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잠시 나를 돌아볼 여유 찾아 창원 도심 속 불곡사를 거닐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8. 12. 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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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문턱을 넘어가면 공연히 마음은 바빠집니다. 이룬 것도 없는 듯한데 정리할 것은 많아집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한 번쯤은 생각을 정리해 처음의 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을 때입니다. 아직은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을 시간입니다. 잠시 올 한해를 돌아보기 위해 정리의 시간을 찾아 창원 도심 속 사찰, 불곡사를 찾았습니다.

 


창원 불곡사

 

경북 경주에 불국사가 있다면 경남 창원에는 불곡사가 있습니다. 창원 토월동과 김해 진례면 경계에 있는 높이 486m의 비음산(飛音山) 남쪽 기슭 아파트 단지 도로 옆에 자리한 불곡사는 남북국시대(통일신라) 세워진 전통 사찰입니다. 들어서는 입구에서 보랏빛 무궁화가 앙상한 가지 사이로 빛나고 있습니다.

 


창원 불곡사 입구에서 보랏빛 무궁화가 앙상한 가지 사이로 빛난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기다랗게 하늘 향해 반깁니다.

 


창원 불곡사 입구

 

그 아래 인간 구제에 전력을 다하는 아미타불에 귀의한다는 뜻인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이라 적힌 빗돌이 서 있습니다. 바로 옆에는 1936년에는 세운 나무아미타불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불교신자도 아닌데 괜스레 합장을 하며 나무아티바불을 외웁니다.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글자 아래에 작은 부처상 조형물 두 개가 놓여 있습니다. 엄숙한 표정의 부처님상과 활짝 웃는 부처님상이 함께 합니다. 덩달아 웃었습니다.

 


창원 불곡사 입구 나무아미타불비,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글자 아래에 엄숙한 표정의 부처님상과 활짝 웃는 부처님상이 함께해 보는 이에게 절로 웃음 머금게 한다.

 

불곡사

불곡사의 창건 연기를 알 수 있는 문헌은 거의 없다. 창원 지역에서 구전되는 설화에 따르면, 통일신라시대인 917~923년에 국사 진경(眞鏡854~923)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한다. 불곡사가 언제 어떤 연유로 폐사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임진왜란의 병화에 전소된 불곡사지에서 1930년 우담화상(雨潭和尙)이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을 수습함으로써 불곡사 재건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그 후 비로전(毘盧殿)을 건립하여 그곳에 수습한 비로자나불을 모시고 차례로 가람을 중창하였다.

 

뒤에는 일주문이 나옵니다. ‘창원부 객사(客舍)에 있던 삼문(三門) 중 하나였으나 1882년 웅천 향교로 옮겨졌고, 1914년 창원 향교와 통합될 때 건물이 헐리고 문만 남아 있던 것을 1943년 우담화상이 현재의 불곡사로 옮겨 왔다라고 전합니다.

 


창원 불곡사 일주문. 창원 객사의 삼문 중 하나라고 전해진다.

 

쌍룡의 용트임새 옆으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호랑이 머리가 나옵니다. 무섭지 않고 익살스럽습니다. 일주문 옆 석탑에는 사람들의 바람이 돌 하나하나에 담겨 올려져 있습니다.

 


창원 불곡사 일주문 쌍룡의 용트임새 옆으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호랑이 머리가 나오지만 무섭지 않고 익살스럽다.

 

종무소로 쓰이는 2층 누각 세음루(洗音樓) 옆으로는 사찰 중창에 도움을 준 이들의 공덕비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그런데 누각 바로 옆에 있는 비석은 칼처럼 날카롭게 하늘 향해 서 있어 눈길을 끕니다.

 


창원 불곡사 세음루 옆에는 칼처럼 날카롭게 하늘 향해 서 있는 비석이 눈길을 끈다.

 

경내 은행나무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연둣빛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노란빛을 머금은 은행 나뭇잎들이 가을과 이별을 준비 중입니다.

 


창원 불곡사 경내 은행나무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연둣빛으로 갈아입고 가을과 이별을 준비 중이다.

 

세음루를 지나자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을 모신 법당인 비로전(毘盧殿)이 눈에 들어옵니다. 평온한 표정의 석조비로자나불(石造毘盧遮那佛坐像)이 먼발치에서 보입니다.

 


창원 세음루에서 바라본 비로전(毘盧殿)

 

창원 불곡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昌原佛谷寺石造毘盧遮那佛坐像)

불상 높이 103, 대좌 높이 64, 보물 제436, 불곡사. 팔각대좌 위에 앉아 있는 비로자나불상이다. 밝은 표정의 둥근 얼굴, 평행 계단식 옷주름, 장식면에 중점을 둔 팔각대좌 등으로 볼 때 9세기 후기에 조성된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으로 추정된다.

 


창원 불곡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昌原佛谷寺石造毘盧遮那佛坐像)

 

먼발치에서도 한눈에 보이는 부처님께 불교 신자도 아니면서 합장하며 소원을 빌었습니다. 사찰은 한달음에 다 둘러볼 정도 아담합니다. 한쪽에 있는 범종에 다가섰습니다. 햇살이 곱게 드리우자 연꽃 방석에 앉아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상(飛天像)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천상의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창원 불곡사 범종에 부조된 비천상(飛天像)

 

천상의 소리가 들리는 듯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입니다. 도심 속 사찰을 거닐자 부질없는 속세의 번뇌가 바람결에 스쳐 빠져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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