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이 향한 곳에서 소망을 빌다 –통영 충렬사
한 해의 시작인 1월. 늘 뜨고 지는 태양이지만 굳이 구별한 까닭은 새로운 희망을 품고 시작하자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 곁에 다가온 지도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잠시 소망을 빌고자 통영 충렬사(忠烈祠)로 향했습니다.
충렬사 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승용차 선금 1,000원) 햇살을 안으며 잠시 걸었습니다.
높다란 담벼락을 따라가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신 충렬사가 나옵니다.
충렬사는 1606년(선조 39) 제7대 통제사 이운룡(李雲龍)이 왕명으로 건립되었습니다. 1663년(현종 4) 사액(賜額) 받았고 그 후에는 역대의 수군통제사들이 매년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내왔습니다.
외삼문을 지나면 시도기념물 제74호인 동백나무가 먼저 반깁니다. 40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통영에서는 음력 2월이면 거센 바닷바람을 달래기 위해 풍신제인 ‘할만네’를 지내는데 그때 동네 아낙들이 정화수 물동이에 동백꽃을 띄우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정화수를 떠놓고 간절하게 빌었던 아낙처럼 동백나무에 손을 얹고 마음속 소원을 빕니다. 푸른 나뭇잎 사이로 봄의 전령인 동백꽃이 살짝 붉은 고개를 내밉니다.
동백 곁을 지나면 다시금 아름드리나무 앞에서 걸음은 멈춰집니다.
3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호위무사처럼 중문(中門)인 강한루(江漢樓) 앞에 서 있습니다.
강한루에 올라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강한루를 지나면 계단이 나옵니다. 사당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통제사충무이공충렬묘비를 비롯해 비각들이 담을 이루듯 곁을 함께합니다.
사당으로 향하는 곁에는 태산목이 태산처럼 우뚝 솟아 반깁니다.
태산목을 지나면 정면 3칸, 측면 2칸의 목조건물인 정당(正堂) 나옵니다.
잠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 영령께 고개 숙여 예를 올립니다.
덩달아 충무공께서 왜적을 물리치시고 이 나라를 구하셨듯 코로나19로 힘겨워하는 우리 민중을 구해주십사 간절한 소망도 올렸습니다. 덕분에 코로나19로 답답하고 갑갑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명나라 황제 만력제가 선물한 명조팔사품(보물 440호)과 정조가 충무공전서를 발간하고 1질을 통영 충렬사에 내리면서 직접 지어 내린 제문 등이 전시된 유물전시관으로 향했습니다.
유물을 찬찬히 구경하고 물러 나왔습니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 햇살을 온몸으로 안으며 뜨락 벤치에 앉습니다.
몸과 마음이 정갈해집니다. 충렬사 외삼문을 나서면 왠지 좋은 일들만 우리 곁에 펼쳐질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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