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성심원 27

“평생 함께하겠습니다~”, 성심어울림축제 마지막날

“평생 함께하겠습니다~”유의배 알로이시오 신부님의 다짐이 6월 7일, 작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고향 스페인의 부모님 임종도 지켜보지 못했지만, 한때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낮은 자로 멸시받았던 한센인 곁에서 함께하겠다는 산청성심원 한센인과 약속을 지켰던 유 신부님의 팔순 잔치가 중에서 한센인들과 함께 펼쳐졌습니다.팔순 잔치에 앞서 성심 어울림 축제는 마을공동체 비전 세미나로 6일,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축제 이튿날이자 마지막 날인 7일 대성당에서 산청성심원 설립 66주년 축하 미사가 천주교 마산교구장 이성효 리노 주교님의 주례로 있었습니다.마을 맨 위쪽,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한 대성당으로 보행기에 의지해 올라가는 어르신이 보였습니다. 하느님께 의지한 삶은 이제 일상입니다.어르신을 따라 성당에 들어서자..

경남이야기 2025.06.07

산청성심원-성심어울림축제 첫째날,“우리가 없어져도 마을은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가 없어져도 마을은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6월 6일, 한센인과 중증장애인들의 보금자리 산청성심원에서 열린 마을공동체 비전 세미나에 참가한 마을경로회장의 말씀입니다. 산청 성심원에서 6일과 7일 이틀간 세상과 소통하고자 개최하는 '제11회 성심 어울림 축제'가 세미나로 먼저 문을 열었습니다.오전 10시, 세미나가 열린 산청성심원 뜨락에 있는 화목한의원 2층 으로 향했습니다. 에 들어서면 갤러리에 들어선 기분입니다.벽면마다 그림들이 반갑게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기 때문입니다. 일상 속 긴장의 끈이 스르륵 풀어지는 기분입니다.찔레꽃 향내가 물씬 풍기는 그림을 지나 세미나가 열리는 공간으로 들어섰습니다. 성심원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한 이들로 공간은 가득했습니다.본격적인 세미나에 앞서..

경남이야기 2025.06.06

산청성심원 시립대(詩立大) 학생들의 초대장 “시 한잔하실래요?”

산청성심원 시립대(詩立大) 학생들의 초대장 “시 한잔하실래요?” “~이제 내 안의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하자~”말을 잇지를 못합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마이크 앞에서 숨을 고르고, 이어서 시를 읊습니다.“이제 그만 울고 웃어보자 / 이제 그만 아파하고 하하호호 즐겁게 살자~”5월 20일 오후 산청성심원 강당에서 열린 시 낭송 발표회에서 자작시를 들려준 박후경 어르신의 시어가 강당에 은은하게 흩뿌려집니다. 덕분에 따뜻한 여운이 밀려옵니다.이날은 3월부터 시작한 산청도서관(관장 이은경)과 산청 성심원(엄상용 원장 수사)이 함께하는 ‘나와 만나는 시 낭송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성심원 강당에서 열렸던 이번 시 낭송은 산청도서관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상반기..

경남이야기 2025.05.22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성심원에 부는 시원한 바람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성심원에 부는 시원한 바람 저만치 흔들거리는 초록빛 나무에서 우리 귓가를 간지럽히는 새들의 노래가 울립니다. 연둣빛 나무를 지나온 바람이 가볍게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납니다. 성심원에 때아닌 바람이 붑니다. 4월 29일, 산청 성심원 강당에서 나를 찾아가는 시 낭송> 여덟 번째 시간이 시 낭송가이자 시인이 김태근 선생님을 모시고 열린 날, 우리는 모두 부채를 선물 받았습니다.무더운 여름에는 부채를 주고받는 풍습이 있습니다. 부채를 선물하며 마음에 바람을 전합니다. 무더위 잘 견디라는 뜻도 있겠지만 나쁜 기운도 날려 버리라는 바람도 담겨 있습니다.이날은 모두가 좋아하는 시 구절을 부채에 옮겼습니다. 꾹꾹 눌러 담은 시에는 스스로에게 무더위 잘 견디자는 다짐과 함께 나쁜 기운도 날려 버..

경남이야기 2025.04.30

산청성심원-우리도 아이유, 박보검처럼 “폭삭 속았수다”

우리도 아이유, 박보검처럼 “폭삭 속았수다” – 산청 성심원 봄 소풍 설렘으로 여기서 '톡', 저기서 '톡'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앞다퉈 꽃망울을 터트리는 봄입니다. 고양이 걸음처럼 슬며시 다가온 봄을 맞이하기 위해 부활절이 끝나고 4월 23일, 산청 성심원 어르신들은 드라마 의 촬영장인 전북 고창 청보리밭과 전남 영광으로 봄나들이를 떠났습니다.오전 8시. 관광버스 한 대가 가정사 3동 앞 예수상 앞에 섰습니다. 출발 시각을 1시간여 앞두고 일찍 나와 계셨던 어르신들이 하나둘 차에 오릅니다.엄삼용 원장께서 올라와 배웅합니다.유의배 신부님의 기도와 함께 설렘 안고 떠납니다. 이번 성심원 봄 소풍은 전북 고창 청보리밭을 거쳐서 영광 법성포에서 굴비 정식으로 점심을 먹은 뒤 영광성당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었습니..

