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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한 판 더?”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3. 5.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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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30여 년 전 어릴 적 내 꿈이었다. 기계처럼 똑같은 일과를 보내는 정확한 영국 신사 필리어스 포그와 유쾌한 프랑스 하인 파스파르투의 세계 일주기를 그린 모험 소설을 읽으면서 세계여행을 꿈꾼 게 어찌 나 뿐이었을까. 지금이야 세계여행이 더욱 자유로워지고 우주여행도 손에 잡힐 듯 다가섰지만 불과 수십 년 전에는 언감생심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세뱃돈 등을 모아 내게는 무척이나 큰돈을 들여 산 장난감이 있었다. 푸른 지구라는 별칭을 가진 <부루마블>이 바로 그것이다. 사각의 큼직한 판 위에 적힌 홍콩, 런던, 도쿄, 상파울루, 카이로 등의 지구촌 주요 도시를 주사위를 던지며 정해진 규칙으로 한바퀴 돌면서 땅도 사고, 건물도 지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형과 동생은 물론이고 동네와 또래 친척들이 오면 어김없이 이 <부루마블>은 인기 최고의 게임이었다. 덕분에 세계주요 도시 소개하는 증서를 읽으면서 도시의 위치와 나라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계기였다. 세계지리를 배우는 기회였기도 했지만, 게임을 위해 지급 받은 게임 돈을 가지고 세계여행을 하며 부동산 투자를 하는 셈이니<투자>가 뭔지 어설프게나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소꿉놀이 같은 투자였지만 때로는 이 게임 돈이 정말 진짜 돈이었으면 하는 상상의 나래에 한때는 여느 부자들이 부럽지 않았다. 은행처럼 게임 참가자들에게 각종 여행경비며 공과금도 수납 처리하기도 하고 부동산건설업자 마냥 판에 호텔이며 빌딩, 별장을 뚝딱 건설하기도 한···.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도 가끔 게임을 했지만 그 후로 이사 등을 하면서 잊힌 존재였다. 세월은 좀 더 흘러 <부루마블>을 살 때와 같은 나이를 가진 아이를 둔 아빠가 되었다. 어느 날 아이와 함께 대형할인매장 장난감 판매대에 들렀다가 발견하자 첫 사랑을 몰래 만난양 얼굴이 붉어지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보물을 찾은 듯 가슴 벅차오르는 기쁨을 느꼈다. 이 보드게임이 아직도 살아 있었구나 싶은 반가운 마음을 하며 찬찬히 겉포장을 살피는데 거룩한 하늘에서 들리는 목소리 마냥 아이가 이것 사주시면 안 돼요?”라고 묻질 않는가. 당연히 되고 말고.

 

 

그날 저녁 아들 셋과 판을 벌였다. 예전 내 어릴 적 <부루마블>과 약간 달리 주사위며 말들이 작고 달라졌을 뿐 그대로라 간단히 게임규칙을 설명하고 주사위를 먼저 판 위로 던졌다. 덱 데구르르···. 정한 1시간이 끝나자 여유롭게 1등을 차지한 내게 아이들이 다시 한 판 더를 외친다. 마나님의 눈치를 잠시 살핀 뒤 <부루마블>을 산 기념으로 그날 자정이 되도록 게임을 연달아 했다.

이제는 아이들이 더 요령이 늘고 잘해서 나를 능가한다. 친구들을 불러 함께하기도 하고 아빠 없을 때는 재들끼리만 한다. 아빠인 내게는 추억의 게임이기도 하지만, 이 게임은 우리 살아가는 인생의 축소는 아닐까 하는 거침없는 생각도 한다. 주사위라는 요행이 게임에 있지만 여행경비를 다 날려버려 파산할 수도 있고 더불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엉덩이로 이름 쓰는 장기자랑도 해보기도 했다. 아빠인 나는 게임 돈이 아닌 실제 한국은행권 1천 원을 아이에게 주기도 한다. 또한, 아이들이 게임의 승부에만 집중할 때면 도시의 이름과 위치를 지구본에서 찾아 알려주기도 한다. 때로는 신문 등에서 읽은 해당 도시와 관련된 잡다한 지식을 읊조리며 알은체도 하는 아빠다.

 

 

비록 지금 당장은 아이들과 세계여행을 할 수 없어도 이 게임을 통해 세계여행을 하고 가족이 즐겁게 놀 수 있다면 온라인 게임 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게임셧다운제> 가 필요 없는 게임중독 치료제가 될 것이다.

 

매주 수요일은 가족사랑의 날이다. 이날만큼은 온 가족이 함께 부루마블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즐겨보자. 장기도 좋고 장기알까기도 좋고···.

 

이 글은 아름다운 바다속처럼 여자와 남자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여성부블로그 <여행상자>와 함께 합니다

http://blog.daum.net/moge-family/6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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