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진달래꽃을 흩뿌린 듯 곱게 빛나는 진주 남강 유등축제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4. 10. 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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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려앉기를 기다렸습니다. 태양이 빛을 잃자, 진주 남강을 찾았습니다. 별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흩뿌려진 듯 진주 남강에는 7만여 개의 유등들이 빛나기 때문입니다. 진주 유등축제가 5일부터 20일까지 진주 남강 일원에서 열립니다.

진주교 남단 서쪽에서 천천히 강을 가로질러 걸었습니다. 진주 남강은 환하게 빛납니다. 다리 너머로 보이는 등불들이 곱습니다.

진달래꽃을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린 듯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가는 사람들 저마다 다리에서 진주성 쪽을 바라봅니다. 연신 스마트폰에 담기 바쁩니다.

다리를 건너 진주성의 동문이 촉석문으로 향합니다. 풍등(風燈)이 우리의 마음인 양 어둠 속에서 빛나며 우리를 반겨줍니다. 덩달아 우리의 발걸음도 더욱 가볍습니다.

진주대첩 광장이 나옵니다.

광장에는 작은 인공 개울이 있습니다. 해태상을 지나면 촉석문 조형등이 우리를 환영합니다.


촉석문 조형등을 지나면 각종 조형등이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습니다.

그들 곁을 지나면  진주성을 등진 관중석 모양으로, 진주성으로 올라가는 계단처럼 새로 만들어진 호국마루가 나옵니다.

마치 진주성을 오르는 적들의 공성(攻城) 무기 운제처럼 사다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호국마루에 오르면 진주성과 같은 높이라 성내 호국 종각 사이로 둥그런 조형등이 달처럼 빛나는 게 더욱 또렷하게 보입니다.

호국마루를 내려오자, 관광 캐릭터 하모와 하모의 단짝인 아요가 아쉬운 마음을 달래줍니다.

본격적으로, 진주성으로 향했습니다.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별이 걸린 듯 등들이 빛납니다.

호위무사 같은 조명들의 도움을 받아 촉석루는 진주성의 주인처럼 더욱 곱게 우리를 맞이합니다.

어디를 걸어도 좋은 성안입니다.

‘임진대첩계사순의단(壬辰大捷癸巳殉義壇)’으로 향해 동아시아 국제전쟁(임진왜란) 때 순국한 선열의 넋을 기리고 내려오자 저만치 진주교를 비롯해 대첩 광장의 등들이 반짝입니다.

성곽을 따라 걷습니다. 오가는 바람이 달곰합니다.

옛 진주성 우물가 주위로 다양한 등들이 다시금 우리를 붙잡습니다.

공북문에는 빛으로 그려진 그림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진주대첩의 주인공 충무공 김시민 장군 동상을 지나면 느티나무에 등불들이 꽃처럼 피었습니다. 꽃길을 걷는 기분입니다.

우주복을 입은 조형물이 반달 같은 배에 누워 퉁소를 부는 모습이 여유롭고 평화롭습니다. 아늑합니다.

남쪽 성곽으로 향하자, 사람들이 모두 강과 한 몸을 이룬 등불이 빚은 빛그림을 구경하느라 바쁩니다. 하늘의 별들을 흩뿌린 양 남강은 빛납니다.

국립진주박물관 앞에서 아름다운 노래 선율이 흘러나옵니다.

가을밤을 적시는 노래를 뒤로하고 박물관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자 말 탄 신랑의 환한 얼굴이 보기 좋은 조형물 덕분에 덩달아 입꼬리가 올라가게 합니다.

박물관 옆 산청 범학리 3층 석탑에 이르러 두 손을 모읍니다. 탑을 돌고 돕니다.

석탑을 지나 서장대로 향합니다. 가을이 깃든 풍광 덕분에 몸과 마음은 더욱 넉넉해집니다.

호국사 앞 서문을 내려 갑니다.

분수대 광장을 지나 천수교로 가는데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분수가 잠시 걸음과 눈길을 붙잡습니다.

분수대의 유혹을 간신히 이겨내고 천수교에 이르면 진주 남강의 진주성과 촉석루가 와락 안깁니다. 가운데에 이르러 두 눈에 꾹꾹 눌러 담습니다.

천수교와 진주교 사이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합니다. 음식 부스에는 더욱 사람들로 장터를 떠올리게 합니다.

소망등 터널을 걷습니다. 뭇사람들의 소망에 덩달아 걷는 이의 바람도 겁니다. 이 길을 걸으면 소원이 이루어질 듯한 우주의 기운을 느낍니다.

소망등터널을 나와 강가로 향하자, 풍경은 더욱 곱절로 아름다운 파노라마로 다가옵니다. 풍광을 두 눈에 담고 스마트폰에 옮기느라 걸음을 쉽게 옮기지 못합니다.

촉석루를 정면으로 향하는 수상 무대에서 사랑가가 흘러나옵니다. 객석에 앉자 남강과 진주성, 촉석루에 노랫가락을 비벼 몸과 마음이 둥실둥실 떠갑니다. 일상의 시름은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객석을 떠나 진주 남강과 어깨를 함께한 듯 걷습니다.

진주교 남단 동쪽에서 다시금 강을 건넙니다. 뒤벼리와 경상남도 문화예술회관 앞쪽도 밤을 잊은 듯 빛납니다.

더 야(夜)해진 남강 강가에서 가을 마실을 보냅니다. 신선한 바람이 남강 등불 사이를 지나 우리 살결을 스치며 지나갑니다. 가을로 들어온 우리를 물들입니다. 온 세상은 울긋불긋 물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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