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남해여행-‘맥주시체’가 되고자 찾은 남해 독일마을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6. 10.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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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 독일마을 맥주축제를 찾아서

 

 

산과 들이 무르익는다. 가을이다. 싱그러운 바람이 일렁인다. 책 읽기에는 들썩이는 엉덩이가 자꾸만 나를 일으켜 세운다. ‘우리의 책은 쓰레기, 위대하게 하는 건 맥주뿐, 맥주는 우리를 즐겁게 한다는 괴테를 쫓아 독일로 떠났다. 보물섬 남해에 있는 독일마을로 102일 길을 나섰다. 101일부터 3일까지 열리는 독일마을 맥주축제를 찾아서.

 


남해 독일마을에서 내려다본 물건방조어부림

 

아름다운 남해-삼천포대교를 건너 창선을 지나자 길이 밀린다.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로 가득한 모양이다. 다행히 독일마을이 보이는 물건방조어부림 근처에 차를 세웠다. 370여 년 전 바닷바람과 해일을 막기 위해 조성한 인공 숲을 걸었다. 물건방조어부림은 길이 1,500m, 너비 약 30m로 바닷가를 따라 초승달 모양이다. 100여 종의 나무, 만여 그루가 빼곡한 숲으로 들어가자 아직 개운한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남해 물건방조어부림은 370여 년 전 바닷바람과 해일을 막기 위해 조성한 인공 숲이다.

 

아담한 숲을 산책한 뒤 물건리 어촌마을을 지나 독일마을로 향했다. 작은 어촌마을은 돌담길로 이루어져 또 다른 풍경을 선물한다. 일본식 집도 돌담 너머로 보인다. 돌담길을 지나자 큰길이 나온다. 길 산 중턱에 독일마을이다.

 


남해 물건리 어촌마을에서 산 중턱에 자리잡은 독일마으로 가는 길은 돌담길이 드문드문 함께한다.

 

독일마을은 영화 <국제시장> 주인공 덕수처럼 1960년대 가난한 조국을 떠나 낯설고 물선 독일로 돈 벌기 위해 광산노동자와 간호사로 떠난 이들이 돌아와 정착한 마을이다. 검정, 빨강, 노랑으로 구성된 삼색 깃발 독일 국기인 연방기가 바람에 휘날린다. 독일에서 직접 건축자재를 가져다 독일식으로 뾰족하고 붉은 지붕을 얹은 집들이 여기가 대한민국 경상남도 남해군인지 유럽 속의 독일인지 구별이 어렵다.

 


남해 독일마을에서 열리는 맥주축제를 맞아 여기저기에서 이국적인 음식들을 맛볼 기회가 많다.

 

여기저기 노점에서도 소시지와 맥주를 권한다. 술 권하는 마을이다. 덩달아 마을을 방문한 모두가 손에 맥주를 들거나 소시지를 물고 간다. 가파른 길을 따라 <파독전시관>이 있는 광장으로 걸어간다. 향긋한 황금빛 맥주 내음이 땀 흘리며 올라가는 나를 어서 와라 반긴다. 남해마늘연구소에 만든 마늘 생맥주로 가볍게 먼저 입가심을 했다. 광장 주위 부스에는 맥주와 맥주 안주로 먹기 딱인 소시지와 꼬지 등이 입 안 가득 침이 고이게 한다. 광장 아래에서 일루와 밴드의 공연에 걸음을 멈췄다. 기타 치는 밴드 구성원 발아래에는 생맥주가 가득 든 맥주잔이 놓여 있다. 목을 축이기 위해 물이 아닌 맥주를 마신다.

 


남해 독일마을 맥주축제를 맞아 여기저기 소시지와 맥주 든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위를 둘러보고 광장에 이르렀다. 마치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처럼 본무대 앞에 대형천막이 펼쳐 있고 사람들로 가득하다. 대형천막 주위에는 선술집처럼 큰 맥주통에 탁자 삼아 맥주와 더불어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올해로 183회를 맞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에 비할 수 없겠지만, 분위기를 느낀다. 18101012일 바이에른 왕국의 루트비히 왕세자(훗날 루트비히 1)와 테레제 공주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축제에서 시작한 옥토버페스트는 현재도 잔디공원이 공주의 이름을 따서 테레지엔비제(Theresienwiese)로 불리고 해마다 여기서 잔치가 열린다니 맥주를 즐기기 위해 독일로 떠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남해 독일마을 맥주축제 독일 민속춤 공연자들이 "프로스트(Prost, 건배)"를 외치고 있다.

 

옥토버페스트에서 파는 맥주는 보통 맥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0.5~1% 정도 높고, 옥토버페스트를 상징하는 1리터짜리 맥주잔(마스크루크, Maßkrug)으로 판매해 빨리 취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술에 취한 사람들을 맥주 시체(Bierleichen, 비어라이헨)’라고 부른단다. 딱딱한 규율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한 독일 사람도 맥주 축제로 긴장을 풀고 일탈을 즐기는 모양이다. ’맥주 시체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은 연신 맥주를 들이켜게 한다.

 


남해 독일마을도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처럼 본무대 앞에 대형천막이 펼쳐 있고 사람들로 가득하다. 대형천막 주위에는 선술집처럼 큰 맥주통에 탁자 삼아 맥주와 더불어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프로스트(Prost, 건배)""춤 볼(zum wohl, 위하여)"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옥토버페스트를 떠올리며 마시고 마셨다. 주원료인 호프, 보리(맥아), 물 이외의 부가적인 원료 사용을 금한 맥주순수령이 공포된 지 500년 된 뜻 깊은 해에 독일마을에서 맥주 본연의 맛을 생각하게 한다.

 

본무대 앞에서 공연을 구경했다. 호른도 듣고 요들송도 듣고 독일 민속춤도 보았다. 무대 위와 아래는 맥주를 서로 권하고 마신다. 맥주로 하나 된다.

 


언제 가을이 이만큼 왔을까 싶은 요즘, 옆구리에 책을 끼고 독일마을에서 맥주 한잔으로 주변 풍광을 구경하면 어떨까.

 

다만, 특색 없는 소시지와 대형 할인점,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독일맥주가 아닌 깊은 맛이 우러나는 다양한 독일맥주를 맛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곁들여 독일 마을에서 독일 문화를 체험할 기회도 펼쳐졌으면 좋겠다.

 

오늘 나의 일탈을 도울 운전기사로 동행한 아내 덕분에 파도 거품처럼 하얗게 일렁이는 맥주 거품에 깊어가는 가을을 입안 가득 담는다. 언제 가을이 이만큼 왔을까 싶은 요즘, 옆구리에 책을 끼고 독일마을에서 맥주 한잔으로 주변 풍광을 구경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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