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통영 도솔암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4. 10. 2.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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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따라 절 따라, 호랑이가 처녀 물어놓고 간 통영 도솔암

 

 

호랑이가 처녀를 물어다 놓고 간 절이 통영에 있습니다. 수행하는 스님에게 호랑이는 왜 처녀를 물어다 놓고 갔을지 궁금한 마음에 통영으로 한달음에 내달렸습니다. 통영 도심을 벗어나 통영대교를 건너면 미륵도(산양도)입니다. 충무교와 통영대교, 통영터널로 연결된 섬 아닌 섬 가운데에 자리한 미륵산(미륵산(彌勒山·461m·용화산)이 있습니다. 미륵산 용화사(龍華寺)에 딸린 암자가 도솔암(兜率庵)입니다.

 

 

용화사 입구에 이르면 두 갈래 길이 나옵니다. 왼쪽은 용화사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도솔암과 관음암으로 가는 길입니다. 대부분은 여기에 차를 세우고 산에 올라갑니다.

 

 

도솔암과 관음암까지 차가 다닐 수 있는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林道) 있지만 차 하나 지날 정도의 좁고 가파릅니다.

 

 

용화사 광장에서 천천히 올라가는 길은 하늘나라로 가는 듯 푸른 숲속의 기운이 몰려오는 길이기도 합니다.

 

 

곳에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적은 팻말은 비단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읽어보고 나를 돌아볼 기회를 가지기도 합니다.

 

 

관음암을 지나고 얼마쯤 갔을까요? 꽃무릇들이 저만치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우리를 주황빛으로 반갑게 맞이합니다. 용화사 광장에서 0.7km쯤 올라오면 다시 갈림길이 나옵니다. 이제는 차도 더 갈 수 없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미륵산 정상은 1.3km, 케이블카 승강장은 1.5km입니다.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 도솔암이 나옵니다. 공덕비와 부도비를 지나면 작은 암자, 도솔암이 나옵니다.

 

 

일주문과 같은 두 돌기둥 위에는 용과 호랑이 조형물이 있고 知心空百百見 選佛場兜率庵이라 새겨져 있습니다. Kakao 번역기는 마음을 비우면 백발백중입니다. 마치 도솔암처럼 말입니다.’라고 일러주고 구글 번역기는 마음이 비어 있음을 알고 백 가지를 본다.’ 파파고는 마음만 먹으면 백 번 알 수 있다. 선불장 도솔암이라고 일러줍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근심을 푸는 곳(화장실)이 나옵니다. 내 안에 든 근심을 함께 버립니다.

 

 

대웅전에 들러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나오자, 도솔암 창건 설화가 적힌 안내판이 눈길을 끕니다. 지리산 칠불암(七佛庵)에서 수행하다 이곳 미륵산 토굴에 와서 수행하던 도솔이 943(태조 20)에 창건했다고 합니다.

 

 

토굴에서 수행하던 도솔 스님에게 어느날 무척 힘든 기색의 호랑이 한 마리가 다가왔는데 스님이 자세히 호랑이 입안을 들여다보니 비녀가 꽂혀 있어 빼주었답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랑이가 한 처녀를 업어 와서 바쳤다고 합니다. 처녀는 전남 보성 사는 배이방(裵吏房)의 딸이었는데, 혼인날을 받아놓고 목욕하다가 호랑이에게 물려왔답니다. 처녀를 고향으로 데려다주자, 배이방이 스님에 은혜를 갚기 위해 300냥을 주자 그 돈으로 도솔암을 지었다고 전해옵니다.

 

 

전설 따라 절까지 왔는데 도솔 스님이 수행했다는 토굴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근심을 푼 곳 옆을 지나면 나무에 매달린 빛바랜 리본들이 토굴 가는 길을 일러줍니다. 20여 분 정도 가면 토굴이 나옵니다.

 

 

가늘 길에 허리를 숙이면 산에서 자라는 박하라는 산박하며 무릇을 만납니다. 그들의 응원에 힘 입어 땀을 팥죽처럼 쏟아내면 저만치에서 줄에 매단 연등이 보입니다. 길 잃지 말고 어서오라는 듯 우리의 앞길을 밝히며 안내합니다.

 

 

길은 더욱 가파라집니다. 오솔길에서 잠시 벗어나 용왕샘으로 가서 숨을 골랐습니다. 샘이 솟지는 않습니다. 비가 오면 빗물이 고여 샘처럼 고인다고 합니다.

 

 

다시금 오솔길로 접어들면 등산 줄들이 우리 앞에서 각오하라는 듯 바위를 따라 길다랗게 놓여 있습니다. 이 줄이 없다면 우리는 어쩌면 네발 달린 짐승처럼 기어올랐을지 모르겠습니다.

 

 

가라픈 숨을 내 쉬자 드디어 토굴이 나옵니다. 고양이를 닮은 듯 오히려 귀여운 호랑이 조형물이 올라오느라 고생했다고 반깁니다.

 

시인 정지용이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라고 한 풍광이 병풍처럼 펼쳐집니다. 섬과 섬 사이는 마치 잔잔한 호수 같습니다. 두 눈에 꾹꾹 눌러담듯 담습니다. 고생한 보람을 위로 받는 연화세계가 펼쳐집니다. 부처님의 넉넉한 품에 안긴양 일상속 번뇌가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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