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눈으로 보는 음악회? 산청성심원 성심어울림축제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4. 6. 8.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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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는 음악회가 있습니다. 67, 지리산종교연대 중창단이 산청 성심원 열 번째 성심어울림축제에서 한 말입니다. 한센인과 비한센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차별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성심어울림축제 속으로 한번 들어가면 어떨까요? 왜 귀가 아닌 눈으로 노래를 보라는지

 

 

7일은 가톨릭 전례에 예수성심대축일입니다. 이날은 성심원 개원 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천주교 수도회인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1959년 그리스도의 복음 정신과 프란치스코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한센인을 위해 산청에 보금자리를 만든 날입니다.

 

 

요양원 성당에서 유덕현(야고보) 아빠스(한국 천주교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연합회 회장)의 주례로 미사 전례가 있었습니다.

 

 

또한, 이날은 부산경남지역 6개 가톨릭 정착마을 한마음잔치가 열렸습니다. 전례가 열리는 요양원 성당으로 가기 전, 성심원 역사관에 들른 이들은 빛바랜 사진 속에서 마치 보물찾기하듯 자기 모습을 찾습니다.

 

 

사진은 <어린이날 즐거운 소풍 성심학교 1963.5.5>라 적혀 있습니다. 경남 거창에서 온 로사는 열 살 무렵에 성심원에 와서 3년 동안 생활했다고 합니다. 옛 지품초등학교 뒤편 논두렁 소나무 밑 잔디밭으로 소풍 갔던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성심원 역사관을 둘러보던 한센인들은 이제는 말할 수 있는 가슴 속 응어리를 토해내며 마치 자기 일처럼 회상합니다.

 

 

미사 전례에서 유 아빠스는  “요즘 세상 사람들 마음은 영하 40도 냉동고라며 예수님의 마음은 사랑의 불가마다. 사랑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말랑말랑한 참된 인간이 된다. 우리 가슴에 받아들이자.”라고 했습니다.

 

 

개원을 축하하기 위해 이날 산청지역 신성범 국회의원과 함께 자리한 안철수(하상 바오로) 국회의원은 처음 성심원을 찾았을 때 남강을 가로지른 성심교를 건너며 아름다운 풍광에 놀랐다고 했습니다. 다리가 개통되기 전에는 육지 속의 섬처럼 성심원은 사회에서 단절되고 고립되었다며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안 의원은 성심원 본당 유의배(알로이시오) 신부님께 세례를 받은 인연이 있습니다. 배우자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찾았습니다.

 

미사를 봉헌한 뒤 모두 성심교 앞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예수성심 상을 제막하고 축복했습니다.

 

 

이제는 세상과 성심원을 이어주는 소통의 다리 '성심교'를 건널 때면 예수님이 우리를 넉넉한 품으로 먼저 반겨주십니다.

 

 

이어 로터리 화단 알렐루야 조형물도 축복했습니다.

 

 

 

 

개원 축하를 겸한 공식 행사가 끝나고 원내 식당과 가운데 마당에서 모두가 점심을 먹었습니다. 덩달아 우리는 식구(食口)가 되었습니다.

 

 

 

 

점심 먹고 난 뒤 초록빛 나뭇잎이 무성한 나무 터널 아래에서 윷놀이 대회가 열렸습니다.

노래방 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실룩이며 일상 속 고단함을 잠시 잊고 윷 하나하나에 즐거운 탄성을 질렀습니다.

 

 

1등은 김해 계림농원이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1등부터 6등까지 상금은 모두가 같습니다. 순위를 겨루는 것은 흥을 돋을 뿐, 모두가 즐기면 그만입니다.

 

 

윷놀이 대회가 끝나고 아쉬운 작별을 나누고 다시금 제각각의 보금자리로 떠난 오후 2. 강당에서는 마을 공동체 방향 모색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인구소멸, 성심원도 예외가 아닙니다.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함양 두레마을과 실상사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성심원 내 자리한 화목한의원과 산청의료사협 그리고 성심원이 지향하는 장애-비장애 통합 마을인 대구 안심마을 관련 내용을 들었습니다. (관련 PPT 자료는 성심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함양 두레마을은 기독교 보편 영성을 바탕으로 육체노동을 존중하며 함께 지어져 가는 공동체라고 합니다.

 

 

실상사 인드라망 생명공동체는 상호존중과 화합의 공동체로 단순 소박한 살림살이를 함께 땀 흘려 일하고 평등하게 나눈다고 합니다. 이 공동체는 불교 신자 여부와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내가 사는 곳에서 친한 이웃과 함께 아플 때 믿을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으며 나답게 살다가 행복하게 떠날 수 있길 우리 마을 주치의를 위해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성심원 내에 개설한 화목한의원은 2001년부터 성심원에서 한의 봉사하는 김명철 한의사가 여기 어르신들과 마지막까지 같이 하겠다는 다짐의 결실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성심원이 나아갈 방향으로 삼고 있는 대구 안심마을은 돌봄이 필요한 주민(노인, 장애인 등)들이 살던 곳(자가 혹은 그룹)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마을 공동체라고 합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마을 공동체 함께 참여하고, 그렇게 만들어 간다는 공감이 있을 때 시작된다'는 말에 밑줄을 덩달아 칩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이곳에 사는 박 레아 어르신은 이곳이 마을 주치의가 있는 의료공동체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 외부에서 이곳을 찾을 수 있는 마을로 거듭나기 위해 (시설에서 만드는) 카페도, 파크골프장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합니다.

 

 

한낮의 태양 열기가 차츰 사라지는 오후 6. 은행나무가 있는 뜨락 풍현마당에서 초여름밤의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김병찬 전 KBS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산청 함양 지역민이 만든 빈둥밴드가 먼저 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지역 손송이 가수가 흥을 돋워갑니다. 노랫말 고맙소라는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돕니다. 기억할 수 있다는 것, 잊지 않겠다는 의지, 현재의 성심원을 만든 한센 어르신들의 노고를 떠올립니다.

 

 

이어서 귀로 듣지 말고 눈으로 보라던 지리산종교연대 중창단의 노래가 울렸습니다. 노래에 앞서 스님과 목사, 신부, 수도자 등이 모여 급하게 연습했다는 실토가 있었습니다. 몇 번 입을 맞췄는지 비밀입니다.

 

 

초여름 밤의 바람이 시원하게 우리 뺨을 어루만질 무렵 인기 그룹 동물원의 콘서트가 우리를 즐겁게 맞이합니다.

 

널 사랑하겠어로 일상에서 딱딱하게 굳었던 긴장을 먼저 스르륵 풀게 합니다. 감미로운 노래를 은행나무가 지켜봅니다.

 

뜨락 곳곳에는 돗자리를 펼치고 삼삼오오 모여 감미로운 음악을 벗 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들도 있었습니다. 진주에서 아내와 함께 찾은 정원각 씨는 매점 생맥주에 노릿하게 구운 노가리 등을 안주 삼아 깊어져 가는 초여름 밤의 정취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일부 생활인은 흥에 겨워 어퍼컷을 날리듯 하늘에 두 손을 치켜들고 춤을 추기도 합니다.

 

 

“~너를 알게 된 후 사랑하게 된 후부터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해가네~”

동물원의 노래 <변해가네>가 울리듯 한센인들의 공동체였던 성심원은 이제 과거를 배경으로 새로운 시간이 덧입혀집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성심원은 계속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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