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뜨겁게 피고 진 의병을 찾아, 의령 의병박물관
역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보다 앞선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창고가 박물관입니다. 경상남도 18개 시군에는 저만의 이야기 창고가 있습니다. 이야기 창고를 돌아다니면 선조들의 삶을 엿보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출 수 있습니다.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죽고 사람은 이름 때문에 죽는다는 말이 와닿는 요즘입니다. 원래는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명예를 남긴다는 말입니다. 이름 때문에 죽는 사람이 아니라 의(義)를 위해 죽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동아시아 국제전쟁(임진왜란) 때 의병들이 그러합니다. 목숨을 내걸고 전쟁 때 분연히 떨쳐 일어난 이들을 찾으러 의령 의병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남해고속도로 의령나들목에서 빠져나오면 남강에 이릅니다. 강을 사이에 두고 함안 군북면 월촌리와 마주 보는 곳이 의령 의령읍 정암리입니다. 남강을 가로질러 다리가 놓여 있지만 옆에는 옛 정암철교라 불린 다리가 있습니다. 지금은 차량 통행은 할 수 없고 사람만 건널 수 있습니다.
남강 위에 놓인 옛 철교 정암교에는 '정암에 사공아 뱃머리 돌려라/ 우리님 오시는데 길마중 갈거나/ 너이가 날같이 사랑을 준다면/ 까시밭이 천리라도 맨발로 갈거나/ 간다 못간다 얼매나 울었던지/ 정기장 마당이 한강수 되노라/ 아이고 되어구 뚜댕구 뚜댕구 성화가 났네.' <정암 뱃사공 노래>를 적은 표지판이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먼저 이끕니다. 정암교라는 다리 이름이 붙은 청동판 옆에는 단기 4291년이라는 건설 시기가 선명하게 박혀 있습니다. 단기 4291년은 서기 1958년입니다. 정암철교는 일제 강점기 때기인 1935년에 건설된 근대 트러스 구조의 다리였는데 6·25전쟁으로 파괴되었습니다. 1958년에 남아있던 기둥을 살려서 복원했습니다.
길이 259.6m에 폭이 6m인 근대 트러스 구조의 다리를 건넙니다. 1592년 5월 중순, 의병이 일본군과 싸워 승리한 전투인 정암진 전투가 벌어진 현장이 다리에서 보입니다.
강 너머로 관문공원이 보이고 붉은 옷을 입은 홍의장군 곽재우 장군 동상이 정암진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또한 정암루 아래로 작은 바위섬이 보입니다. 솥뚜껑을 닮았다는 바위 이름은 정암(鼎巖) 즉 '솥 바위'입니다. 세 발 달린 솥을 뜻하는 정(鼎)이라는 글자처럼 정암도 물속에 세 개의 기둥이 있다고 합니다. 반경 20리에 큰 부자가 난다는 전설처럼 인근에 삼성·LG·효성 창업주 고향이 있어 부자 바위라고 불립니다.
정암교를 돌아 의병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박물관으로 가는 우리는 쉽사리 걸음을 옮기지 못합니다. 곽재우 장군을 비롯한 의병장을 기리는 의병탑이 우리를 저만치에서 반깁니다. 잠시 넋을 기리면 장군을 기리는 사당인 충익사가 박물관 가는 길에서 우리는 맞이합니다.
충익사 경내는 여름이 왔다고 알려주는 배롱나무꽃들이 환하게 피었습니다. 백 일 동안 핀다고 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나무는 의병들의 나라 향한 마음을 드러내는 듯 붉고 곱습니다.
충익사 경내를 지나면 박물관입니다. 박물관에 발을 들여놓자, 안내 로봇이 마치 곽재우 장군의 마부인 양 앞에서 어서 오시라며 인사를 건넵니다.
먼저 왼쪽 상설전시실에 들러 의령의 역사를 톺아보았습니다. 의령박물관에는 소장하지 않는 아쉬움이 남는 국보와 보물인 수레바퀴모양 토기와 연가 칠 년이 새겨진 부처, 보리사지 금동여래입상들이 정 가운데에서 다시금 방문객의 눈길과 발길을 머물게 합니다.
의령의 역사를 뒤로하고 맞은편 전시실로 향하자, 본격적으로 ‘임진왜란이란? 원인, 전개 과정, 영향’ 안내판들이 나란히 서서 시간 속으로 여행 떠날 우리를 맞이합니다. 1592년(임진년) 4월 13일 일본이 조선을 침략해 1598년 11월까지 약 7년간 벌인 국제전쟁을 우리는 임진왜란이라 하고, 일본은 분로쿠·게이쵸노 에끼(일본 연호인 문록·경장 연간에 일어난 전쟁)이라 하며, 중국은 항왜원조(抗倭援朝)라고 합니다. 북한은 임진조국전쟁(壬辰祖國戰爭)이라 합니다. 한·중·일이 부르는 명칭에서도 이 전쟁을 바라본 각 나라의 처지가 엿보입니다.
맞은 편에는 곽재우 장군이 의병을 일으킨 이유가 우리의 걸음을 붙잡습니다. “벼슬아치나 백성들이 나라의 보살핌을 받은 지가 이백 년이나 되었는데도 나라가 위급함에 모두 자기 보전 계책만 세우고 나라의 어려움을 돌아보지 않는다. 이제 나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 나라 삼백 고을의 남자가 한 사람도 없는 것이니, 어찌 만고의 수치가 아니겠는가?”
의병은 자발적으로 일어나 외세에 대항한 민군(民軍)입니다. 우리 겨레의 애국 애족 정신입니다. 전시실을 둘러보는 동안 장군과 의병들의 의로움이 우리에게 전해지는 기분입니다.
6월 1일은 의병의 날입니다. 곽재우 의병장이 의령에서 처음 의병을 일으킨 날인 음력 4월 22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2010년 제정한 법정 기념일입니다.
2018년 tvN에서 방영된 김태리, 이병헌, 유연석, 변요한, 김민정 등이 출연한 <미스터 션샤인> 마지막이 떠올랐습니다.
“눈부신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고 또다시 타오르려 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나의 영혼은 아직 늙지 않아서 작별 인사는 짧았다. 잘 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씨 유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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