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중앙중학교 후문 쪽, 모덕로281번길 골목은 한낮의 햇살이 참 선명했습니다. 학교 앞 노란 차량이 멈춰 있고, 커다란 나무 그늘이 도로 위에 길게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길은 조용했습니다. 하늘은 맑았습니다. 그 골목 한쪽에 작은 빵집 하나가 있었습니다. 이름도 정겨운 알곡점빵입니다.

이날은 제 발걸음보다 아내의 부탁이 먼저였습니다. 점심 무렵, 아내가 어디론가 볼일을 보러 갈 일이 있었습니다. 차려 먹기에는 시간이 애매했습니다. 밖에서 무겁게 먹기에도 부담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간편하게 먹을 샌드위치를 부탁했습니다. 평소에도 아내는 알곡점빵 빵을 종종 사 옵니다. “건강한 빵”이라는 말도 꼭 함께 붙습니다. 아들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살짝 투덜댑니다. 맛이 없다는 겁니다. 단맛이 또렷한 빵에 익숙한 입에는 잡곡사워도우의 묵직한 맛이 심심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아들의 솔직한 반응입니다. 반대로 아내에게는 그 심심함이 오히려 좋은 점으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학교 앞 골목에서 만난 작은 빵집

알곡점빵 외관은 크지 않았습니다. 나무색 문틀과 유리창, 흰 글씨 간판이 단정했습니다. 유리창에는 “우리밀 사워도우, 크로와상, 샌드위치”라는 문구가 보였습니다. 둥근 간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검은 글씨로 크게 적힌 ‘빵’한 글자와 아래쪽 빵 그림이 전부였습니다. 왠지 미소가 번지는 간판이었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동그랗게 매달린 그 간판은 골목을 지나는 사람에게 “빵 있습니다” 하고 짧게 인사하는 듯했습니다.
진주중앙중학교 후문 쪽 골목은 일방통행로였습니다. 차로 접근한다면 방향을 미리 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현대아파트 쪽으로 이어지는 길만 열려 있었습니다. 작은 빵집을 찾아가는 길도 골목의 흐름을 따라 천천히 들어가야 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무 질감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진열장에는 크로와상과 사워도우가 놓여 있었습니다. 이름표에는 우리밀 크로와상, 호두크랜베리사워도우, 초코사워도우, 루스틱, 흑임자사워도우, 감자사워도우, 기본사워도우 등이 보였습니다.

아내가 이곳을 자주 찾으며 가게 부부에게 들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알곡점빵이 사흘만 문을 여는 까닭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산청에서 운영하다가 아이 육아를 위해 지금의 자리로 가게를 옮겼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습니다. 부부가 함께 꾸려가는 빵집이라는 말까지 더해지니, 문 닫힌 날들이 단순한 휴무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 해석으로는, 가족의 시간을 지키며 빵을 굽는 집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샌드위치 대신 고른 크로와상과 잡곡사워도우

찾던 샌드위치는 이미 다 팔리고 없었습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내는 “잘 팔리는 곳이라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괜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자주 찾는 사람은 그 집의 속도를 압니다. 저는 진열장 앞에서 다시 메뉴를 골랐습니다. 빈 진열대가 이상하게 서운하기보다 이 집의 하루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필요한 만큼 굽고, 찾는 사람에게 먼저 건너가는 작은 빵집처럼 느껴졌습니다.

가게 안쪽에는 작은 소품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몬스테라 화분, 빵 그림이 그려진 천, 작은 스피커, 벽면의 빵 사진이 나무색 공간과 잘 어울렸습니다. 가장 오래 눈길이 머문 것은 색유리 장식이었습니다. 무지개처럼 휘어진 유리 아래 작은 배 모양 장식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빵집 안에서 만난 뜻밖의 항해 같았습니다. 반죽이 부풀고, 오븐을 지나고, 누군가의 식탁으로 건너가는 일도 작은 여행처럼 느껴졌습니다.


샌드위치는 사지 못했습니다. 대신 크로와상과 잡곡사워도우 2개를 샀습니다. 포장된 크로와상은 차 안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빛났습니다. 얇은 결이 겹겹이 접힌 표면은 작은 부채처럼 보였습니다. 잡곡사워도우는 훨씬 묵직했습니다. 짙은 갈색 껍질 위로 칼집이 가지런히 나 있었고, 곡물 알갱이가 군데군데 박혀 있었습니다. 크로와상이 가볍게 웃는 빵이라면, 잡곡사워도우는 말수가 적은 빵처럼 보였습니다.

빵과 함께 작은 안내문도 받았습니다. 냉동 보관, 해동 방법, 전자레인지 사용, 맛 보관 방법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빵을 파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에 가져간 뒤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도 알려주는 작은 마음처럼 느껴졌습니다.
가게를 나서며 유리창에 비친 골목을 다시 보았습니다. 파란 하늘, 학교 앞 길, 나무 그늘, 빵 봉투가 한 장면 안에 놓였습니다. 아내가 좋아할 빵을 골랐다는 안도감도 있었습니다. 아들은 또 “맛이 없다”고 투덜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 투덜거림까지 집 안의 한 풍경입니다. 누군가는 건강해서 좋아하고, 누군가는 심심해서 투덜대는 사워도우.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빵도 있습니다.
집에 돌아와 빵을 내놓았습니다. 아내의 첫마디가 돌아왔습니다. “맛있네. 고소하다.” 심부름의 답은 그 말이면 충분했습니다. 빵 봉투는 비워졌고, 마음은 조금 든든해졌습니다.
▣ 알곡점빵
- 주소: 경상남도 진주시 모덕로281번길 13, 1층
(진주중앙중학교 후문, 하대동주민센터와 육아종합지원센터 인근)
- 영업: 목·금·토 11:00~18:00 / 일·월·화·수 정기휴무
- 동선: 가게 앞 골목은 일방통행로이며 현대아파트 방향으로만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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