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영화가 나를 영화관으로 이끌 때, 진주엠비씨네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6. 2. 27. 14:39
728x90

 

-소풍 같은 오전, 영화 한 편이 만든 선택의 이유

 

 

영화 한 편이 만든 선택의 이유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발걸음을 영화관으로 이끌었습니다. 평소 영화관을 자주 찾지 않습니다. 집에서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는 편이고, 그마저도 1년에 열 편 남짓일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가성비를 먼저 떠올렸습니다. 산청작은영화관이 먼저 생각난 이유입니다.

관람료는 7,000. 익숙한 가격입니다. 다만 시간을 살펴보니 오전 1010, 이른 시간대의 진주엠비씨네 시그니처 영화관 관람료는 9,000원이었습니다. 차이는 2,000.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예매를 마친 뒤 가족 카톡방에 예매 사실을 올렸습니다. 소풍을 앞둔 전날처럼 작은 긴장이 밀려옵니다.

아침이 밝아왔고, 진주엠비씨네로 향했습니다. 정식 명칭보다 엠비씨네라는 말이 더 찰갑게 달라붙는 곳입니다. 아들과 아내와 함께, 영화 한 편을 핑계 삼은 외출이었고 모처럼의 가족 나들이에 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영화관으로 들어가는 시간은 이미 영화였다

차를 세우고 지하 주차장의 형광등 아래에서 한 번 숨을 고릅니다. 영화관으로 가는 길이라는 안내판을 따라 걷는 발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집니다. 익숙했던 장소가 낯설게 느껴질 때, 시간은 이미 꽤 흘렀다는 사실을 몸이 먼저 알아챕니다.

지하 주차장은 생각보다 조용합니다. 차들이 가지런히 줄을 서 있고 초록색 바닥은 반사된 빛으로 은근히 번들거립니다. 영화관에 간다는 목적보다 공간을 다시 걷는 감각이 먼저 다가옵니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면 진주문고와 노브랜드 매장이 이어집니다. 영화 관람 전후로 책을 고르고 몇 장을 넘겨 보던 기억이 겹쳐집니다. 상영 시간을 기다리며 책 냄새 속에 머물던 시간, 영화가 끝난 뒤 여운을 붙잡고 다시 책장 사이를 걷던 순간들이 영사기처럼 스쳐 갑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원형 조명이 공간을 고르게 비추고, 바닥의 별 모양 패턴이 중심을 잡아줍니다. 엘리베이터가 있음에도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탑니다.

매표대 앞은 키오스크가 더 많은 공간입니다. 이미 예매를 했지만 괜스레 종이 출력을 했습니다.

영화표를 뽑는 행위가 하나의 의식이던 시절을 지나, 종이 한 장이 오늘 하루의 방향을 정합니다.

벽면의 포스터들은 소리 없이 이야기를 건네고, 같은 벽 위에서 서로 다른 시간이 겹칩니다.

쉬어갈 수 있는 테이블에 앉습니다. 아이가 노브랜드에서 마실 음료와 팝콘을 사 옵니다. 숨을 고릅니다.

영화 시작 10분 전, 위로 오르는 동안 아래층의 소음은 멀어지고 발걸음 소리만 또렷해집니다.

복도에서 마주친 문장, WHY DON’T WE SEE A SAY YES TO(왜 우리는 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지 못할까). 머뭇거림 없이 말하는 ’,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대답으로 다가옵니다. Ariana Grande의 노랫말 “Say that shit with your chest”가 떠오릅니다.

 

상영 전의 설렘, 좌석이 만든 결정적 차이

좌석에 몸을 맡기는 순간 공간의 표정이 바뀝니다. 리클라이너 좌석은 안마의자처럼 전자동으로 움직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발받침과 등받이가 천천히 올라가고, 몸은 자연스럽게 눕혀집니다. 허리를 세우고 보던 예전의 다닥다닥한 좌석과는 분명히 다른 풍경입니다.

산청작은영화관도 좌석 간격이 좋은 편이라 늘 만족스러웠는데, 이곳에서는 한 단계 더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이른 시간대 기준 2,000원의 차이라면 충분히 투자할 만하다는 판단이 섭니다. 몸이 편해지니 화면에 더 오래 머물 수 있었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자세를 고쳐 앉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겉으로는 태연한 얼굴을 유지하지만, 상영을 기다리는 동안 심장은 눈에 띄지 않게 박자를 올립니다. 고소한 팝콘 향이 공기를 채웁니다.

 

불이 꺼지기 전, 산청작은영화관에서 보았던 서울의 봄이 떠오릅니다. 이후 영화는 대부분 집 안의 OTT 화면에서 만났습니다. 편리함은 남았지만, 공간을 통과하는 기억은 남지 않았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곧장 집으로 향하지 않았습니다. 영화관 지하 노브랜드에 들러 간단한 간식을 골랐습니다. 스크린에서 빠져나온 여운을 봉지 속으로 옮겨 담는 시간입니다.

오늘의 관람은 상영 한 편보다 하루를 잠시 비워낸 소풍에 가까웠습니다. 영화는 스크린에서 멈추고, 기억은 팝콘 향과 책장 사이, 그리고 간식 봉지를 들고 걷던 통로에서 이어집니다.

롯데시네마 엠비씨네 진주

- 주소: 경남 진주시 가호로 13 MBC 경남 영화관 건물

- 주차/편의: 영화 관람 시 4시간 무료 주차, 지하 노브랜드 이용 가능

#롯데시네마엠비씨네진주 #엠비씨네진주 #진주엠비씨네 #왕과사는남자 #리클라이너좌석 #가족나들이 #산청작은영화관 #진주문고 #노브랜드 #에나이야기꾼해찬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