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역시 통영, 밤에 오길 잘했다 - 통영 야경 투어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3. 11. 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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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속이 답답하면 떠나야 합니다. 통영의 바다는 우리의 지친 몸과 마음을 평온하게 위로해 줍니다. 통영은 해가 뜨는 낮에도 아름답게 우리를 반기지만 달이 뜨는 밤이면 낮에 보았던 풍경과 전혀 다른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달빛과 함께, 밤바다를 구경하는 매력이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충전하게 합니다. 야경 투어, 낭만이 가득한 볼거리가 풍성한 통영으로 떠나시죠.

오후 530. 해가 가쁜 숨을 헉헉거리며 서녘으로 넘어갈 무렵입니다. 통영유람선터미널 근처에 차를 세웠습니다. 식후 금강산이라고 먼저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통영이라면 먹을거리가 아주 많지만, 오늘은 바다에 왔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해물 정식을 먹고자 도남식당을 찾았습니다.

 

단층 건물의 깔끔한 곳에 들어서자 탁 트인 홀이 푸근합니다. 해물탕이 가스렌즈 위에 올려져 부글부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익어갈 무렵 찬들이 깔립니다.

굴전을 비롯해 멸치회무침, 생선조림 등이 젓가락을 들기 전부터 입가에 행복한 침이 돌게 합니다.

 

달 뜨니 통영 술상 생각나는구나!’

식당 간판 곁에 붙은 문구가 떠오릅니다. 차를 가져온 아쉬움에 술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통영 바다가 품은 음식에 집중했습니다.

기분 좋은 저녁을 먹었습니다. 입안에 퍼진 행복한 맛들이 일상 속 딱딱하게 굳었던 긴장의 끈을 풀게 합니다.

 

속을 든든하게 채웠으니 본격적인 야경 투어에 나설 차례입니다. 충무공유람선에 탑승했습니다. 1, 2, 3층으로 이뤄진 유람선에 오르자 벌써 행복한 통영 바다의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온몸을 착 감깁니다.

 

출발하기 전이지만 이미 사방은 하늘의 별빛들이 지상에 내려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통영에 총총히 박힌 별빛 여행에 나섰습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넉넉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함께합니다. 그래서 다들 사방이 탁 트인 3층에 올라와 가져온 카메라와 휴대전화에 이 풍광을 담기에 바쁩니다.

 

까만색으로 통일한 사방천지는 여백처럼 넉넉합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빛들이 우리 두 눈에 들어옵니다. 집어등을 밝히고 좽이질하는 어선을 비롯해 연필등대며 지금 우리는 별천지를 탐험하는 모험가로 만듭니다.

 

한산도 쪽으로 향하다 배는 선수를 돌립니다. 강구안으로 갑니다. 가는 중에 이순신공원을 지나고 남망산공원을 먼발치에서 봅니다.

잔잔한 바다는 호수 같습니다. 바다에 비친 통영 뭍에서 흘려보낸 빛들이 춤을 춥니다. 오가는 파도의 장단에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덩달아 우리는 입가에 절로 탄성을 내지릅니다.

 

강구안의 연육 보도교 <강구브릿지>의 자태가 황홀합니다. 두 눈에 꾹꾹 눌러 담아도 부족해 가져간 휴대전화에 담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운 360도 펼쳐진 풍경을 가족에게 전합니다.

 

바다에서 마치 낙화놀이 하듯 빛들이 쏟아져 흐릅니다. 흘러도, 흘럭도 끝이 없습니다.

 

충무교를 지납니다. 강구안과 또 다른 모습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합니다.

흥겨운 탄성도 잠시 통영대교는 입을 다물게 합니다. 지금껏 본 야경은 그저 이 풍경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습니다.

 

통영대교를 벗어나 배는 바다에 잠시 머뭅니다. 선미에서 솟아올 린 불꽃이 지상의 별들과 다툽니다. 내 안에 이미 별들이, 불꽃의 열정이 가득합니다.

아쉬움을 달래고 걸음을 옮겼습니다. 유람선에서 본 남망산공원에 자리한 디피랑.

 

남망산공원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릅니다. 인도 쪽에 어서 오란 듯이 빛으로 꾸며진 벽화들이 환하게 반깁니다.

 

유람선에서 보던 강구안과 다른 색다른 풍광이 다시금 걸음과 눈길을 붙잡습니다. 표를 끊고 남망산 자락에 꾸며진 디피랑을 걷습니다.

 

기분 좋은 통영 밤바다가 올라오는 수고를 잊게 뺨을 어루만지며 지납니다. 상쾌합니다. 유쾌합니다.

 

디피랑 소개 영상이 끝나자, 벅수 두 눈에 빛이 들어옵니다. 우리 앞을 막았던 장벽이 스르륵 열립니다.

 

유람선에서 본 별천지가 이곳에서는 더욱 또렷하게 빛으로 꾸며진 신세계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들도 부끄럽게 만듭니다. 디피랑의 빛들이 사방에서 흘러내립니다. 두 눈에 담지 못하는 아쉬움은 카메라 셔터로 대신하지만, 이 역시도 부족합니다.

 

디피랑의 밤을 담기에 문명의 이기(利器)는 아직 서툽니다.

 

쏟아져 흘러내리는 빛들이 산자락을 함께 넘습니다. 빛들이 짙어집니다.

 

일상과 단절된 디피랑의 세상은 오롯이 나의 것입니다. 이곳에서 어린 왕자가 된 양 걸음은 더욱 가볍습니다.

수많은 빛이 붓이 되어 산과 숲을 거대한 벽화로 만듭니다.

역시 통영으로 오길 잘했습니다. 통영이 주는 밤의 위로. 낭만이라는 보너스까지 챙긴 하루입니다.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를 가득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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