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의원들이 즐겨 찾는 진주비빔밥 맛집, 설향
맛집 찾는 '꿀팁'을 아시나요? 진주에 사는 분들이나 진주에 놀러 오는 관광객이라면 진주시의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세요. 행정안전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지침을 통해 직책이나 인원수 기관을 운영하는 방법, 시책을 추진하는 법, 의정 운영하는 것이나 부서를 운영할때 공통 업무추진비로 계획하고 편성한 뒤 집행하라고 권하고 있지만 공개 의무화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진주시의회는 투명한 정보 공개를 위해 업무추진비를 홈페이지로 알리고 있습니다.
2020년 6월 6일 발의한 진주시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안에 따르면 “진주시의회 업무추진비의 사용에 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예산집행의 합목적성, 책임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고, 그 사용에 관한 정보를 시민에게 공개함으로써 예산집행의 투명성과 청렴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업무추진비 사용 기준과 공개를 규칙으로 만들었습니다. 시의회 홈페이지에 접속해 업무추진비 내용을 확인해 보시면 시의원들이 자주 가는 식당을 찾는다면 맛집의 길라잡이가 됩니다. 일단 업무추진비에 내용을 공개할 정도면 적당한 가격대라는 겁니다. 여럿이 먹을 맛집을 골랐으니, 모두의 입맛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주시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업무추진비를 보면 의원들이 어디서 즐겨 먹었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1월 업무추진비 내역을 보면 ‘황제,유림식당,그때그시절,설향,진주우리밀면,거제횟집,금강해장국,활활복집,국빈, 미여 추어탕...’등에서 식사를 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런 이름들은 6월까지 이어진 업무추진비 내역에서도 대동소이합니다. 6월 업무추진비 내역을 보면 “바람이불어오는곳,만리장성,스시로운,사철식당,큰들곰탕,다오리,얼치기,길림성,진주냉면,,산청흑돼지혁신직영점...” 등입니다.
진주시의회가 위치한 곳이 아니라 현장에 나가서 현안을 점검하거나 토의하며 그곳에서 식사하거나 담소를 나눈 사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활동량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이 중에서도 진주시의회 근처에 있는 자주 가는 맛집이 눈에 뜁니다.
시의회 뒤편에 자리한 한정식집 황제와 함께 비빔밥집 설향이 자주 등장합니다. 아직 황제는 가보지도 맛을 보지 못해 알은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설향은 저 역시 즐겨 찾는 맛집입니다. 육회비빔밥으로 유명한 맛집입니다. 가족과도 즐겨 찾아간 곳입니다. 시의회 사람들도 즐겨 찾은 설향을 며칠 전 다녀왔습니다. 근처에 볼일을 본 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점심을 먹었습니다.
들어서는 입구에 <진주 전통 비빔밥>이라는 큼직한 글귀가 맛의 세계로 이끕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먼저 난감합니다. 신을 벗고 30cm가량의 높이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분이나 발을 드러내기 싫은 분에게는 어려운 곳입니다.
마치 찻집 이름 같은 설향은 무슨 뜻일까요? 여쭤 받더니 특별한 뜻은 없지만 작명소에 돈 주고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입구에는 만화 <식객>을 그린 허영만 화백의 방문록이 작은 액자에 담겨 있습니다.
자리를 정하고 앉자마자 주문합니다.
5분 정도가 지나면 ‘꽃밥’ 또는 ‘칠보화반’이라 불리는 진주비빔밥은 동황색 놋그릇에 흰밥 위로 고사리, 무나물, 애호박, 숙주나물, 육회 등이 올려져 아름다운 꽃처럼 다가옵니다. 먹기 전에 눈이 즐겁습니다. 육회가 부담스러우면 익혀달라고 하면 익힌 소고기가 육회 대신 올라옵니다.
국거리로 소고기뭇국이 곁들여집니다. 뜨겁습니다. 놋그릇이라 무겁고 뜨겁습니다. 들고 먹을 수 없습니다.
부침개와 땅콩 조림 등이 밑반찬으로 곁들여집니다.
꽃처럼 아름다운 비빔밥을 먼저 섞습니다. 옛 문헌에도 비빔밥을 일컬어 섞는다라는 뜻의 골동(骨董), 골동반으로 나옵니다. 조선 중기 박지혜(1569~1635)가 쓴 역사서 《기재잡기》에는 "혼돈반(混沌飯)"으로, 권상일 일기인 《청대일기》에는 "골동반(骨董飯)", 이익(1681~1764)이 지은 《성호전집》에는 "골동(骨董)" 등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빔밥의 유래는 여럿이 있습니다. 먼저 제사 지낸 뒤 한데 섞어 먹은 데서 시작했다는 '음복설'과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바쁜 농번기에 이것저것 섞어 비벼 먹었다는 '농번기설' 등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나온 대중잡지 <별건곤>에는 팔도 대표 음식 중 하나로 진주육회비빔밥을 소개할 정도이지만 진주 육회비빔밥 유래와 관련한 명확한 문헌을 찾을 수 없습니다. 떠도는 이야기로 동북아 국제전쟁(임진왜란) 때 진주성 전투를 하면서 든든하게 먹고 적과 싸우기 위해 채소 위주의 비빔밥에 소를 잡아 육회를 얹힌 육회비빔밥을 먹었다고 합니다.
꽃밥을 먹자, 숭늉이 이어서 나옵니다. 누룽지 맛이 고소하게 입을 정갈하게 합니다. 시의회 업무추진비에서 엿보는 맛집.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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