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하동여행,걷기 좋은 선비의 길에서 세상일 잊다 - 하동 모한재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7. 3. 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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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 유학의 중심마을인 안계마을

 

슬며시 다가와 스리슬쩍 지나가 버릴 봄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선비의 길을 찾아 310일 떠났다. 이날도 흘러가는 이 봄을 그리워하라는 듯 봄볕은 따스하다.

 


하동 안계마을 회관에서 사림산으로 승용차로 10여 분 더 들어가면 모한재가 나온다.

 

하동군 옥종면사무소 소재지를 지나 지리산 쪽으로 향하다 까막고개 넘기 전 하동 유학의 중심마을인 안계마을이 나온다. 조선시대 때 현재의 경남 하동군 안계마을은 진주목(晋州牧)에 속했다. 진주의 이름난 마을로 사람들은 안계와 원당, 사월을 꼽았는데 그 첫 번째 꼽힌 마을이 바로 안계마을이다.

 


모한재는 하동 안계마을에서 사림산 조용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온다.

 

마을 안내판 맞은편에는 모한재(募寒齋) 이정표가 나온다. 모한재 이정표 바로 뒤에는 조선 징사(徵士) 겸재(謙齋) 하 선생 유적비가 나온다. 모한재는 이 마을 출신 유학자 겸재 하홍도(河弘度,1593~1666) 선생이 1635년 창건한 것이다. 벼슬을 단념하고 재야에서 학덕을 닦고 실천했던 유학자인 겸재 선생은 모한재에서 학문을 닦으며 후학을 가르치던 곳이다.

 


모한재 앞에서 400년이 넘은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먼저 반긴다.

 

안계마을은 둘러싼 사림산(士林山)쪽으로 향했다. 조용한 산길을 따라 산 속으로 들어가자 400년이 넘은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먼저 반긴다. 마침 서원에는 음력 310일마다 지내는 제사를 의논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모여 외삼문인 도광문(道光門)이 열려 있었다. 도광문 옆에는 공손하게 고개 숙이는 듯 소나무가 아래를 내려다본다.

 


모한재 전경

 

조용히 경내를 들어가 재사(齋舍)를 둘러보았다. 뜨락에는 국헌처사 진양하공 사적비(菊軒處士晉陽河公事蹟碑)가 오른편에 있고 옆에 경승루가 있다. 정면에 있는 모한재 마루에 앉았다. 모한재 현판은 남인의 영수였던 미수 허목 선생의 친필이다. 마치 겸재 선생이 후학들을 가르치는 소리라 들리는 듯하다.

 


모한재 현판은 남인의 영수였던 미수 허목 선생의 친필이다.

 

모한재 옆에 있는 경승루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밖 풍경을 구경하다 사당으로 향했다. 사당 사우(祠宇)앞에는 환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무환자나무가 있다. 중국에서는 근심과 걱정이 없는 나무로 통한다는 나무가 사당 앞에 자리 잡아 덩달아 내 몸마저 개운한 느낌이다.

 


모한재 뒤편 사당인 사우로 가는 길

 

모한재를 나와 고즈넉한 주위를 걸었다. 카펫처럼 푹신한 낙엽길이 좋다. 개울로 향하는 대숲은 더 좋다.

 


근심과 걱정이 없는 나무로 통한다는 무환자나무가 사당 앞에 자리 잡아 덩달아 내 몸마저 개운한 느낌이다.

 

꽃이 한창 필 무렵 비가 그치질 않아/ 집집마다 복사꽃 자두꽃 모두 다 활짝 피었네/ 울긋불긋 그려서 취한다고 누가 읊었나/ 소나무 대숲을 홀로 보노라니 그림 속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하네

 


모한재 주위는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고즈넉한 길이다.

 

겸재집에 실린 시 한 편 나지막이 읊조리며 생각에 잠긴다. 흐르는 물소리는 바람 소리와 함께 내 안으로 들어온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선비의 길에서 잠시 세상일을 잊는다. 발길 움직이는 대로, 멈추는 대로 둘러보면 그뿐이다. 이곳은 시간마저 봄볕처럼 따스하게 흐른다.

 


모한재에서는 발길 움직이는 대로, 멈추는 대로 둘러보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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