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한옥에서 떠나는 1400년 시간여행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1. 8.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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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의 넘실거리는 파도를 닮은 잿빛 기와. 마당이 깊은 집, 한옥은 빨리 빨리에 익숙한 우리에게 느리게 사는 삶의 여유를 안겨준다. 더구나 1400년 전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왕국의 부활. 백제의 왕도, 부여로 떠나는 시간여행을 한옥에서 보낸다면 이보다 더 운치있는 나들이가 있을까.

 

 

충남 부여군 부여읍 중정리에 위치한 백제관은 조선시대의 한옥이다. 부여군이 2002년 여흥 민씨인 민칠옥가옥을 매입, 원형 그대로를 보존하면서 일부 편의 시설만 전면보수한 부여한옥체험생활관<백제관>으로 거듭나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야트막한 필서봉을 뒤로 하고 앞으로는 백마강의 지류인 왕포천과 넓은 들이 바라보는 남향의 조선후기 주택이다.  '一'자 모양의 대문채 뒷쪽에 안채가 있고, 안채와 대각선상에 사랑채가 배치되어 'ㅁ'자 모양을 이루고 있다.

 

 

솟을 대문 사이로 최근에 복원한 줄행랑채가 자리잡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널뛰기며 투호 등을 할 수 있는 전통놀이기구가 먼저 눈에 띈다. 안채로 향하는 길목에 하얀 개(백구)'마루'가 낯선사람을 경계한다. 하지만 하루를 묵고 나면 반갑다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반긴다.

 

 

안채로 향하기 전에 먼저 만나는 남자주인의 거처이자 손님을 맞는 사랑채. 사랑채는 광과 중문간·부엌·사랑방·마루로 이루어져 있다. 중문은 들어서면서 안채가 바로 보이지 않도록 1칸 꺾어 통하게 하였다.

 

 

사랑채는 안채보다 높게 지어 남자주인의 위상을 드러내보인다. 사랑방은 단순히 기거와 침식의 공간이외에도 독서와 사색,휴식,예술 등이 이루어진 선비의 풍류가 깃든 공간이다. 사랑채 뒤로 작은 문은 바로 안채로 들어갈 수 있다.

  

 

안채는 왼쪽부터 부엌·큰방·대청·작은방·안마루 순으로 구성된 8칸집으로, 오른쪽에 돌출하여 덧붙여진 안마루가 특이하다.

 

 

안사랑의 창을 열고 내다본 마당. 마당을 가로질러 다시금 문. 문 사이로 딋간이 보인다. 겉은 뒤간이되 속은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장이다. 하지만 역시 한옥체험관 <백제관>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이 불편해 하는 것이 화장실이다. 안채와 떨어져 특히 밤에 소변보러 가기 무서워한다. 누가 뒷간과 처가는 멀수록 좋다고 했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문을 열면 녹차를 우려먹을 수 있도록 주전자와 다기, 수건들이 다소곳이 이곳에서 몸의 평안을 얻고 가라고 손짓한다. (사진은 아랫방에 붙은 마루방)

 

 

한옥이라는 특성에 맞게 거울이 붙은 경대 등의 예스럽지만 소박한 실내 가구들이 눈을 끄는가 싶게 서랍 안에 놓은 윷이며 딱지에 아이들은 마냥 마당 깊은 곳, 햇살 드는 자리에서 딱지치기가 한창이었다.(사진은 안사랑)

 

 

외부와 각 방을 연결하는 대청과 안마루가 툭 틔여 마치 작은 강당을 보는 듯 시원하다. 장귀틀에 동귀틀을 건후 마루널을 끼워 넣어 마루 특유의 문양이 생기는 우물마루.

 

 

전형적인 양반집의 형태를 보이는 주위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예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정작 문을 열면 뒷산의 풍경이 그대로 들어오는 자연이 정겹다.

 

 

안사랑에서 창호문을 열고 밖을 마당은 물론이고 대청마루가 보인다. 닫힌듯 열린 공간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 끈끈한 가족애를 아니 느낄 수 없다.

 

 

하얀고무신이 더욱 고즈넉함을 안겨주는데 백제관은 투숙객들을 위해 하얀 고무신과 검정 고무신을 준비두고 있다.

여름휴가철, 상상 속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면 본격적으로 1400년전 찬란했던 백제의 문화꽃을 구경하러 떠나자.

 

▣ 부여지역에 가볼 만 한 곳

 

1. 궁남지

  

백제관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위치했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이 깃든 서동요의 주인공 백제 무왕이 건립한 궁남지는  일본 정원의 원조로 전해진다. 버드나무와 연꽃을 심어 산책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지난 7월 24일 막을 내린 연꽃축제지만 아직도 그 연꽃의 아름다움을 쫒아 사진가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2. 부소산성의 낙화암과 고란사, 황포돛배 

 

부소산성은 금강의 또다른 이름인 백마강 남쪽을 감싸 안듯이 쌓은 백제 최후의 도읍지 사비(부여)의 도성이다. 삼천궁녀가 하늘로 흩날리다 절개를 지킨 낙화암이며 한번 마시면 십년씩 젊어진다는 전설이 깃든 약수물로 유명한 고란사 등이 있다.

 

 

낙화암에서 내려단 본 백마강은 때마침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누런 황강이 되었다. 누렇게 변한 백마강에 황포돛배가 관광객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부여군 규암면 호암리에서 시작해 세도면 반조원리 16Km의 물길을 금강이 아닌 백마강이라 부른다. 백마강에서 황포돗배를 타고 구드래나루로 향하면  해상왕국 백제로 잠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부소산성 내에서 낙화암, 고란사로 해서 황포돗배를 탈 수 있고 반대로 구드래나루에서 황포돛배를 타고 부소산성으로 갈 수 있지만 산을 올라가 길이 다소 힘겹다.

 

3. 백제문화단지

 

충남 부여군 규암면 일대에 조성된 ‘백제문화단지’는 14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빈터에 잊혀진 왕국을 못내 그리워한 후대사람들이 만든 새로운 역사다. 백제의 왕궁인 사비성과 대표 사찰인 능사 그리고 계층별 주거문화를 보여주는 생활문화마을과 서울 몽촌토성 내 재현한 위례성이 단지내 있다. 또한 백제사 전문박물관인 백제역사문화관이 있어 백제에 관한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진은 백제왕궁인 사비궁)

 

 

백제문화단지 내 사찰인 능사는 부여읍 능산리에서 출토된 사찰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이름 지었다. 총 209억원을 들여 사비궁 동측 후면에 1740㎡(526평) 규모로 조성됐다. 목탑(53㎡), 금당(183㎡), 강당(522㎡), 부속채 3동(329㎡), 회랑 4개소(390㎡), 기타(263㎡) 등 13동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 TIP

- 백제관 http://blog.naver.com/buyeohanok/

- 부여군관광 http://www.buyeotour.net/index/index.asp

- 도시와 농어촌의 녹색정거장 웰촌 http://www.we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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