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번잡 내려놓고 쉼표 하나 찍은 물건어부림은 물건!

엉덩이가 들썩입니다. 그냥 있을 수 없는 요즘입니다. 어디론가 가지 않으면 안 될 계절입니다. 보물섬 남해로 떠났습니다. 남해 가는 길, 눈을 돌리는 곳마다 한 폭의 수채화가 펼쳐집니다. 늑도와 초양도, 모개도를 디딤돌 삼아 삼천포와 남해 창선도를 이어주는 창선·삼천포대교(昌善·三千浦大橋)를 지나면서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이름에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창선도를 지나 남해에 본격적으로 들어서자 왼편 바다 쪽으로 향합니다. 푸른 바다 사이로 연두와 초록 사이 들판에는 색색의 꽃들이 피어나고 여름이 영글어갑니다.

 

독일마을 이정표가 보입니다. 마을로 향하지 않고 반대편 바닷가로 차를 돌렸습니다. 370여 년 전 바닷바람과 해일을 막기 위해 조성한 인공 숲인 물건방조어부림 앞에 이르러 차를 멈췄습니다.

 

▣ 남해물건방조어부림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1030번길 59

담당자 전화055-860-8631

천연기념물 제150호

 

물건방조어부림은 길이 1,500m, 너비 약 30m로 바닷가를 따라 초승달 모양입니다. 200여 년 전 흉년이 들어 국가 공용전을 낼 능력이 없어 나무를 벌채하여 팔고 난 후 천연재해와 폭풍우가 덮쳐 마을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마을사람들은 이 숲이 파괴되면 동네가 피해를 본다는 사실을 알고 숲의 보호에 힘쓰고 있습니다.

 

100여 종의 나무, 만여 그루가 빼곡한 숲으로 들어가자 개운한 바람이 스쳐 지나면 알은체를 합니다.

 

숲에 있는 나무들은 이름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열매를 대나무로 만든 아이들의 장난감 총의 총알로 사용할 때 날아가는 소리가 팽~하는 소리가 나서 팽나무라고 한다는 팻말은 거니는 동안 숲속 친구들을 다시 한번 더 바라보게 합니다.

 

숲에서 바라보는 독일마을은 아늑하다 못해 어서 오란 듯 손짓하는 모양새입니다. 순간 여기가 한국인지 독일인지 착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 남해독일마을

남해군 삼동면 독일로 92

1960년대 대한민국의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로 떠나야 했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귀국하여 정착한 마을로 파독전시관이 있습니다. 매년 10월초 맥주축제를 펼치기도 합니다.

홈페이지 http://xn--q20b22d63gstp7hax35e.com/

 

숲은 어지러울 정도로 어둡고 짙은 암녹색을 띱니다. 바람과 햇살이 은하수처럼 반짝반짝 말을 건넵니다. 피톤치드 향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명상에 잠겨 자연의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입니다. 하늘은 맑고 푸르며, 공기는 상쾌하고 마음은 평화가 깃듭니다.

 

하늘에 닿을 듯 빽빽하게 차오른 숲에 바람이 깃듭니다. 따가운 태양마저 은은한 조명처럼 그윽합니다. 일순간 숲은 고요합니다. 숲 어디쯤 있는 평상에 누웠습니다. 살며시 눈을 감았습니다. 한여름 소낙비처럼 내리는 녹색물결에 샤워하는 양 개운합니다.

 

숲과 해변 사이에 시멘트 경계에 갯메꽃 덩굴이 분홍빛으로 빛납니다. 한편으로 보랏빛 향기를 뿜어내는 송엽국들 사이로 거니는 기분은 다정한 연인의 팔짱을 낀 듯 가볍게 합니다.

 

가져간 캔커피를 마셨습니다. 야외 카페에 온 듯 대접받는 기분입니다. 지친 일상, 내 마음에 쉼표 하나 찍은 기분입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한잠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머리가 맑아집니다.

 

깨끗한 화장실에서 녹색 물결에 샤워한 얼굴을 해맑게 씻었습니다. 물건방조어부림은 물고기가 살기에 알맞은 환경을 만들어 물고기떼를 유인하는 어부림의 구실도 하고 있답니다. 

물고기가 보고 싶어 숲을 나와 바로 몽돌 해변을 걸었습니다.

 

사람들의 바람이 하늘 향해 돌을 층층이 쌓았습니다. 너머로 요트들이 잔잔한 바다 물결에 장단 맞추듯 살짝살짝 흔들립니다. 남해군 요트학교가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 남해군 요트학교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1030번길 42-26

담당자 전화055-867-2977

홈페이지 : http://yacht.namhae.go.kr

이용요금 : 체험비는 홈페이지 참고

이용시간 : 9:00~18:00(단, 동절기 11~2월: 9:00~17:00)

주차정보 : 요트학교 앞 소형 20대, 대형 5대

 

불과 2시간 전과 달라진 나를 느낍니다.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일상 속에서 번잡함을 내려놓고 쉼표 하나 찍은 물건어부림은 물건입니다!

위 글은 남해군청블로그와 함께 합니다.

 https://blog.naver.com/namhae_gun/221289138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