경남이야기 2025.04.28

산청성심원 "앉은 자리가 꽃자리"

앉은 자리가 꽃자리봄은 향기로 오지 않습니다. 봄은 시와 함께 왔습니다. 성모상 주위로 영산홍이 분홍 분홍 빛나는 날, 성심원 강당에서는 꽃자리가 펼쳐졌습니다.4월 22일, ‘나와 마주하는 시 낭송’ 일곱 번째 시간이 열렸습니다. 구상 시인의 꽃자리>를 읊습니다.시어가 입을 떠나 강당을 채울 때 순간 이동하듯 꽃자리로 변했습니다. 시를 읽습니다. 글자가 시어로 변해 우리 입안에서 강당을 헤엄칠 적마다 봄 내음이 퍼집니다. 싱그러움이 퍼집니다. 입안에서 시를 따라 향으로, 봄 향기로 은은하게 흩뿌려집니다.눈이 침침하다고, 글자를 모른다고 손사래를 쳐도 곁에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에 시를 읽습니다.덩달아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성심원이 시인의 마을로 변합니다. 앉은 여기가 꽃자리로 변합니다.한 자, 한 자, ..

경남이야기 2025.04.27

산청성심원, '다시 꿈꾸는 사람들'

다시 꿈을 꾸는 사람들 봄에 피는 건 꽃과 나무만이 아닙니다. 여기 시를 읊는 어르신들의 마음에 시 꽃이 피어납니다. 덩달아 꿀이 뚝뚝 떨어집니다. 곁에서 시를 읽는 동료의 시를 듣고 바라보는 눈빛이 어찌나 그윽한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지난 4월 15일 성심원 강당에서 열린 시 낭송 나와 만나는 시간> 여섯 번째 시간에서 저는 보고 느꼈습니다.지난 시간에 병원에 간다고, 매점 일한다고 빠진 분들은 먼저 나무토막에 열심히 마음에 드는 시구절을 옮깁니다.나무토막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끝나고 다들 시를 읊습니다.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무얼 하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에 “첫사랑을 하고 싶다는, 파일럿이 되어 하늘을 날고 싶다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라는 바람들이 기분 좋게 쏟아졌습니다.“‘다..

경남이야기 2025.04.20

산청성심원, 자꾸만 심장이 쿵쿵~ 시를 알고 봄을 앓다

아침부터 눈이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3월 18일, 어둠을 헤치고 출근하는 우리를 하늘에서 하얀 눈으로 반겨주었습니다.‘자꾸만 심장이 쿵쿵거렸다 / 너를 보면 또다시 쿵쿵~(김태근 ’봄 앓이‘중)’ 때아닌 춘삼월 눈에 놀란 가슴은 쉼 없이 두근거리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눈은 땅에 닿자 말자 스르륵 녹았습니다.아침에 내린 눈과 달리 정오를 지나자, 노릇노릇한 오후가 밀려옵니다. 그럼에도 성심원 강당에는 다시 꿈을 꾸는 사람들로 새로운 가슴과 가슴으로 시를 하는 어르신들이 모여들었습니다.이날은 김태근 시인이자 낭송가께서 참가자들에게 반가운 시집 한 권씩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일일이 직접 적은 ‘시처럼 봄비처럼~’ 응원의 문구와 함께….이웃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늘 성당에서도 텃밭에서도, 오가는 길에서..

경남이야기 2025.03.25

산청성심원-커피 한 잔? 우리는 시(詩) 한잔!

커피 한 잔? 우리는 시(詩) 한잔!봄이 익어가는 3월 11일 오후 2시, 성심원 강당에 어르신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마실 가듯 경로당에서 자리를 옮겨온 어르신들이 뜨락에 핀 봄나물을 발견하듯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 한잔을 함께할 동반자인 김태근 시인·낭송가입니다. 이날은 산청도서관(관장 이은경)과 산청성심원(엄상용 원장 수사)이 함께하는 나와 만나는 시 낭송 프로그램 첫 시간입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성심원 강당에서 열리는 이번 시 낭송은 산청도서관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평생학습 실현을 위해 3월부터 5월까지 운영하는 상반기 평생학습과 별밤 프로그램의 하나입니다. 도서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노인 세대를 위해 찾아가는 '나와 만나는 시 낭송’ 강좌를..

경남이야기 2025.03.16

체온 나누고 더하다

봄이 일어선다는 절기, 입춘(立春)이 지나도 찬바람이 우리의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요즘입니다. 11일 오늘 산청 장날(1일, 6일)을 맞아 아침 9시, 제가 일하는 산청 성심원 뜨락에서 산청읍으로 가는 원내 미니버스에 열두 명의 어르신이 탑승해 장을 보러 가셨습니다.산청장을 둘러보면서 손에 봉다리를 하나씩 들고 타십니다. 찬바람에 손들이 차갑습니다. 그럼에도 시린 손에 자신의 손을 내민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체온으로 느끼게 합니다. 우리의 성심원은 그래서 따뜻합니다. 돌아오는 미니버스 안에서 체온처럼 따스한, 고향처럼 포근한 봄을 만났습니다. 겨울의 끝물에서 눈앞의 봄을 벅차게 맞이했습니다.지난해 공감 글처럼 ‘손 내미는 당신이 있어, 우리의 겨울은 희망입니다!’ #산청성심원 #성심원 #..

해찬솔일기 2025.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