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 진양호 일주도로를 따라
이른 겨울이 속살을 드러내듯 추운 날, 밤 근무 사흘째는 몸이 적응했다. 11월 29일 사흘째를 끝으로 11월 밤 근무를 끝냈다. 성큼 다가선 겨울에 저만치 가버린 가을과 제대로 작별 인사를 못 했다는 아쉬움은 경남 진주 하대동 집으로 가는 길에 산청-진주 국도 3호선에서 진양호 일주도로로 접어들게 했다. 청동기문화박물관이라는 이정표가 더 정겨운 길을 따라갔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 놀란 얼굴의 수달이 보인다. ‘진양호 야생동물특별보호구역- 과속금지, 수달을 보호합시다!’라는 팻말과 함께. 여기는 상수도 보호구역이다.
쌩쌩 달리는 대전-통영고속도로 아래를 지나자 동그랗게 눈을 뜨고 놀란 얼굴의 수달이 보인다. ‘진양호 야생동물특별보호구역- 과속금지, 수달을 보호합시다!’라는 팻말과 함께. 여기는 상수도 보호구역이다. 속도를 줄였다. 급할 것 없다. 하늘은 구름에 덮여 햇살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도 좋다.
진양호반 벚꽃 100리 길은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다.
진양호반 벚꽃 100리 길은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다. 그러나 진양호 풍경이 먹물의 농도처럼 짙고 연하게 드리우는 풍경이 좋다.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대평 삼거리에 이르렀을 때는 아예 차를 대평체육공원 한쪽에 주차했다. 저만치 청동기문화박물관과 전망대가 보인다. 카메라는 먹물을 먹은 붓처럼 이 풍경을 담는다. 아쉽다. 붓 놀림이 좋은 화가였다면 아름다운 이 경치를 제대로 담을 수 있을 텐데.
진양호 풍경이 먹물의 농도처럼 짙고 연하게 드리우는 풍경이 좋아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안타까운 탄식을 하는데 카메라 셔터 소리에 놀랐는지 세 마리의 새가 호수를 박차고 하늘로 힘차게 날갯짓하며 올라간다. 녀석들의 비행에 넋이 나가 카메라 초점을 놓쳤다. 흐릿한 사진과 달리 내 눈은 힘찬 비상을 보았다.
카메라 셔터 소리에 놀랐는지 세 마리의 새가 호수를 박차고 하늘로 힘차게 날갯짓하며 올라간다. 녀석들의 비행에 넋이 나가 카메라 초점을 놓쳤다.
아쉬움과 약간의 흥분을 안고 대평면 삼거리 로터리에서 대평체육공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체육공원에 자리 잡은 ‘남강댐 효(孝) 나눔복지센터’ 건물이 보이고 그 주위로 풋살 축구장 등이 들어서 있다. 월광사 앞에는 다리가 놓이기 전에 이곳에서 건너다녔던 철선(鐵船) 2척이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20여 년 전에 버스를 타고 여기 종점까지 와서 철선을 타고 건넌 기억이 난다. 뭐하러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바람 쐬러 왔을까 추억을 떠올리는데 340번 시내버스가 체육공원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진주 딸기로 유명한 대평면은 드넓은 들녘은 온통 비닐하우스다. ‘딸기특화단지’다.
버스 운전사는 딸기 모양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다. 여기 대평마을은 딸기로 유명하다. 남강댐 보강공사로 새롭게 이주한 대평면 사람들의 이주단지가 있다. 드넓은 들녘은 온통 비닐하우스다. ‘딸기특화단지’다. 풋살 축구장 옆에는 대평마을 소규모 공공하수처리 시설장도 있다. 쾌적한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깨끗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 2010년 들어서고 하수처리를 끝낸 물이 진양호로 흘러가기 전에 습지를 거쳐 간다.
진양호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이 집단서식지이며 번식지로 적합한 장소다. 수달특별호보구역이다. 녀석들과 함께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은 조심스럽다.
청동기문화박물관 쪽으로 걸었다. 카메라 셔터는 멈출 수 없었다. 수묵화 같은 진양호 풍경이 가만두지 않는다. 배의 앞부분을 본뜬 전망대가 박물관 길 건너에 있다. 호사비오리, 삼백초를 알려주는 알림판이 나왔다. 좀 전에 본 새가 호사비오리였던가 생각을 더듬는다. 옆에는 수달과 삵 알림판이 있다. 이곳 진양호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이 집단서식지이며 번식지로 적합한 장소다. 수달특별호보구역이다. 녀석들과 함께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은 조심스럽다. 전망대 앞에는 백정화가 하얀 눈송이처럼 반긴다. 전망대는 구름을 가르고 하늘과 맞닿은 호수를 발판 삼아 날아오를 기세다.
