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BTS ARMY와 변영로 「논개」 아미(蛾眉) 겹치다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6. 3. 2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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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활용한 생성이미지입니다

 

공연 관련 기사를 읽다가 문득 ARMY라는 말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2026321,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BTS가 오후 8시 무료 야외 공연을 연다는 기사였습니다. 정규 5‘ARIRANG’ 발표를 기념하는 무대였습니다. 1시간 진행 예정이고,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생중계된다고 했습니다.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는 최대 26만 명이 모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무대 하나가 공연장을 넘어 도시의 하루를 바꿀 만한 규모였습니다.

기사 속에서 제 눈을 붙든 말이 ARMY였습니다. BTS 팬클럽 이름으로 익숙한 단어입니다. 그런데 그 말을 소리 내어 읽는 순간, 오래된 시어 하나가 함께 떠올랐습니다. 아미(娥眉)입니다.

 

논개의 아미, 시 속에서 다시 빛나다

 

BTS 팬클럽 ARMY는 영어 이름입니다. 아미는 옛 시문에서 아름다운 여인의 눈썹을 뜻하는 말입니다. 두 말의 뿌리는 다릅니다. 발음만 같습니다. 우연이지만 길게 머릿속에 남습니다.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 강하다는 변영로의 시 논개에도 이 아미(蛾眉)가 나옵니다. “아리땁던 그 아미 / 높게 들리우며.” 짧은 구절입니다. 그러나 논개의 얼굴만 그리지는 않습니다. 아름다움과 결기, 마지막 순간의 긴장까지 함께 세웁니다. 눈썹 하나가 시 전체의 공기를 바꿉니다.

아미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시어입니다. 중국 시인 백거이(白居易, 백거이)장한가(長恨歌)에는 이런 구절도 나옵니다. “宛轉蛾眉馬前死(완전아미마전사).” 고운 눈썹의 여인이 말 앞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아름다움은 절정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비극과 함께 남습니다.

 

광화문의 ARMY, 오래된 시어와 마주서다

옛 시에서는 아미가 한 사람의 아름다움과 기개를 떠받치던 말이었습니다. 오늘은 ARMY가 한 무대를 지키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객석은 어둡지만 이름은 밝습니다. 노래는 무대에서 울립니다. 힘은 객석에서 자랍니다.

 

물론 둘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ARMY와 아미는 어원도 뜻도 다릅니다. 다만 소리가 겹치는 우연 속에서 옛말이 아직 살아 오늘의 우리와 만나는 듯합니다.

 

그래서 변영로의 한 구절이 더 오래 남습니다. “아리땁던 그 아미는 논개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말입니다. 동시에 말의 시간을 생각하게 하는 말입니다. 논개의 아미는 시 속에서 흔들립니다. 오늘의 ARMY는 광화문의 불빛 속에서 빛납니다. 둘은 멀리 떨어져 있으나 사람을 빛나게 한다는 점에서 닿아 있습니다.

부디 오늘 광화문의 BTS 공연이 한때의 화제에 그치지 않고 오래 남는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ARMY의 빛이 무대를 지키고, 무대의 노래가 다시 ARMY를 비추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변영로가 남긴 아리땁던 그 아미처럼, 오늘의 ARMY도 한 시대의 장면으로 오래 기억되기를 응원합니다.

 

이번 글을 쓰며 아미라는 말의 시간을 다시 더듬었습니다.

이미 한 번 이 이야기를 정리해 둔 적이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이어서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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