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는 길을 잃고 싶다-통영시계탑 오거리
통영은 바다와 맞닿았습니다. 통영항은 드나드는 배들로 언제나 분주합니다. 통영여객선터미널과 서호시장이 가까이 있는 시계탑이 있는 오거리(중앙동 오거리, 옛 항남동 오거리) 를 동네 마실 가듯 거닐면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통영 도심은 주차가 쉽지 않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시계탑이 있는 옛 도심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많습니다. 어디에서 시작해도 좋습니다. 바다를 닮은 하늘이 푸른빛으로 더욱 빛나는 날 해방다리 1길 무렵에서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곳곳에 쉬어가기 좋은 작은 쉼터들이 오가는 이들에게 쉬어가라 유혹입니다. 더구나 잠깐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발 아래 각종 동판이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이끕니다. 전국 각지 학교 교가들이 눈길을 끕니다. 고려대학교 교가가 눈에 들어옵니다. 서울에 있는 고려대 교가가 뜬금없이 왜 여기에 있을까 싶지만, 교가를 작곡한 윤이상 작곡가의 고향이 바로 통영입니다. 근처에 그의 기념관 등이 있습니다.
‘보이소!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거리는 또한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다시금 붙잡습니다. 통영적십자병원에서 서피랑 구구 계단 입구까지 인사하는 거리입니다.
서피랑이 지척이라 시간 여유가 많다면 경로를 벗어나 서피랑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도 좋습니다.
내비게이션이 가라고 하는 방향이 아니라 내 가슴이 가고 싶은, 발길 닿는 대로 향하자, 골목과 골목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다 통영 꿀빵의 원조 격인 <오미사꿀빵> 본점 앞에 이릅니다. 덕분에 꿀빵 2봉지를 샀습니다.
봉다리를 들고 다시금 큰길 인도를 걸으면 이번에는 동판에 새겨진 그림들을 만납니다. 예술의 고장답게 무수히 많은 통영 출신 화백들의 그림을 부조로 만든 겁니다. 여기는 이한우 화백의 거리답게 이 화백의 그림들이 발에 밟힙니다.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자 ‘아무지 죽을 것 같이 힘들어도 1m는 더 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정말 포기하는 이유는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불가능할 것 같아서라고” 지금 꿈꾸라, 모두 힘내세요’ 덕분에 커피 한잔과 함께 격려와 응원을 받은 듯 힘이 솟구칩니다.
그러다 길 건너를 바라봅니다. 어느새 시계탑 오거리에 이르렀습니다. 햇살이 가득 머문 자리입니다.
여객선터미널, 충렬사, 해저터널, 유람선터미널…. 어디로 가도 좋을 이정표가 우리의 눈과 발을 머뭇거리게 합니다.
시계탑 오거리 맞은편에는 김춘수 동상이 있습니다. 잠시 그의 시를 떠올립니다.
본격적으로, 시계탑으로 향하자 다시금 걸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통영 출신 심문섭 조각가의 돌조각상 ‘고향’이 우리를 불러 세웁니다.
미륵산 정상 위로 둥근 해가 떠오르는 형상입니다. 덩달아 해의 기운을 가슴에 담습니다.
여기에서 뒤로 물러서면 정방형 하단에 폭 3.6m에 높이 8.5m 스테인리스 구조물로 만들어진 시계탑을 품은 아담한 삼각 부지가 나옵니다.
이곳에는 통영시 시계탑과 통영시 홍보탑과 동백이 조형물, 김상옥 시비 겸 로터리클럽 기념 조형물이 연이어 있습니다. 시계탑에는 박경리 선생 동상과 이한우 화백의 그림, 피아노 건반이 담겨 있습니다. 예향의 도시라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하는 모양새입니다.
통영시의 상징인 갈매기를 형상화한 동백 앞에서 기념사진 하나 남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백 곁에서 눈을 감고 온몸으로 햇살을 받은 채 앉았습니다. 분주한 통영의 일상이 맞은 편에서 오고 갑니다.
시조 시인 김상옥 시비 <너만 혼자 어디로>에서 숨을 고릅니다. ‘겨울 / 호반에까지 / 내려온 상수리나무 // 옷 벗은 / 나무 그림자 / 물 위에 누워 있다 // 여기는 / 다들 여전한데 / 너만 혼자 어디로//’
이곳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습니다. 비좁은 골목길과 서호시장에는 긴 세월 손맛을 지켜온 식당들이 즐비합니다. 실타래처럼 이어진 이야기가 씨줄과 낱줄처럼 쏟아져나옵니다. 어디로 발길을 돌려도 좋습니다. 오가는 바닷바람에 인사를 건네며 훌쩍 섬으로 떠나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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