배를 닮은 진양호 전망대는 구름을 가르고 하늘과 맞닿은 호수를 발판 삼아 날아오를 기세다.
가방에서 꺼낸 캔커피는 따뜻한 기운을 잃었다. 진양호 풍경은 차가운 커피가 목을 넘길 때 따뜻하게 대신 채운다. 중촌마을 표지석이 나오자 오른편에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341호인 ‘진주 대평 정용균 효행문서와 정려비’가 나온다.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341호인 ‘진주 대평 정용균 효행문서와 정려비’
정용균(1838~1871)은 어머니가 3년 동안 병에 걸려 신음하는 동안 온갖 정성을 다해 병구완을 하던 중 새매가 날아들어 메추리를 마당에 떨어뜨려 주는 기이한 일이 세 차례 일어났다고 한다. 하늘이 감복한 효자인 셈이다. 애초 길 아래에 있던 남강댐 보강공사로 현재의 장소로 옮겼다고 한다.
진양호 일주도로 곳곳에는 쉼터가 있는데 ‘황조롱이, 붉은배새매, 왜가리, 쇠백로, 흰 뺨 검둥오리, 쇠오리, 참수리, 청둥오리, 붉은 오리 갈매기’ 알림판이 ‘새들을 놀라게 하지 맙시다’ 라는 문구와 함께 서 있다.
마을 표지석 옆에는 진양호 습지를 구경할 수 있는 쉼터가 있는데 ‘황조롱이, 붉은배새매, 왜가리, 쇠백로, 흰 뺨 검둥오리, 쇠오리, 참수리, 청둥오리, 붉은 오리 갈매기’ 알림판이 ‘새들을 놀라게 하지 맙시다’ 라는 문구와 함께 서 있다.
기다란 물가에서 청둥오리들이 무리 지어 천천히 넓은 호수 쪽으로 헤엄쳐온다. 100여m를 오더니 “푸드덕푸드덕”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카카” 하는 외침과 함께 하늘로 솟구친다. 마치 활주로를 박차고 오르는 비행기처럼.
습지를 두리번거리다 걸음을 옮겼다. 옅은 보랏빛의 개망초들이 안개처럼 피어있는 ‘물안개 휴게소’에 이르러 정자에 올라갔다. 나무에 가려 진양호 경치가 드문드문 보인다. 휴게소 오른편 기다란 물가에서 청둥오리들이 무리 지어 천천히 넓은 호수 쪽으로 헤엄쳐온다. 100여m를 오더니 “푸드덕푸드덕”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카카” 하는 외침과 함께 하늘로 솟구친다. 마치 활주로를 박차고 오르는 비행기처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들처럼 하늘로 박차고 오르는 녀석들의 기운에 밤샘 근무의 피로가 한순간에 덩달아 날아가 버렸다.
진수대교에서 바라본 진양호.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하는 펜션들이 들어선 마을 지나 진수대교를 건넜다. 건너자마자 오른편에 차를 세우고 달맞이 언덕으로 올라갔다. 가로등이 풍경을 가로막아 다시 내려와 진수대교 인도를 따라 건너온 너머로 다시 다녀왔다. 호수를 가로질러 걷는 기분은 물 위를 걷는 양 상쾌하다.
삼계교차로에서 한국수자원공사 남강댐관리단에서 운영하는 물문화관 앞 노을공원에는 진주마라톤대회를 앞두고 달림이들로 북적였다. 그들을 뒤로하고 남강댐 아래를 지나 남강 길을 따라 진주성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가을 햇살은 저만치 가버리고 서늘한 기운이 가득한 겨울의 문턱. 진양호 일주도로는 내달릴 때마다 수묵화 같은 풍경은 가을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달래준다.
12월 한 해를 돌아보고 정리할 필요가 느껴진다면 진양호 일주도로를 내달리면 그만이다. 가을 햇살은 저만치 가버리고 서늘한 기운이 가득한 겨울의 문턱. 진양호 일주도로는 내달릴 때마다 수묵화 같은 풍경은 가을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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