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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가볼만한 곳 - 하동 최참판댁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1. 11. 3.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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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문학수도, 하동 최참판댁을 가다

 

“1897년의 한가위.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옷에 댕기꼬리를 늘인 아이들은 송편을 입에 물고 마을 길을 쏘다니며 기뻐서 날뛴다. 어른들은 해가 중천에서 종 기울어질 무렵이라야, 차례를 치러야 했고 성묘를 해야 했고 이웃끼리 음식을 나누다 보면 한나절은 넘는다.~”

소설 <토지>의 첫 구절입니다. 20권으로 이루어진 소설 <토지>를 끝까지 다 읽지 못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살았던 사살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 토지는 TV 드라마로 세 번, 영화로 한 번 제작되었습니다. 서희 역에 김지미, 길상 역에 이순재가 주인공을 맡은 영화가 1974년 제작되었습니다. 197910월부터 198012월까지 KBS에서 서희 역에 한혜숙, 길상 역에 서인석의 드라마가 방송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1987년부터 1989년까지 서희에 최수지, 길상 역에 윤승원이 맡았습니다. 이후 2004SBS에서 서희 김현주, 길상 유준상이 맡았습니다. 드라마를 보았건 소설을 읽었건 <토지>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책하듯 천천히 언덕을 오릅니다. 기분 좋은 바람이 등 뒤로 응원하듯 불어옵니다.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한 뒤 코로나19 차단 방역 발판 매트를 밟고 방문객 무균소독실을 지나자 가게들이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 오는 이들을 반깁니다. 사람 사는 여느 마을 풍경입니다. 마실 나온 듯 걷습니다.

 

저만치에서 영팔,판술네가 나옵니다. 하동 평사리에는 최참판댁만 있는 게 아닙니다. 소설과 드라마 속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서로 정 비비며 살아간 이들의 집들이 문패를 내걸고 반깁니다.

 

평사리 농민인 이용과 가장 절친했던 친구 영팔은 서희를 따라 간도까지 이주하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초가지붕 아래 매달린 옥수수들이 정겹습니다. 덕분에 소설과 드라마에 보았던 영팔과 판술네가 초가에서 튀어나와 반길 듯합니다.

 

부엌 앞에서는 참새가 인기척에도 놀라지 않습니다. 그저 땅을 팝니다. 한참을 그럽니다.

 

바라보는 풍경이 아늑합니다. 일상 속 긴장의 끈이 풀립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각박한 도심과는 다른 느리지만 건강한 모습들입니다.

 

걸음은 서 서방네 앞에서 멈춥니다. 노래 잘했던 서 서방의 노래 한 가닥이 들려올 듯합니다. 괜스레 흥얼거리며 걷습니다. 걸음은 더욱더 가벼워집니다.

 

이평이네 툇마루에 올랐다가 아예 마루에 앉았습니다.

창 너머로 보이는 평사리 들판이 곱고 깊습니다. 오가는 바람이 시원합니다. 잠시 눈을 감자 드라마와 소설의 장면들이 스쳐 지납니다.

 

어릴 적 외가에라도 온양 마음은 넉넉해지고 즐겁습니다.

이웃집에 놀러 가듯 걸음을 옮기다 아무네 앞에서 멈췄습니다.

 

안방에 커다란 바위가 들어와 있어 놀랐습니다. 2015년 태풍이 지리산을 지나갈 때 뒷산 바위가 야무네 안방으로 떡하니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동하나 벽 하나 흠집 없이 마치 원래부터 제집인 양 얌전히 눌러앉았다고 합니다. 복덩이가 따로 없습니다. 저도 슬며시 복을 빕니다.

 

걸음은 더욱 가볍고 마음은 상쾌해집니다. 넉넉한 마을 풍경이 주는 위안이 고맙습니다.

 

초가로 이루어진 마을 세트장을 지나 최참판댁으로 향했습니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를 알리는 각종 포스터가 즐비합니다. 이 모두를 이곳에서 촬영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덕분에 영화와 드라마 포스터를 보며 잠시 장면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포스터들을 지나자 외따로 책을 들여다보는 선비가 나옵니다. 최 참판인지 모르겠습니다. 곁에 앉아 함께 숨을 고르며 고슬고슬한 가을바람을 맞습니다.

 

최 참판 조형물을 지나 기와집으로 들어가자 드라마와 소설의 장면들이 더욱더 생생하게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 소설 속의 최참판댁이 한옥 14동으로 구현되었습니다.

 

별당 아씨가 거쳐 했던 별채에 이르자 찢어 죽이고, 말려 죽일 게야!”라고 악을 쓰며 조준구에 맞섰던 아씨 서희가 떠오릅니다.

마루에 앉아 지나는 구름을 구경합니다.

사랑의 동전을 연못에 던져 소망을 잠시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안채를 지납니다. 걸음은 사랑채에서 머뭅니다.

사랑채 툇마루에 앉아 평사리를 내려다봅니다. 오가는 바람과 인사를 나눕니다.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제의 수도는 서울이지만 문학의 수도는 왜 하동인지 알겠습니다. 소설 <토지>520권의 대하소설로 동학농민혁명과 갑오개혁, 명성황후시해사건 등이 지나간 1897년 한가위부터 1945815일까지의 우리 근현대사를 관통합니다. 하동 악양면 평사리를 비롯해 경남 진주, 부산, 서울, 지리산과 일본, 러시아를 아우르는 공간을 최씨 집안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다루었습니다. 우리네 선조들의 고단했던 당시가 드라마 세트장을 뚫고 나와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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