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하동여행-의식처럼 해넘이 바라보며 가쁜 숨을 고르다, 하동포구 공원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7. 2. 1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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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마음에 쉼표 하나 찍고 싶어 경남 하동군 하동읍 내에서 고속도로 나들목으로 가다가 멈췄다.

 

지친 마음에 쉼표 하나 찍고 싶었다. 23, 경남 하동군 하동읍 내에서 고속도로 나들목으로 가다가 멈췄다. 포구공원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들어서자 빼곡한 소나무 사이사이로 햇살은 곱게 섬진강에 달구래 빛난다. 싱그럽다. 과거 하동포구였던 곳을 기념하기 위하여 2002년 공원으로 조성한 하동포구 공원이다.

 


과거 하동포구였던 곳을 기념하기 위하여 2002년 공원으로 조성한 하동포구 공원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 가방과 캔커피를 들고 소나무 사이를 걸었다. 공원 입구에서 옛 나룻배 조형물이 먼저 반긴다. 옆에는 <하동포구 아가씨> 노랫말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하동포구 공원 입구에서 옛 나룻배 조형물이 먼저 반긴다. 옆에는 <하동포구 아가씨> 노랫말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쌍돛대 임을 싣고 포구로 들고/ 섬진강 맑은 물에 물새가 운다/ 쌍계사 쇠북소리 은은히 울 때/ 노을 진 물결 위엔 꽃잎이 진다// 흐르는 저 구름을 머리에 이고/ 지리산 낙락장송 노을에 탄다/ 갱정유도 가는 길목 섬진강 물은/ 굽이쳐 흘러흘러 어디로 가나/ 팔십 리 포구야 하동포구야/ 내 님 데려다주오

 

인기가수 하춘화가 불렀다는 노랫말을 나지막이 따라 읊조렸다. 섬진강 쪽으로 향했다. 강을 따라 벤치들이 쉬어가라 손짓한다. 푸른 강을 배경으로 캔커피를 마신다. 어느새 여기는 멋진 카페가 되었다.

 

숨을 고르고 일어서자 까치 한 마리 까까하며 반긴다. 소나무와 벗하며 걷는 길에 햇살도 길동무다. 하동읍내 송림공원 못지않다. 인생을 닮은 소나무길에 섰다. 이 길에 정상은 없다. 아름다운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우리가 모두 승자다.

 


하동포구 공원에 있는 듯 없는 듯 소나무숲에 녹아든 햇살을 온몸으로 가득 담으며 걷는다.

 

있는 듯 없는 듯 소나무숲에 녹아든 햇살을 온몸으로 가득 담으며 걷는다. 손수레를 끌고 오던 여든이 넘은 할머니가 소나무 사이로 앉는다. 좀 전의 나처럼 숨을 고른다.

 

할아버지는 먼저 보내고 서울에서 생활하다 얼마 전에 다시 내려온 고향이 좋다며 소나무와 강이 좋다며 자랑이다. 할머니는 지금은 없는 기억을 떠올렸다. 199912월부터 20006월까지 MBC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허준>의 마지막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되었다고 알려준다.

 


자연을 벗삼아 달리는 섬진강 자전거길이 옆 언덕 위로는 빨리, 빨리앞만 보고 가는 자동차가 쌩쌩 달린다.

 

배우 전광렬이 열연한 허준이 죽자 상여를 맨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르는 장면이 바로 이곳이란다. 지금은 사각거리는 대숲은 없다. 오히려 나들목 쪽으로 좀 더 가면 대숲이 나온다.

 

붉은 남천 열매들이 더욱 탐스러운 길을 따라가자 자전거 전용도로가 소나무를 따라 옆으로 나있다. 섬진강 자전거길이다. 그 옆 언덕 위로는 빨리, 빨리앞만 보고 가는 자동차가 쌩쌩 달린다.

 


하동포구 공원에 오후 4시가 넘어서자 햇살은 더욱 황금빛으로 빛난다. 해를 바라보는 내 얼굴이 덩달아 붉고 환하다.

 

오후 4시가 넘어서자 햇살은 더욱 황금빛으로 빛난다. 해를 바라보는 내 얼굴이 덩달아 붉고 환하다. 맞은 편에서 부부가 다정하게 손맞잡고 걸어온다. 햇살이 부부의 든든한 호위 무사 같다. 소나무가 그들의 친구 같다. 걷는 속도는 주위 풍광을 두 눈 가득 꼭꼭 담느라 느려진다. 마음도 천천히~

 


섬진강 너머로 산자락으로 해가 넘어간다. 오늘 하루를 정리하는 기분이다.

 

섬진강 너머로 산자락으로 해가 넘어간다. 오늘 하루를 정리하는 기분이다. 오늘도 내일도 해는 뜨고 진다. 그러나 일종의 의식처럼 해넘이를 바라보면서 가쁜 숨을 고르는 을 얻었다. 희망을 얻었다. 오늘 나와 만난 해님께 손을 모아 기원했다. 일 년 내내 우리 삶을 빛나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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