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바람이 불어오는 곳-산청 환아정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5. 3. 1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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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온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라 등을 떠밀기도 한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좋다. 하지만 경남 산청군 산청읍에 들렀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환아정(換鵝亭)’이다.

 

며칠 전에도 일이 있어 산청읍을 찾았다가 자투리 시간이 있어 읍내에서 커피를 사서 환아정을 찾았다.

환아정은 산청군청 뒤편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언덕에 올라 읍내와 경호강을 내려다보는 자체만으로도 좋은데 정자까지 있으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정자에 들어서는 입구에는 사악한 기운을 몰아낸다는 해태상 한 쌍이 우리를 먼저 맞이한다.

등 뒤 햇살의 응원에 계단을 차근차근 올라가면 솟을대문이 나오는데 대문에는 <사의문(思義門)>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오늘도 올바르게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잠시 나를 돌아본다.

열린 문을 지나면 괜스레 다시금 고개를 돌려본다. 지나온 길이, 일상이 저만치 아래에 보인다.

숨을 가다듬고 바라보면 자 모양의 정자가 모습을 환하게 드러낸다. 덩달아 오가는 바람이 반갑게 뺨을 어루만지고 지난다.

환아정은 1395년 산음 현감이던 심린이 산음현 객사 후원에 정자를 지은 정자라고 한다. 중국의 명필인 왕희지가 중국 산음(山陰) 땅 도인에게 도덕경을 써 주고 거위를 받았다는 환아라는 고사에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원래는 지금의 산청초등학교 자리에 있었지만 1950년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 자리에 2022년 재현했다.

환아정 편액은 명필 한석봉이 썼다고 하는데 아쉽게 동아시아 국제전쟁(정유재란) 때 불타 사라졌다. 현재의 글씨는 소헌 정도준(紹軒 鄭道準, 1948~) 선생의 글씨다. 화재로 탄 국보 숭례문의 편액을 쓴 분이기도 하다.

 


자 모양의 정자 자태를 찬찬히 둘러보다 돌계단을 올라가자, 병풍을 두른 듯한 풍경들이 와락 안긴다. 덩달아 바람도 다시금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속 안의 묵은내가 저만치 날아가 버린다.

 

고개를 들자, 용들이 걸음 한 이들을 반갑게 맞으며 반긴다. 강 넘어 필봉산이며 왕산이 보인다.

필봉산의 정기를 이어받으라는 듯 정자 천정에는 붓을 형상화한 조형물들이 있다. 문필의 힘이 밀려온다.

동쪽의 꽃봉산과 전망대에서 남동쪽의 웅석봉, 서녘의 필봉산과 왕산, 북쪽의 와룡산, 정수산까지. 파노라마 같은 산청읍 내를 에둘러 감싼 산들이 겹겹이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통영-대전 간 고속도로를 씽씽 달리는 차들이 보인다. 물고기 같다.

일상은 저만치 아래에 두고 오가는 바람과 인사를 나누며 정자에 앉아 멍때리듯 주위 풍광을 구경한다. 신선이 따로 없다. 그러다 찾는 전화가 평화로운 풍경을 뒤로하게 한다.

자투리 시간에 찾았지만, 마음에는 넉넉한 풍광을 한가득 담았다. 달곰한 바람의 인사가 그리울 때면 바람이 불어오는 곳, 환아정을 찾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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