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진주 옥봉루, 수제맥주 익었다는 소리 어제 듣고 찾아가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9. 3. 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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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너머 성권농 집에 / 술 익었단 말 어제 듣고 / 누운 소 발로 박차 / 언치 놓아 지즐타고 / 아희야! / 네 권농 계시냐? 좌수 왔다 하여라!”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 시처럼 진주 옥봉루에 술 익었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부터 설렜다. <2회 진주 홈브루 대회 & 옥봉루 캔들나이트>329일 오후 7시부터 옥봉루(진주시 진산로9번길 13-4)에서 열렸다.

 

직장이 있는 산청지역에서 퇴근하자마자 바로 진주시 옥봉루로 향했다. 위치는 찾기 어렵다. 말티고개 입구라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알기는 어려워 네이버 검색창에 주소를 입력해 알았다.

 


행사 40여 분 전에 도착해 옥봉루 주위를 둘렀다. 옥봉루는 옥봉 새뜰마을 커뮤니티센터’ 2층에 자리했다. 진주옥봉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식당이 옥봉루다.

 

진주옥봉사회적협동조합은 진주시와 LH2015년부터 시행한, ‘옥봉새뜰마을 사업활성화를 위해 201811월 옥봉마을 주민 스스로가 복지향상과 생활개선을 위해 만든 협동조합이다.




올 초 문을 연 진주지역 제1호 로컬푸드식당 옥봉루는 로컬푸드를 음식 재료로 건강밥상(공깃밥), 영양 밥상(솔밥), 수육, 가오리찜·회무침 등이다. 이 중에서도 양반거지탕은 옛날 양반가에서 제사 지낸 후 남은 음식을 다시 탕으로 끓인 음식이다.


   


영업일은 월토요일이며 오전 1130분부터 오후 230분까지만 영업한다.




 저녁은 20명 이상 예약 때에만 가능하다고 한다.



옥봉루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옥봉동 사진전은 잠시 걸음을 붙잡는다. 사진 속 풍경이 정겨운 어릴 적으로 거슬러간다.

   



옥봉루 출입구는 두 곳이다.



말티고개 쪽이 주 출입구로 사무실과 주차장이 있고 휠체어 등이 접근하기 쉽게 다른 출입구보다 완만하다

.

샛고개쪽은 바로 옥봉루로 들어간다.




옥상은 쉬어갈 수 있는 휴게시설이 있다. 말티고개와 진주향교 등이 보인다. 옥상에서 연결된 샛길을 따라가면 수정봉으로 이어져 있다.

 

드디어 7. 맥주를 음미하고 평가하는 방법 등을 안내받았다.



수제 맥주 9종류 중에서 <민들레 휠휠>이 내게는 딱 맞다. 민들레 하면 떠오르는 바람결에 날아가는 홀씨처럼 입안에 쌉쓰레하면서 달곰한 맛이 감돈다.

 



문득, 가던 길 멈추고 / 오도카니 서서 한참 바라보니 / 반갑다고 연신 방긋방긋 /

봄 이야기 너무 하고 싶다며 / 선하게 웃는 너

 

남궁산의 시 <민들레꽃>처럼 몇 번을 찾아 방긋방긋 반기는 <민들레 훨훨>이 좋고도 좋았다. 평가용으로 받은 스티커 두 장을 모두 여기에 붙였다. 하루가 지난 아침에도 녀석이 내게 안겨준 여운이 남는다.

 

산청군 부암산 자락에 핀 민들레꽃의 향기를 크림 에일 효모를 사용해 뚜렷한 황금색 맑은 맥주와 봄의 향기를 가득 담은 독창적인 맥주라는 자체 광고에 부합한다.

 

뽕브루는 없는 듯 있는 듯 다가오는 맛이다. 오디 맛이 은근히 다가오지만 목 넘기면 이 맛도 저 맛도 느끼지 못한다.

 

밀크스타우트는 제대로 거품을 내어 잔에 따르지 못한 내 탓에 크림 수염을 멋지게 만들어 입으로 들어가기 전에 눈으로 마시지 못했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병맥주 <스타우트>가 캐러멜 맛이 강하다면 <밀크스타우트>는 약하다. 부드럽기는 한데 텁텁하니 걸리는 기분이다.

 

안주는 대체로 좋았다. 감자튀김이 너무 짜서 바닷물을 들이키는 기분이라 뽕브루로 희석해 마시면 괜찮았다.

 

<체리 라이스 에일>은 과일 향이 은은하고 부드럽다. 에일 맥주다운 묵직한 맛은 없다.

 

술 마시러 가자고 하면 맥주만 마시고 횟집에서 생선을 먹을 때도, 제사를 마치고도 맥주만을 찾는 내게 진주만의 새로운 맥주가 만들어지는 신세계를 맛볼 기회라 좋다.

 

보여야 꽃이라지만 보아야 꽃이다라는 말처럼 진주의 맥주도 찾아야 만들어진다. 그래서 벌써 다음 행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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