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 근무를 마치자 후다닥 구내식당으로 내려서 밥 한 술을 또한 후다닥 넣었다. 주차장까지 걸어가며 잠시 하늘을 한 번 보고 숨고르기를 한 뒤 차에 올랐다. 시동을 걸고 출발. 주차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 뻉뺑이를 돌고 돌았다. 그럼에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경남 진주 형평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장승환)가 형평운동 89주년을 맞아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초청 강연회를 4월17일 오후7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관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강연회는 주제는 '문학을 통한 한국 현대사 읽기'다. 1966년 현대문학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고 현재는 민족문제연구소장으로 있는 임헌영 선생
임 선생은 "팔자를 바꾸는 게 문학이다. 인간의 운명을 바꾸는 게 뭔지 연구하고 관찰한 게 문학이다. 역사를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라.
세계사는 판사가 없는 법정이다."이라며 강연을 시작했다.
브르제진스키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세기에 1억7천 만여 명이 학살로 비명횡사. “역사를, 민족의 행복, 국가의 지혜, 개인의 미덕을 재물로 바치는 재단으로 간주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물음은 필연적으로 제기된다. ‘어떤 목적’을 위해 이 엄청난 희생이 치러졌는가?”-<역사철학>
선생은 에릭 홉스붐(1917~) 의 말을 빌어 근현대 세계사의 시대를 아래와 같이 구분했다. 강연을 들으며 부지런히 받아적고 일부는 사진으로 필기를 대신했다.
혁명의 시대(1789~1848) : 프랑스 대혁명, 1830년 7월 혁명, 1848년 2월 혁명
자본의 시대(1848~1875) : 부르주아가 권력 장악, 해외시장 개척
제국의 시대(1875~1914) : 제국주의 전성기
20세기는 ‘극단의 시대’로 명명.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기, 극단은 그럼 무엇일까?
“어느 누구도 20세기의 역사를 다른 시대의 역사처럼 쓸 수 없을 것이다.” 이 세기를 “학살과 전쟁의 세기”라고 요약. 혁명과 반혁명, 극우, 파시즘과 인민민주주의, 근본주의 신앙과 무신론 등등 온갖 주장들이 어떤 타협도 불가능한 모습으로 치달아 대립, 갈등, 충돌한다.
20세기의 시대구분은 1. 1914년 제1차 세계대전부터 1991년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정복하기 위해 미국 주축의 다국적군의 침략전쟁까지로 정의내리거나, 2. 1917년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부터 소련방이 해체된 1991년까지로 정의.
미국만이 세계정의 실현자?
와다 하루키“미국만이 세계에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은 사막의 신기루다.”
“미국 국가와 경제의 힘은 아직 강력하지만 소련과는 다른 의미에서 미국의 빼레스뜨로이까가 시작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로서의 사회주의 중
세계사를 거쳐 이제 우리나라의 문학을 통해 본 이승만과 박정희 독재시기를 살폈다.
한국근현대사의 시대 구분
식민통치시기 1905~1945
미군정시기 1948년 8.15까지
이승만독재시기 1960년 4월 혁명까지
민주화시기 1961년 5.16쿠데타까지.
박정희 군부통치시기 1979년 10.26까지
신군부 통치시기 전두환(1980), 노태우(1988), 김영삼(1993~)까지
민주화시기 김대중(1998~),노무현(2003~)대통령까지
기업인 독재시기 2008.2.25. 이명박취임.
작가 故이병주 선생의 <그해 5월>이란 책이 5.16쿠데타부터 박정희 사망까지를 다룬 소설이라며 일독을 권유받았다. 프랑스도, 미국도, 일본도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 그들은 비극을 딛고 얻은 교훈을 우리는 왜 없을까.
일제강점기 대한 독립운동이 아니라 독립진영을 분열시키고 오직 대통령운동만 한 이승만.
일본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정권을 잡은 자가 장개석과 박정희라는 사실에 놀랐다.
맨 마지막으로 선생은 “정신차려라. 우리의 운명은 내자신이 바꾼다. 최소한의 정치참여는 투표다!”고 당부했다. 고등학교 학생 3명이 이 강연을 함께했는데 야간자율학습(?)은 어찌했는지 궁금했다. 나는 과연 그 나이때 야간자율학습이란 강제된 공간에 박혀 한심하게 시간을 죽였구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민족문제연구소 http://www.minjok.or.kr/
형평운동기념사업회 http://hp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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