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보낸 편지를 읽기 좋은 진주 철도문화공원
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살결을 스치는 요즘입니다. 어디로 떠난들 반겨주지 않는 가을 풍경은 없습니다. 가을 속으로 걸어가 추억에 물들기 좋은 곳 중 하나가 옛 진주역, 철도문화공원입니다.
옛 진주역에 이르자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물감 같은 구름이 몰려옵니다. 1923년 12월 1일 경남 밀양 삼랑진읍에서 진주까지 연결된 기찻길. 진주역은 오가는 사람들의 꿈과 바람을 담았습니다.
지금은 개양 근처로 이전한 진주역을 대신해 시민들에게 숨 고를 넉넉한 곁을 내어줍니다. 전시를 둘러봐도 좋고 그저 공원을 걸어도 그만입니다.
공원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일상 속 번뇌는 스르륵 사라집니다. 옛 철길을 따라 가로수들이 호위무사처럼 따라옵니다.
어디로 걸어도 좋은 걸음은 어느새 백년마당에서 멈췄습니다. 야외에서 각종 전시와 공연이 펼쳐지는 문화예술의 현장입니다.
옛 차량정비고가 갈빛으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리에게 어서 오라고 알은체합니다. 한국전쟁의 흔적이 벽돌에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억새들이 바람결에 춤을 춥니다. 덩달아 걸음도 이들의 장단에 맞춰 경쾌해집니다. 마음은 상쾌해집니다.
그러다 근처 카페에 들어갑니다. 주위 풍광을 한가득 안으며 달곰한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 여간 아닙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습니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주위를 어슬렁어슬렁 거닐며 두 눈에는 가을이 보낸 편지를 읽습니다.
소행성 B612에 사는 어린 왕자가 저만치에서 반겨줍니다. 어린 왕자 등(燈) 조형물을 따라 지구별을 여유롭게 산책합니다.
기차의 방향을 바꾸는 전차대가 보입니다. 과거의 기관차는 앞과 뒤가 구분되는 경우가 많아 종착역에 가서 기관차의 방향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전차대 주위를 거닐며 묵은내를 털어내고 맑은 기운을 채웁니다.
호위무사 같은 가로수 길을 걷습니다. 덕분에 몸도 마음도 성큼성큼 더 성숙해지는 기분입니다.
그러다 쉼터에 들어가 숨을 고릅니다. 고맙고 정겨운 풍경을 구경하는 우리 곁을 옛 철길을 내달려온 바람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지납니다.
힘겨웠던 지난여름을 보낸, 수고한 이들에게 전하는 자연의 위로를 한 아름 가슴에 안고 옵니다.
근처에는 공중 놀이기구인 집라인과 흔들 그네 의자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까르륵 웃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이들을 뒤로하자, 대칭을 이룬 옛 철길 위에 섭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가을이 다가와 인사 건넵니다. 한 박자 늦추고 한 호흡 가다듬으며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일상에서 잰걸음으로 바삐 걸었던 나에게 조급하게 걷지 말라고 천천히 깊어져 가는 가을을 온전히 느껴보라 오가는 풍경이 권합니다. 절로 걸음도 느려집니다.
가을로 걸어가 추억에 물듭니다. 새침한 가을이 한 걸음 두 걸음 저만치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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