도 그제야 또렷해졌습니다.

위쪽에는 옛 사진을 세워 놓은 길이 있었습니다. 오래전 구룡포와 지금의 구룡포가 한 자리에서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용 조형물이 있는 전망 공간도 나왔습니다. 검은 용의 실루엣 뒤로 바다가 열렸고 나뭇가지 그림자는 땅에 길게 드리워졌습니다.

돌계단에서 바라보는 푸른 동해 바다도 좋았지만 더 오래 남는 것은 문틀 아래 첫 길, 목조 가옥의 결, 볕과 그늘 사이를 오가던 봄날의 좁은 거리였습니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는 한 번에 다 보이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천천히 눈에 익는 쪽이 더 어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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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골목에 닿기 전, 포항으로 향하던 하루의 바깥 풍경은 이 글에 먼저 남겼습니다.

산청성심원 봄소풍, 포항을 먼저 보고 왔습니다

https://blog.naver.com/haechansol/224240630144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

-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호미로 277

- 주차: 구룡포항 공영주차장 이용 가능(무료)

- 걷기 난이도: 골목은 완만, 돌계단·공원 구간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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